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밭에서
눈밭이 모르는 이의 발자국에 상처 입어 가듯 내 안에서 말을 맺지 못하던 고운 자음들이 혀를 깨물리고 아파하는 소리를 들었다. 겨울은 눈빛이 흐린 새의 부리에도 얼어붙고, 흔적뿐인 볏자리며 나무 삭정이며 젊은 더벅 머릿속에 비슥비슥 우수 같던 것들. 매듭이 허술한 내 신경의 올 올을 디밀어 눈이여 너의 가슴을 만져보고 싶다. 엎드려 잦아지는 듯 땅속 여린 것들의 눈을 틔우고 봄날의 샘터 어느새 맑은 얼굴로 이르는 네 무성한 날의 비할 데 없는 꿈을 엿보고 싶다. 서서 맞는 비
비의 細細한 어루만짐이여. 언제나처럼 젖어드는 머리카락과 바짓가랑이와, 그런 연약함을 두고 언제나처럼 젖지 않는 바람의 발바닥과 오, 완강하여 드러나지 않는 우리의 속 아픔도 있다. 외로운 꿈자리마다에 더욱 넉넉하던 하늘을 바라 하루 이틀 사흘 자라가는 풀들의 키, 어린 것들의 까치발, 날고 싶어라. 오래고 깊은 기지개 손 쳐든 일상의 높이를 넘어 날아오르고 싶어라. 여기저기에 숨기운 화살이 눈 부라리고 살촉에 꿰이는 유다氏의 땀 배인 손수건과 예수君의 피 묻은 일기장, 알아야겠다. 이기나 나쁘고 좋으나 지는 그런 불편한 세상 이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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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 안양문인협회 회원 * <한국문학> <현대문학> <현대시학> <심상>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에 시 발표 * 동인시집: <한국시>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내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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