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된 폭염에 아스팔트도 녹아내릴것 만 같은 요즘 날씨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 하는 것이 좋다는 질병본부의 권고가 아니어도 한 낮의 거리를 걷는게 고역이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걷고 있지만 화염 방사기를 멀리서 쏘아 대는듯 한 더위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옛 조상들의 지혜를 빌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은 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는 건강식도 좋지만 먹으면 힘이 나는 추억의 음식에 빠져 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추억을 먹고 항수를 먹는 음식 중에 몇가지를 꺼내어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
여름은 체력 소모가 많은 계절이다. 얼굴에서 등줄기에 이르기까지 흐르는 땀을 씻어 내며 잠시 망중한을 즐길때면 어린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시원하고 달콤한 소면을 삶아 체에 받혀서 사카린을 넣어서 말아 주시던 국수가 그립다. 지금은 맛과 영양이 풍부한 여름철 보양 음식이 많지만 당시에는 먹거리가 풍부 하지 않아서 마당에 있는 시원한 우물물을 펌프로 계속 해서 퍼올리면 손끝이 시릴정도로 차가운 물에 사카린을 휘휘 저어서 먹던 국수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언젠가 동창회에서 어린시절 추억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옛 어머니의 손맛이 궁금해서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카린 대신 설탕을 넣고 만든 국수가 예전 배고픈 시절에 먹었던 맛이 아니라, 차마 늙으신 어머니께는 맛이 없다고 내색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어머니 손맛이 궁금해 흉내 내지 못하는 음식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해버린 입맛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입맛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급변하고 있는데 생각은 어린시절에 멈춰 딴청을 피우듯 무심한 것 같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 방학 숙제장을 옆구리에 끼고 무더위를 쫓으며 평상에 앉아 있으면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까만 밤하늘에는 쏟아져 내릴듯 별들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때 마당 한 편에서는 모깃불 타는 내음이 이제 막 삶아서 뜨거움과 맛의 온기를 느낄때면 우리집을 지켜 주던 개도 입맛을 쩝쩝 다시며 김이 모락모락 ㅂ기어나는 감자가 먹고 싶어 왈왈 짖었다. 잘 익은 감자 껍질을 벗겨 가마솥에 넣고 삶을 때면 달큰함이 담장을 너머 이웃으로 날아 논둑으로 흘러 넘쳤다. 그때 논에서 헤엄치던 미꾸라지에게로 도착 벼들이 잘 자랄수 있도록 잡초를 뜯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아도 무더운 요즘 옛 선현들의 무더위 쫒는 방법을 찾다 휴대 하기 편하고 가벼워서 햇볕을 가리는 부채의 용도를 생각 했다. 어린시절 부채는 집안에서 방안에서 더위를 쫒으며 열린 방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함께 실려온 가을이 오는 소리와 매미 노래 소리까지도, 비록 날씨는 더웠지만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시간 되었다. 입추인 오늘 아침 세찬 소나기에 더위가 물러 갈까 기대 했던 내 마음을 비웃듯 한 낮의 태양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고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목으로 넘나드는 시원함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다.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소리에 짜증 보다는 가을이 오는 소리로 반가움의 소식이라 여길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