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기억에 잘 남는 이유는, 그러한 형질이 진화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위험을 피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평생 괴로워합니다. 단지 살아남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고통의 기억에 자신의 영혼을 내맡겨도 괜찮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과거에 겪은 고통과 슬픔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고통의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몇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손쉬운 문제였다면, 이토록 힘들지도 않았겠죠. 그래도 도움이 될 만한 간단한 팁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통의 기억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입니다. 담담하게 적는 행위만으로도, 적당한 거리감을 느끼면서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과 트라우마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마음이 씌워지면, 날카로운 고통의 기억이 점점 무디어집니다.
셋째 인스턴트 위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특히 SNS을 통한 의례적인 공감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킵니다. 자칫하면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넷째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 없는 큰 트라우마는 직접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심리학 대중서를 먼저 펼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이나 인터넷에서 구한 정보로는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전문적 도움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동아싸이언스,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그런데 이런 고통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국내 연구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약물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내고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른바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PTSD를 가진 환자들은 자신이 겪은 사고·사건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나 장소, 물건 등을 접하면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류인균·김지은 교수 연구팀은 PTSD와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해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약물은 가래 용해제로 쓰이던 ‘N-아세틸시스테인’의 새로운 효능을 찾아낸 것으로 이른바 ‘약물 리포지션(drug reposition)’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독성시험이 필요 없어 곧바로 2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동물실험을 통해 뇌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공포기억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다른 기억은 유지하면서 PTSD 증세를 줄여 주는 약물은 없었다. 연구진은 현재 일반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을 확인 중이고 약 3개월 뒤에는 수십 명의 실제 PTSD 환자 대상으로 한 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될 경우 빠르면 1, 2년 이내에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상현실을 활용해 공포반응을 줄이는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한다면 PTSD와 공포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싸이언스 송은경 기자.
트라우마, 즉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힘겹게 지낸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이 약이 빨리 상용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솔직히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어떤 신약이 나와도 그것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분들께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