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와 초록이 서로 혀를 낼름거리며 어우러지는
눈부시게 하늘이 부서지는 오월 끝자락에
곤지암에 있는 봉수네 농장에 갔습니다.
응탁 장군님 통솔하에 아내들도 같이 칠영이 봉고를 타고 수서에서 같이 출발하여 가고,
나는 동탄에 사는 관계로 신갈에서 영동고속도로 들어섰는데
토요일이라 차가 움직이지를 않아 애버랜드로 빠져
네비의 도움을 받아 한터길로 고개를 넘고 저수지 옆을 지나 꼬불꼬불,
곤지암 소머리국밥집을 지나니 동준이와 길수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봉수네 농장에 들어가니 기출이와 종각이는 산에 가고 없고,
아무게는 불을 때서 밥을 짓고, 어떤이는 밭에서 방금 뜯은 나물을 다듬고, 또 어떤이는 숯불을 피워 바베큐를 굽고, ......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감독뿐이라, 그래도 모두들 반겨주는 손길 손길이 어찌나 따스하던지,
오랫동안 잡은 양손을 놓지 못하고 서로 쳐다보는데, 조금만 더 눈을 맟추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얼른 먼 산을 보았지요.
주인장은 일꾼(?) 몇을 데리고 밭을 일구고 있었지요.
멀리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 봉수 부부는 농사에 푹 빠진지 벌써 6년 째라 자세가 잡혔고,
낫질은 역시 기찬이가 기차고, 땅 파일구기는 황소처럼 용환이가 제격이라.
선홍이는 보아하니 몸에 익지 않은 농사일 하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는데.
'아마도 오늘 집에 가서 몸살 날 거라.'
응탁이는 농사일 하랴 음식 만들랴 재담하랴 바쁘시구랴
이윽고 산에 갔던 친구들도 내려오고, 기다리던 식사시간이라.
휴일 아침이라 일찍 나서느라고 먹은 아침도 시원치 않고 일도 한자락씩 한 터라 배가 출출하였는데,
정말 정성들여 가꾼 잔디밭에 포장을 치고 상을 펴고,
싱싱한 갖은 채소와 고기, 된장, 쌈 등 이런 진수성찬 본적 있는가!
그 중에서도 밭 둘레에 심은 가죽나무에서 새순을 꺽어 주인장 부인께서 어제 밤늦게까지
된장발라 청양고추도 살짝 넣어 부쳣다는 오리지날 장떡이 최고 인기라.
어와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고, 배불리 실컷 먹고 또 먹는데
누가 연락을 했는지 뒷 산 뻐꾸기는 뻐꾹 뻐꾹 암수가 희롱하고,
꾀꼬리가 바로 옆에까지 날라와 아름다운 날개의 오색 무지개를 뽐내는구나.
집에 가서 부부싸움들 하지 마라.
(당신은 그 동안 뭐했능교?)
밥을 먹었으니 다시 일을 해야지.
주인장은 밥값을 받으려고 일꾼들을 몰아세운다.
그런데 나종훈 부부가 앞에 있는 동서 집에 다니러 왔다가 들러서 밥을 먹었지. 그도 반가운 얼굴이라.
봉수네 밭을 볼짝시면 바로 뒤에는 산이 이어지는데 산에는 아름드리 굴참나무가 울창하다.
그 밭둑 가까이에 한 이백년은 되어보이는 소나무 한그루가 참나무와 싸우고 있는데 도저히 중과부적이라,
더우기 지난 겨울에 눈을 못이겨 중앙의 원줄기가 부러졌는데, 모도들 이야기가
'저 소나무를 살려야 한데이.'
그건 그렇고 밭에 감자 심은 모양 보소 한 줄은 자주감자, 한 줄은 흰잠자 번걸차례로 심어 놓고,
그 옆에는 가지가 몇 줄로 커 가는구나,
가지는 곁순을 따주어야 잔가지 없이 잘자란다고, 길수가 가지 순 따주다가 주인장한데 잡혀 가지 받침대 박느라고 혼이 났겄다.
