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다른 성당은 보통 미사 때마다 이렇게 인사하는데, 저는 장례미사 때에만 이 인사를 합니다. 장례미사 때에 이 인사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종주 세레나 어머니, 할머니를 여의시고 상심이 크신 유가족 여러분들에게 사제로서 주님의 위로를 전해 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성심성의껏 돌보시고 의지하신 최미숙 미카엘라 자매님께 믿음으로 함께 기도한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세레나 할머니께서 어떻게 사셨는지는 제가 잘 모르지만 한 달에 한 번 병자영성체를 할 때마다 가족사진도 보고 간호하시는 따님 모습도 보고 세레나 할머니도 뵈오면서 느낀 것은... 사랑 많이 주셨고 사랑 많이 받고 가신다 라는 겁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그래도 가족들이 불침번을 서가며 새벽 3시에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다고 하니, 그래도 가시는 길 많이 아쉬워 하시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따님 얘기로는 다 내려놓으신 것처럼 다소 홀가분한 모습으로 편안하게 가셨다고 하니, 저도 마지막에 병자영성체를 드리고 나서도 많이 불편하신 모습에 다시 뒤돌아서서 병자성사까지 드리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사랑 많이 받고 사랑 많이 주신 공로를 보시고 배려해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할 때 어떻게 하나요? 그냥 기억하는 걸로 끝인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회상에 잠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슬픔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일반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면서 가지게 되는 감정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릅니다. 기도합니다. 물론 비그리스도인들도 기도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합니다. 연도를 바치고, 기도 중의 기도인 미사 때에 미사지향을 넣고 기억하면서 기도합니다. 밥 먹고 나서 식사 후 기도를 바칠 때마다 기억하고 기도합니다. 명절 때? 당연히 기도합니다. 생각 날 때마다, 기억 날 때마다, 기억으로 슬픔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합니다.
해 드릴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세상을 떠나신 분에게 기도가 전부이고 모든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기억으로 회상으로 감사로 슬픔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날 위한 것입니다. 이기적인 것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 할머니를 위해서라면 기도해야 합니다. 죽음도 끊지 못하는 혈연의 끈을 잡고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 가톨릭 교인들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례미사 감사송을 어느 분이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이 되새기게 됩니다.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새로운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매일 바치고 좋아합니다. 이처럼 빠스카를 외치는 기도가 또 없습니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르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 오는 자 되게 하소서.”
빠스카는 지나가고 건너가는 겁니다. 이 땅에서 저 하늘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지나가고 건너가는 이 가운데 촉매처럼 주님께서 계십니다. 당신은 변치 않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는 주님으로 인하여 건너가고 지나갑니다. 빠스카 축제 날에 하느님의 어린 양으로서 죽으신 그분 덕분에 새로운 삶, 부활로 건너갑니다.
그냥 단순히 교리가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지 마시고 믿으십시오. 우리는 주님으로 인하여 영원한 생명, 구원으로 나아갑니다. 이 믿음으로 기도하는 겁니다. 주님께서 세레나 할머니와 또 우리 모두를 구원으로 이끌어주시고, 영원히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저는 저 관 안에 계신 세레나 할머니에게 외칩니다. 주님께서 세레나 할머니와 함께...
첫댓글 아멘...
"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새로운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
주님. 감사합니다.
새로운 거처에 희망할 수 있어서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