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이주민 ‘더 넓은 우리’
김현우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해양사목부 부국장)
김현우 신부
호주에서의 선교를 마치고 저는 인천교구 이주ㆍ해양사목부 부국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잘 이해할 것이라는 교구장 정신철 주교님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이주사목은 말 그대로 ‘이주민’을 위한 사목입니다. 비자가 유효한 외국인 부부의 자녀로서 한국에서 태어난 이들은 물론, 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중도입국 외국인 자녀’를 포함해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 외국인’들과 그들의 자녀까지 사목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가 있는데, 그곳에는 의료 봉사자들과 간호사들이 있습니다. 무료 진료소는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한 줄기 빛이 돼주고 있습니다.
해양사목은 바다를 항해하는 상선의 ‘선원’과 인천항만을 중심으로 한 도서 지방 ‘어선원(고기잡이배 선원)’을 사목 대상으로 합니다. 전 세계 선원 50% 이상이 필리핀 출신 선원이기 때문에 사실 외국인 선원이 주 대상입니다. 인천항에 정박한 외국인 선원이 있는 상선에 올라 고충을 들어주고, 미사를 봉헌합니다.
이주사목과 해양사목은 그 활동 범위가 다르지만 사목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제가 2021년 한국에 돌아와 보니, 국내에서 노동하는 외국인 역시 제가 경험한 어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언어’ 문제와 ‘문화’의 적응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호주에서의 제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나’와 ‘그들’이 다르지 않고 ‘우리’라는 동질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 주일 담화에서처럼 ‘더 넓은 우리’의 표현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주민들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는 세계 각국으로 이주한 한국인의 이야기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이야기입니다.
김현우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해양사목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