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군 기름에 튀김옷 튀기는 절규 !!
18세기 호남의 실학자(實學者) 위백규(魏伯珪)가 있다. 위백규(魏伯珪)가 쓴 “격물설(格物說)”이라는 글이 있다. 그 글에는
“살면서 다른 사물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암놈 매미를 부르는 구애(求愛)의 소리뿐이다. 매미는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긴긴 여름 천명(天命)을 누리면서 신선(神仙)같이 맑은 노래만 부른다. 그러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면 조물주의 뜻에 순응하여 일생을 마친다. 어찌 신선의 성품이 아니겠는가?”라 하였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매미 소리가 귀를 매우 시끄럽게 하여 밉다고 하면서 소리를 내지 않는 놈이 좋다고 하였다.
이에 위백규는 말하기를 저 요란한 매미 노랫소리는 싫고 돈과 권력을 좇아 빌붙고 해코지하는 소리는 즐거워하는가?
자연의 이치(理致)는 참 오묘(奧妙)하다 ! 매미 노랫소리가 요란할 때 하늘은 고추잠자리를 보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전문가의 글을 보면 어른 매미의 일생은 짧다고 한다. 암컷 매미가 나무줄기 속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면 종(種)에 따라 6주~1년 후에 유충(幼蟲애벌레)이 태어난다. 유충(幼蟲)은 나무에서 내려와 땅속으로 들어가서 땅 밑 나무뿌리에 주둥이를 꽂아 수액을 빨아먹으며 자란다. 땅속에서 3~17년 동안 세월을 보내고 땅 위로 기어 나온 뒤 다시 높은 나무로 올라가 어른 매미가 된다.
이후 약 30일 내외의 일생을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생(生)을 마감한다. 우리는 맴맴 매미를 운다고 한다. 그러나 매미는 우는 것이 아니고 맴맴은 수컷의 우렁찬 소리는 암컷에 대한 “구애 신호”신호 노래라고 한다.
▶매미 소리에 대한 한시(漢詩) 몇 수를 옮긴다.
▶짧은 인생 悤悤六十一年光-빛 같이 빠르게 지나간 예순 한 해. 云是人間小劫桑-세속에는 소겁(小劫)의 긴 세월도 덧없다 하네. 歲月縱令白髮短-세월은 흰머리 짧게 하였더라도 風霜無奈丹心長-풍상도 어쩌지 못하니 단심은 영원하구나. 聽貧已覺換凡骨-가난에 내맡기어 범골을 바꾸었고 任病誰知得妙方-병에 의지하여 묘방을 얻었음을 누가 알랴. 流水餘生君莫問-흐르는 물 같은 여생 그대여 묻지 마소 蟬聲萬樹趁斜陽-숲 속 가득 매미소리 지는 해 쫓는구나. 이색(李穡)
▶매미소리를 들으며(聽蟬) 空山老樹多-빈 산에 해묵은 나무가 많아, 處處蟬聲邃-여기저기 매미 울음 그윽도 하다. 請君莫嫌喧-그대여 시끄럽다 싫어 말게나, 喧中有靜意-시끄러운 가운데 고요함 있네 윤기(尹愭)
▶새집에서 매미소리 高柳蟬聲夏亦寒-키 큰 버들 매미 소리 여름에도 서늘한데, 談風吟露夕陽欄-석양에 난간에서 시끄러움 가운데 고요하네 滿城滾滾緇塵裏-성(城)에 자옥한 검은 먼지 뒤에는 地位超然占淨乾-이곳만 초연하게 깨끗한 땅 차지했네 김윤식(金允植)
▶누구에게 말을 할까 數日蟬聲語-여러 날 매미 소리 맑더란 얘기를 書之寄丈人-글에 써서 어른께 보내드렸지만 丈人今不在-그 어른 이제는 계시지 않으니 此意竟誰陳-이 마음 앞으로 누구에게 말을 할까 송시열(宋時烈) ※이시는 송시열(宋時烈)이 창강(滄江) 조속(趙涑)의 타계(他界)에 쓴 만시(挽詩)다.
▶數日來-며칠 사이 蟬聲益淸-매미 소리가 더욱 맑습니다. 每聽之-들을 때마다 未嘗不懷高風也-높은 풍도를 그리워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주자(朱子) 주자(朱子)가 여백공(呂伯恭)에게 편지다.
8월을 접어들면서 매미소리가 더 요란한 단말마(斷末魔)다 ※단말마(斷末魔)-인간이 죽을 때 느끼는 최후의 고통이다 단말마는 한자어(漢字語)가 아니고 산스크리트 어다.
태어난 지 불과 얼마 되었다고 (하기야 매미의 일생 며칠은 인간의 100년과 같을 것이다.)
짝을 찾는 절규(絶叫) 목소리가 8월 하늘과 대지(大地)가 흔들리는 듯하다.
모더니즘(modernism) 하이쿠(ハイク일본정형시) 시인이라 알려진 일본시인 도미자와 가키오(富澤赤黃男)는 매미 소리를
“기름매미는 찌르르르, 찌르르르 우는 소리가 기름 끓는 소리 같다” 고 하였다.
정말 저 나뭇가지 위에서 뜨겁게 달군 기름에 튀김옷 입히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절박(切迫) 그 자체다 기름매미의 애타는 구애(求愛)에 애먼 사람(억울한 사람) 마음도 흔들릴 지경이다.
18년 가까운 컴컴한 땅속에서 오매불망(寤寐不忘) 이 한 계절만을 기다리며 버텨왔지 않은가! 오죽 좋을까. 그 매미의 마음을 상상하면
노래던 울음이던 울어라 더 울어라 실컷 울어라 !
오랜 기다림 끝에 이윽고 날개를 폈을 때 날갯죽지 사이로 느껴온 첫 대지의 기운은 어땟을까?
아팠을까 무서웠을까 시원했을까.
사람이 매미의 마음을 알 길이 없지만 8월에 대지를 뒤흔드는 절규만큼은 확실한 계절의 존재감이 있는 막바지 여름의 전령(傳令)이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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