▲ 로마올림픽 때 맨발로 달리고 있는 아베베
아베베의 세 번째 금메달
여러분은 ‘올림픽의 꽃’하면 어떤 종목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마라톤을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42.195km라는 극한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토너는 여러 사람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 긴 거리를 맨발로 뛰어 세계 신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인물이 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그는 바로 저 멀리 에티오피아 출신의 비킬라 아베베입니다.
아베베는 1932년 에티오피아의 자토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해발 3000미터의 고지대에서 소를 치는 목동이었던 아베베.
그는 20세가 되어 황실 친위대에 입대하면서 군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그는 대대장 경호병으로 한국전쟁에 1년동안 참전하게 되면서 한국과도 짧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지키던 군인 아베베, 그는 어떻게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리스트가 되었을까요?
당시 아베베는 매일 약 40km를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때 다져진 체력은 그가 에티오피아의 군인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 출전하기로 한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아베베는 대표팀은 아니었지만 그의 능력을 인정한 조국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한 아베베에게 맞는 사이즈의 운동화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맨발로 올림픽에 출전하였고 로마의 거리를 누비며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 무명 선수였던 아베베는 아프리카 흑인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세계의 언론은 군인이었던 아베베의 우승을 보면서 “에티오피아를 점령하기 위해
모든 이탈리아 군이 필요했지만, 로마를 점령하는 데는
단 한 명의 에티오피아 군으로 가능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의 우승은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게 여느 올림픽 우승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에 의해 침공받으면서 약 1년 동안 총칼로 억압받았습니다.
그런 이탈리아에서 아베베가 에티오피아의 국기와 국가를 뒤로 한 채 금메달 수여식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에티오피아인과 갓 독립하기 시작한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큰 자긍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베베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6주 전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는 악조건 속에서도
또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신기록으로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이루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아베베의 우승을 희박하다고 여겨 시상식에서 울릴 에티오피아 국가도
준비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의 우승은 가히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종횡무진 누비던 아베베에게 밝은 날만 있는 날은 아니었습니다.
1969년 아베베는 황제가 하사한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사고를 당했고,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마라톤 선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휠체어를 타면서도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내 다리로는 더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게는 두 팔이 있다”
인고의 노력 끝에 아베베는 이듬해인 1970년 노르웨이 25km 휠체어 눈썰매 크로스컨트리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고,
10km 레이스에서는 특별상도 수상했습니다.
이후 패럴림픽의 전신인 스토크 맨드빌 휠체어게임에서 양궁과 탁구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아베베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올림픽을 빛낸 영웅으로 추대되었고,
이듬해인 1973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장례식 때는 7만 5천명이 참석해 에티오피아를 빛낸 영웅의 마지막을 애도하였습니다.
1978년 뉴욕로드러너스클럽(NRRC)는 그를 기려 우리나라의 손기정 선수가 수상한
‘아베베 상’을 제정하였고, 2012년 국제육상연맹은
아베베가 지난 100년 간 육상을 빛낸 공로를 인정하여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아베베 비킬라, 그는 군인 정신으로 올림픽 제패를 이뤄냈고
“나는 내 조국 에티오피아가 시련을 이겨냈다는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나는 황제와 군대를 위해 달린다”라고 말해 독립 이후 암울했던 에티오피아 국민들에게 꿈화 희망을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장애 앞에 굴복하지 않고 또 다시 시작한 도전에서 쾌거를 거두면서
사람들에게 진정한 인간승리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P <>
▲ 휠체어에 앉아 양궁을 하고 있는 아베베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나는 남과 경쟁해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언제나 생각한다.
고통과 괴로움에 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달렸을 때, 그것은 승리로 연결되었다.”
- 비킬라 아베베(Bilila Abebe, 1932-19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