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모순, 전기료 뛰고 일자리 줄어”‘
2050 탄소중립안' 국회 공청회서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박상현 기자
입력 2021.07.21 05:00
“탈원전과 탄소 중립은 결코 조화할 수 없는 모순된 정책이다.” “전기요금 인상 등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탈(脫)원전과 태양광·풍력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계획안과 관련, 20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이 “실현 불가능한 희망 사항” “정부가 해괴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기후위기 대응 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에너지 전문가 4명, 환경단체 관계자 1명 등 5명의 전문가로부터 정부의 탄소 중립 목표와 방향 설정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현재 국회엔 탄소 중립 관련 8개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이번 공청회는 이례적으로 법안 심사 도중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2050 탄소 중립 방안'에 대한 각기 다른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위주로 짜인 탄소 중립 정책이 가진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이 지적됐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과 ‘탄소 중립’은 결코 조화될 수 없는 모순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을 제외한 선진국 가운데 탄소 중립 방안으로 원전을 포기한 나라는 없으며 날씨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에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원전 없이 현실적 탄소 중립 전략을 짜야 하다 보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한울 1·2호기 운영 허가 지연, 3억 그루 벌채 탄소 중립 등과 같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괴망측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올린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작년 12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6.3% 감축한다는 내용의 NDC를 UN에 보고했다가, 최근 이를 39.5%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과 산업은 (NDC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따라가기도 어려운 속도전 양상”이라며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전기요금이나 제품 가격은 얼마나 오르는지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산업의 특수성을 지적하면서 “제조업계에선 NDC 부담으로 국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도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결국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탈석탄’ ‘탈원전’을 선언하며 대체 발전 연료로 LNG를 사용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NG로 전환 시 온실가스 감축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정치적 수용성은 걸림돌”이라고 했다. NDC 상향에 대해서도 “산업·수송·건물 등 기타 부문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적정한 NDC 수준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기존의 시나리오는 주로 기술 수단에 집중했고, 사회 시스템 및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술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도 나왔다. 이영경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핵산업 확대와 수출, CCUS 등을 기술 수단에서 제외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기술과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CU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활용·저장하는 기술로, 정부는 지난 4월 민관 합동 ‘K-CCUS 추진단’을 발족하고 기술 개발에 참여 중이다.
한편 정부는 탄소 중립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만들어 국제사회에 2030년 NDC를 제출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간다는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석준(국민의힘) 의원은 “국민과 산업계가 납득할 만한 정부 계획안의 현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