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0월 26일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1-9 1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2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3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4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5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6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7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8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9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나는 무엇이 내 전공인지 잘 모릅니다. 기인열전에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술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영학에서 내가 아는 것은 사실상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경영에 대하여 많은 책을 보기도 하였고 강단에 오래 동안 서 있었지만, 실제로는 경영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갑니다. 오래 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교리도 강의하고, 성경 공부도 인도하고, 공동체에서 특강도 하고, 신앙 강의도 자주 하였지만 내가 정말 내가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끝난 다음에 헷갈리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회개와 용서에 대하여도 그렇게 많이 떠들었지만 전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내 본 모습이랍니다. 어려서부터 한문 공부를 좋아해서 성현들의 얘기를 많이 읽어보고, 묵상도 하였지만 내 삶에서 실천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느끼고 있답니다. 이론과 실제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제로 경영현장에 들어서야 알아가고 있답니다. 신학도 그렇고 신앙생활도 그렇다는 생각이 됩니다. 내가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정말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잘못 사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가 나라는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전공이 없는 사람입니다.
특히 생산성의 문제와 부가가치의 문제를 생각하면 나는 생산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며,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생산성은 산출/투입으로 표시합니다. 그러나 투자하고 노력한 것에 비해서 언제나 소득이나 산출이 적은 것입니다. 그래서 내 인생을 경제적으로 표현한다면 전혀 소득이 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부가가치(附加價値, value added)란 "개개의 기업 또는 산업이 생산과정에서 새로이 부가(附加)한(덧붙여진) 가치"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삶에서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해봅니다. 요즘 같으면 아무 것도 새롭게 덧붙여 가치를 높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생산성과 부가가치의 측면에서 나는 언제나 기가 죽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서 ‘회개의 삶을 살라.’고 재삼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회개의 삶은 내 삶을 새롭게 고쳐 생산성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생산성과 부가가치의 창출을 세상에만 두지 말고 하느님나라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키우며 증진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하시며 포도밭에 심어진 무화과나무를 두고 말씀하십니다. 삼년이나 기다린 보람을 찾으시다가 이제는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포기하시고 나무를 베어내고, 불태워버리시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아주 끔찍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포도밭 주인은 아주 큰 의외적인 답변을 듣습니다. 사실 나는 포도재배인의 그 가상한 답변은 당신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면서도 바로 우리들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으로 깨닫는 데는 인생을 헛살고 나서야 겨우 깨달은 진리이며 희망이랍니다. 무화과나무는 포도밭과 전혀 다른 환경에 심어진 나무입니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완전히 이방인과 같은 모습입니다. 토질도 다르고, 열매를 여는 방식도 다르며, 꽃이 피는 것과 모양도 다릅니다. 우리와 이스라엘 사람이 구별되듯 전혀 다른 환경의 나무입니다. 또한 포도 재배인은 무화과나무에 대하여 비전공자이거나 전공이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포도밭에 심어진 무화과나무는 전공이 다른 포도재배인의 손에 맡겨져 길러졌습니다. 거름을 주는 방법도 다르고, 가지치기도 다르며, 햇볕을 받는 방법도 다르고, 넝쿨을 뻗는 방법도 다릅니다. 포도나무처럼 덩굴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줄을 띄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보목을 대는 방법도 다르고, 토질이나 환경이 다릅니다. 병해충도 다르고 돌봐주는 방법도 전혀 다릅니다. 손을 보는 방법도 전혀 다른 환경의 나무입니다.
포도재배인은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무화과나무를 일 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거름을 나무 둘레에 파고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정성을 다하여 길러 내년에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맡겨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제발 나무를 베지 마시라고 사정합니다. 전혀 다른 환경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이며, 전공이 다른 우리 평신도들이 주변의 땅을 파고 거름을 주며, 가지치기를 하고, 보목도 대어주고, 병충해도 잡아주며, 토질도 바꿔주어야 합니다. 신부님들도 본당사목의 전공자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에는 비전공자일 수 있습니다. 전공자들을 포섭하고 세상의 필요한 전공분야를 평신도와 같이 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전공자를 선별해서 교회공동체에서도 일을 전개해야 한답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우월감이나 교만한 마음은 모두 없애고, 낮은 자 되어 겸손하게 맡겨진 일을 공동으로 해 나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 전공이 다르다고 발뺌만 할 형편이 안 됩니다. 그 일은 바로 우리들의 일입니다. 포도 재배인의 고백이 바로 나의 고백이 되어야 한답니다. 회개해서 생산성도 높이고, 새로운 삶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포도밭에서도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