이왕 받침대 박는 일을 시작했으니 오이 받침대는 기출이가 박고,
밭 끝자락에 제멋대로 자란 쑥대공이 뒤덮은 한자락을 풀을 베고 땅를 파 엎어서 쑥 뿌리를 모두 정리하는 일이 오늘 밥값이라
모두들 땡볕에 오랜만에 땀을 흘리는데
그 사이 설겆이꾼 언제 들어왔는지 길수와 동준이는 설겆이 하고, 영수도 거들고
선홍이는 동준이가 태워먹은 밥솥을 닦는데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어 오늘 선홍이는 솥 닦느라고 진기가 다 빠졌다.
어떤 부인들은 쑥 뜯어러 다니고, 어떤 인네들은 머구대공 뜯고,
조금 있다가 감자 캘 때 다시 오자고 하더니,
남편은 어디 좋은데 보내고 혼자 오신 진옥이 부인께서
'다음 달은 파주에 있는 우리 밭으로 오세요.'
하고 자기네 농장에도 와 보라고 자랑을 한다.
종각이는 일을 하다가 언제 슈퍼에 갔다 왔는지 막걸리를 더 사오고,
수박, 참외를 썰어 온다.
일꾼들 커피 자주 주지 마라 일 더디다. ㅎㅎㅎ
그럭 저럭 오후 다섯시 경이 되어 나는 몸이 피곤해서 그만큼 즐기다가
사진만 몇 장 찍어서 나왔는데,
다른 친구들은 점심 먹고 한 일이 많았으니 저녁까지 먹고 갔는지 그냥 갔는지
또 그 밑에 있는 슈퍼에 막걸리가 다 떨어졌는지 어쩐지
그런건 다음에 만나서 물어봐야겠지
'아 너무도 좋은 친구들,
너무도 좋은 오월
사랑한다 정말로 사랑한다 동무들아!
이런 아름다운 인연과 순간을 허락해 주신 그분께 감사합니다.'
첫댓글 건수야 글도 좋고,사진도 멋지구나
더욱 더 좋은것은 네 건강회복이고,
좋은 친구들 자주 만나서 정 나누자꾸나.
건수친구 얼굴엔 전과 다르게 완전히 회복 된것 같네요. 매우 반갑구려! 또 서울친구들의 정을 나누는 자리가 너무나 아름답구려. 늘 행복하세요.
오색칼라시대, 흰색, 노란색, 붉은색, 녹색...결국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스트레스 풀고...웰빙추구...멋진 친구들의 모습에 박수갈채보냅니다.
건수형! 봄 바깥으로 나들이 나온 그대 모습이 그냥 막무가내로 좋습니다. 글 속 그대 마음의 눈을 따라가노라니, 다시금 그대에게 감사와 사랑을 한껏 전하고 싶소. 친구의 몸과 마음에서 삶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생명줄기처럼 따뜻하게 살아 움트는 것을 느끼오. 지난겨울, 그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시름으로, 그저 '살려달라'는 기도제목을 오가는 길 위에서도 간절하게 흩뿌리던 일도 이제는 감사의 추억으로 변하리라 믿습니다. 봉수형 모처럼 마련해 준 자리인데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건수야! 그대의 재담과 문장솜씨는 친구중의 최고였다. 건강하면서 자주 좋은 글을 올리면, 우리 모두 감자와 함께 묻어둔 옛날의 추억들을 호미로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건수친구의 건강한 모습 넘 좋아요. 건강하여 자주 좋은 글과 그림들 올려 주길 바래요. 건수친구의 쾌유를 빕니다.
송건수 선생 친구의 건강한 모습이 정말 보기좋습니다. 오래 못 만낫는데 많이 보고싶구려. 그솜시고 제법(?)일세. 실례------ 가까운 시간에 만나길 바라네.
이교장님 오랜만이네요 문지알에서 자취할때 생각나네요./ 올림피아님 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박교수님 당신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합니다./ 김교수님 고마워요. 사랑해요./ 정우야 네 소식 잘 든도 있어. 고마워/김종태 선생님, 남부순환도로 잘있지요? 고마워요./ 그 외에 저를 걱정해주시는 모든 송설 형제님들 넘 넘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