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검찰 출신 모 인사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아들과 관련한 행정소송 판결문에 학교폭력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J군은 지난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군에게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 정군은 “돼지새끼” “빨갱이”라며 A군을 수시로 비난했고, ”사료나 처먹어라”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폭언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A군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정신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자살 시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 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는 전학 처분을 내렸다. J군의 아버지는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법원까지 학폭 징계 취소소송을 이어갔지만, 1·2심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검찰 출신 아버지인 J 변호사가 아들에 대한 징계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벌인 것은 이미 2018년 KBS에 보도가 됐기에 당시 검찰청 주변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사안이기도 했다. J군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됐다. 이듬해 J군은 수능 성적만 보는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부모의 힘으로 아들 군대 면제받게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바로 학교폭력이라는 조사가 있다. 그만큼 한국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불평등하게 대접받거나 타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아니 증오한다. 그래서 이번 국수본부장 아들 문제가 크게 사회 이슈화가 된 것이다.
이 나라 최고 권력자가 진노했다고 한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경찰청 고위간부에 검찰출신 인사를 앉히려 했는데 바로 그 학교폭력때문에 망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학교폭력이란 괴물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엄청난 사회적 분노를 일으킬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인지 국수본부장 사의가 있자마자 학교폭력에대한 근본적인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근본 대책은 슬프게도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자행되는 폭력이 과연 학교측의 관리소홀로 발생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학교폭력은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괴물이다. 압축성장의 부작용가운데 대표적인 예이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오케이라는 그 사고방식이 만들어 놓은 제어할 수 없는 성질의 존재이다. 게다가 지금 학교폭력은 지능화되고 대형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조금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정신을 망가지게 한다. 사용해서는 안되는 용어도 마구 동원된다. 극우들의 표현인 빨@@라든지 출신지역 폄하 표현 등 아이들이 가정과 유튜브 등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말이다. 아직 성인이 안된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주변에 널린 미디어 등을 통해 배우고 익힌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미디어들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그래서 가정과 학교 그리고 미디어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할 때 지금 이 나라 가정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는가. 물론 자기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공부만 잘하면 최고이라는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의 정신적 성장을 팽개치고 오로지 성적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부모 아래에서 자녀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이에 관한 모든 교육을 학교가 도맡아서 하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요즘 학교에서 공교육이 제대로 펼쳐지는가. 제대로 공교육을 지도하려는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등쌀에 밀려 학원 등지로 쫒겨나는 상황 아닌가. 그 부모의 그 학교에서 오로지 학생들의 성적 높이기 경쟁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무슨 인성교육이 이뤄지겠는가.
한국인 가정에서 부부싸움의 거의 대부분은 자녀들의 문제때문이라고 한다. 중요 요직 후보들의 낙마도 대부분 자녀들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정권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성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란 자녀들이 결혼하고 그다음 그들의 자녀들이 태어나면 또 그렇게 할 것 아닌가. 그야말로 악순환의 되물림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부모가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능력이 있을수록 자신의 가정을 되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자녀는 정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말이다. 오로지 학업 성적이 높으면 인성은 개차반이어도 그만이고 그 나이에 맞는 책임감은 무시해도 좋다는 그런 생각과 환경속에 어떻게 제대로 된 청소년들이 육성될까.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변 아이들을 가끔씩은 바라보고 같은 공동체에서 산다는 그런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비록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장에서 그야말로 유능하다는 바로 그 인물이 나라와 사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시스템 말고도 다른 성격의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 인재가 될 것인가. 자신의 자녀만이 최고라는 말도 안되는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나 이웃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자녀문제로 망신당하는 부모는 계속 발생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2023년 2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