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테라스에서 조망, 앞 도로는 상제리제 거리다
▶ 2012년 8월 3일(금), 맑음, 때때로 비
- 파리, 개선문, 콩코드 광장, 오르세 미술관
“저의 소망은 하나였습니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는 것, 이것이
귀국 이후 10년 동안 제가 품어온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제가 나이 먹기를 거부
하는 하나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이를 두고 가당찮은 나르시시즘이라 이름
붙일지 모르지만, 제 꿈은 ‘사병’으로 남는 것이었습니다.”
홍세화 씨의 진보신당 대표출마의 변 중 일부다. 파리 시내를 걷다보면 간혹 홍세화 씨의 생각
이 난다. 엄혹했던 시대 이 파리에서 택시운전하며 신산스런 삶을 살았을 그다. 이 따위 빵조각
을 씹을 때마다 얼마나 절치부심했을까? 한편으로는 그가 행복하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 어디
에서나 꼭 붙들고 살아가야 할 가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으니까.
그가 대표출마의 변에서 인용한 체코의 저명한 작가이자 정치가인 바츨라프 하벨의 시 ‘시작해
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는 누구에게나 경구로 다가온다.
일단 내가 시작해야 하리, 해보아야 하리.
여기서 지금,
바로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어디서라면
일이 더 쉬웠을 거라고
자신에게 핑계 대지 않으면서,
(…)
파리 시내의 지하철은 복잡하여 열차 타기가 쉽지 않다. 일단 지하로 들어가면 통로가 거미줄
처럼 사방으로 얽혀있어 링 반더룽 현상을 경험하기 일쑤다. 환승해야 하는 역에서는 길 찾기
가 더욱 고약하다. 퍼즐 풀 듯 차근차근 더듬어 나아간다.
상제리제 거리 개선문 앞이다. 저 사람들처럼 어떻게 개선문으로 접근했을까? 갈 길 몰라 한참
서성이다 군중들의 행렬을 유심히 관찰한다. 오른쪽에 지하도가 있었다! 개선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라 대단한 건축물이다. 사진으로나 멀리서 보는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냥 문 주위만
둘러보련 했는데 문 위로 오르려는 사람들의 행렬에 뇌동(雷同)하고 만다. 입장요금 9.50유로
높이 50m, 계단 수 284개. 미리 각오하라는 뜻으로 입구에 써놓았다. 덕분에 내가 계단 수 세어
보는 수고를 덜었다. 기둥 안을 계단으로 빙글빙글 돌아 오른다. 장애인에게는 다른 기둥에 엘
리베이터가 준비되어 있다. 오르다 숨 돌릴 계단참(階段站) 또한 멀어 줄줄이 헉헉 댄다.
1. 개선문 오른쪽 문설주의 부조, 1792년 의병들의 출정(La Marseillaise). 파리를 지키는 의병들
을 새긴 것이다. 프랑수아 뤼드의 작
2. 개선문 왼쪽 문설주의 부조
3. 개선문
4. 드골의 파리 입성 사진
5. 개선문 오르는 계단
6. 개선문 테라스에서 조망
7. 에펠 탑, 개선문 테라스에서
문 위의 테라스에서 보는 파리 시내는 가경이다. 질서정연한 건물과 일직선으로 쭉쭉 뻗은 방
사형 도로는 마치 도시의 축소모형을 보는 것 같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뚫린 대로가
비슷비슷하여 몇 개인지 세기 어렵다. 12대로다.
개선문 기둥에 빼곡히 적힌 글자들은 무엇일까? 사람 이름이다.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나폴레옹
1세 때까지 128번의 전쟁에 참전했던 장군들 558명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하철 타고 콩코르드 광장으로 간다. 관광버스들과 시내 투어버스는 줄줄이 광장에서 잠시 머
물다 간다. 콩코르드(Concorde) 광장은 1755년부터 20년에 걸쳐 만든 광장이다. 1793년에는 루
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로비에스피에르 등을 포함한 왕족과 귀족 1,343명이 공개 처
형된 장소라고 한다.
광장 중앙에는 1829년 이집트로부터 기증 받은 룩소르 신전의 오벨리스크(높이 23m)를 세웠다.
혹자는 전봇대는 너무 작고 이것으로 이쑤시개하면 딱 좋겠다고 한다.
세느 강 다리 건너 오르세 미술관이다. 아내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모처럼 문화생활하기가 퍽
힘들다고 한다.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작품들을 욕심 부려 다 둘러보기 힘들어서이다. 다중이
몰려 있는 그림이나 조각품만을 보는 데도 그렇다. 이 수많은 방과 벽, 회랑에 걸어놓은 작품 중
누구의 작품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릴까? 다른 때는 몰라도 오늘은 고흐의 방이고 그의 자화
상이다.
속(俗)되고 속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레 되 마고(Les Deux Magot) 카페에 들린다. 헤밍웨이, 피
카소, 샤르트르 등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들려 작업하고 토론을 벌렸다고 한다. 그들이 앉았
을 의자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의 진한 향과 맛에서도 이 카페의 연륜이 묻
어난다. 누가 알랴? 나중에 이 카페가 나도 들린 것을 선전하게 될지. 되 마고(Deux Magot)는 벽
에 걸린 두 개의 중국 목각인형인데 이 카페의 문양이 되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있는 우리나라 식품점(일본 사람이 경영한다)에 들려 햇반과 컵라면, 깻
잎, 김치 등을 사가지고 숙소에 온다.
8.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9. 콩코르드 광장의 여신상, 프랑스 7대 도시를 대표하는 여신상 중 하나다. 이 여신상은 리옹
을 대표한다
10. 오르세 미술관 앞 광장
11. 오르세 미술관
12. 오르세 미술관 앞 광장에서
13. 레 되 마고(Les Deux Magot) 카페
14. 레 되 마고(Les Deux Magot) 카페 문양
15. 오페라 하우스, 이 근처에 우리나라 식품을 파는 에이스 푸드(Ace Food)가 있다
첫댓글 개선문도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군요, 나와 숙이는 그것도 모르고 밖에서만 빙빙 돌다 왔습니다. 가이드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도 안해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