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원성은
우성과 열성은 일란성 쌍둥이
둘 다 우생학이나 골상학을 믿지 않았다 사실은
무엇도 믿지 않았다
기도하지 않았고
진화하지 않았다
우성은 빛을, 광선을 줄줄이 직선으로 받아적는다
열성은 그림자를 밀도 높은 격자무늬로 색칠한다
열성이 발을 헛디딜 때 발목이 아작, 소리를 낼 때
우성은 빠르게 질주할 수 있었다
그의 길고 보기 좋은 다리가 그것을 도왔다
열성은 끝이 노랗게 변하는 이파리들을 잘라냈다
우성은 천장을 향해 수직으로 자라나는
선인장을 애지중지했다 한계 없는 갈증이 그것을 도왔다
맹목적인 성장이란 그런 것이니까
우성은 열성의 빈자리를 눈치챘지만 침묵할 줄 알았다
열성은 죽은 후에도 닥칠 줄 모르는
철없는 유령 같았다 투명해짐으로써 권능감을 느끼는
유령, 하지만
우성은 유령이라는 관습적인 관념에
속아줄 정도로 선량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태어났다 타고난 것이다
열성은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 매일 눈을 질끈 감았다
ㅡ웹진 《같이 가는 기분》(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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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르다는 지문처럼 누구나 독특한 유전자를 지닙니다
DNA에도 열성이 있고 우성이 있다고 합니다
저절로 진화하지 않지만, 때와 장소 그리고 경우에 따라 다르게 발현됩니다
다만 우성이 열성보다 한걸음 더 빠를 뿐이지요
뭔가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우성, 열성 유전자를 들여다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맹목적으로 끝없는 갈증으로 달려갑니다
가다가 막히면 다른 무엇을 탓하면서 두 눈 질끈 감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았고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늘진 곳에 숨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