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노 시호. 그녀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한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다. 그것도 파이터 추성훈의 아내이자 추사랑의 엄마로 말이다. 물론 일본 최고의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긴 하지만 아직 ‘모델 야노 시호’는 어색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델의 모습이 아닌, 때론 애교스럽고 또 때론 유쾌하게 웃는 모습이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실제로도 그녀는 TV속에 비친 그대로였다. 같이 있기만 해도 유쾌함이 전해지는 사람. 그 밝은 에너지에 전염되어 덩달아 신나고 웃음이 나게 만드는 사람. 야노 시호가 그랬다. 반복되는, 수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와 질문에 지칠 법도 한데 연신 웃는 모습으로 진지하게 질문에 답했다. 기자 역시 반가운 마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인터뷰에 임했다. 이런 그녀의 밝음을 전하고자 독자에게 인사말을 부탁하니,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노트를 서둘러 꺼낸다. 한국어 공부가 한창이라는 그녀는 인터뷰를 위해 한국어 인사말을 준비해 온 것이다. 노트 가득 일본어와 한국어가 번갈아 적혀 있었다. 한국어 선생님과 함께 준비한 인사라며, 조금은 어색한 말투로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로 인사말을 전했다. 물론 여러 번의 NG와 유쾌한 웃음을 더하며. 인터뷰를 마칠 때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추사랑이 풍선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한 손에는 불기전의 풍선을 이리저리 흔들며. 그리곤 대뜸 야노 시호에게 풍선을 건네며 불어달라고 졸랐다. 풍선을 선뜻 건네 받은 그녀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풍선을 보자 그녀가 책에서 밝혔던, 모델로써, 아내로써 그리고 엄마 시호로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고백이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한국 독자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 (한국어로) 처음 뵙겠습니다. 시호입니다.(웃음) 저는 사랑이 엄마, 모델 시호입니다. 남편 이야기는 없네. 뭐 괜찮아요. 제 책이 나왔습니다. 책은 어떤 계기로 출간하게 되었는지 출판사 에이지21의 일본 법인인 에이지출판에서 의뢰를 받았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아직 이 책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이 책은 제가 모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인생과 어떻게 마주해 왔는지를 담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 생각했고, 고민했는지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을 문장으로 정리했어요.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무언가 변화의 계기가 된다거나, 행복으로 이어지는 자그마한 힌트가 되면 정말 기쁠 거예요. (웃음) "꼭 읽어주세요(한국어)." 일본에서도 책을 낸 적이 있으신가요? 네. 굉장히 많이 냈죠. 요가나 운동법 등과 관련된 책을 냈고, 사진집도 여러 권 있어요. 총 10종 정도 출간했습니다. 『SHIHO』에 있는 사진 중에서는 일본 사진집에 들어 있던 것들도 많아요. 일본에서 책을 낸다는 것과 한국에서 책을 낸다는 것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분위기나 느낌도 그렇고. 한국에서 출간된 이번 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좋아요. 본문 디자인도 제가 좋아하는 느낌으로 꾸며 주셨고, 이야기를 꾸린 구성도 참 마음에 들어요. 일본에서는 이렇게까지 제 사생활을 말한 적이 없어요. 어렸을 적의 부모님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현재 제 곁에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렇게 실시간으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한국은 ‘가족’이라는 것을 참 중시하는 문화이기도 하니까, 이렇게까지 저도 가족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해요. 책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추성훈 씨나 사랑이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남편은 아직 읽지 않았어요.(웃음) 사랑이는 “이거 엄마 책이야?” 하고 물어보는 느낌이고요. 사랑이가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델로서 활동하는 영상을 사랑이에게 처음 보여주던 날, “이…. 이게 엄마가 하는 일이야?” 하고 매우 놀라운 기색을 내비쳤었어요. 하하. 일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에는 “엄마, 오늘도 일 열심히 해!”와 같은 말을 하곤 해요. 개인적으로는 딸아이가 저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방송을 통해서 가족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노출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지요. 부담을 느낀다는 것보다는 배우게 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속내가 많이 드러난 책인데, 그래도 뭔가 더 드러내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나요? “이런 삶도 있어요!”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책장을 덮은 후에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드린다는 의미에서요. 제가 경험해 온 것들이 이런 식으로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야노 시호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으시라는 의미인가요? 이렇게 일을 계속하는 것도 저의 꿈이었고, 행복한 가족을 꾸리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모두 저의 꿈이었어요. 그렇지만 사실 이것을 한 번에 모두 붙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그 가운데 모든 일의 ‘균형’을 잡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테마(라이프워크)예요. ‘저는 이런 식으로 이런 문제와 마주했어요’라든가 ‘모든 일이 잘 흘러가지만은 않았어요. 이런 실패도 있었고, 이런 고민도 있었습니다’와 같은 저의 경험이 가득 들어 있는 책이에요. 그래서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 이를테면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에 고민하는 사람들, 일과 가족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책을 보면 모델 전의 활동이나 어머니와의 관계, 딸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 있던데요. 책을 쓰는 일이 지난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일도 그렇고, 육아도 그렇고, 가족 문제도 그렇고, 저 자신의 문제도 그렇고.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 바쁜 하루였어요. 그러니까 ‘이 일만 넘기면 돼’와도 같은 마음이었지, 그 일들을 하나하나 즐기지는 못했죠. 돌아보면 분명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음에도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이 책과 마주하게 되면서, 무엇보다도 저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지난 일을 정리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저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 느낌이에요. 책을 쓰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에피소드라… 아, 쓰면서도 ‘내 이야기가(다른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을까?’ 하는 의문이 줄곧 있었어요. 저는 물론 스스로의 이야기니까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독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웃음) 읽으면서 ‘이거 뭐 이렇게 지루해?’ 이런 생각을 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죠. 아! 처음에는 일본 출판사에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 있어서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독자들이 원하는 건 이게 아닐 텐데’ 하는 마음이 제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까지 진행한 작업을 중단하고, 한국 출판사와 함께 만들게 되었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것이죠.(웃음) 한국에 있는 편집자분이 ‘한국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하는 식으로 의견을 주셨고, 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면 좋을지 굉장히 많은 의견을 나누었어요. 정말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죠. 일본에서 작업했던 초창기 원고와 비교하면, 방향이 꽤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어요. 이것을 에피소드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한국에 자주 오게 될 것 같은데, 한국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요? 즐거워요! 하하. 그렇지만 그다지 일본과 다른 점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렇지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역시 제가 ‘모델로서’ 존재한다는 사실, ‘아내’로서 존재한다는 사실, ‘엄마’로서 존재한다는 사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보내게 되는 시간’과 ‘그 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마음은 늘 품고 있어요. 책에는 ‘모델’, ‘아내’, ‘엄마’, ‘여성'으로서의 시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다. 그 가운데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가지 고른다면. 그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안 돼요. 책 내용 중에 ‘욕심쟁이의 삶’에 관해 다룬 부분이 있잖아요?(웃음) 한 가지 역할이라도 빠진다면, 저는 행복할 수 없어요. 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가족이 없다면 역시 전혀 행복하지 않을 테고, 반대로 가정 내에서는 정말 행복하다고 할지라도 일에 있어서 무언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부족한 느낌이 들 거예요. 만약 남편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굳이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모든 것의 균형을 잡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기엔 TV 프로그램을 통해 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마 시호’를 가장 중요시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요? 언제나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존재로 있고 싶죠. 언제나 아이를 생각하고 싶고, 언제나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드러냈지만, '못 보여줘서 안타깝다’, ‘책을 만들면서 편집된 부분이 있다’ 하는 게 있다면? 아! 남편과의 연애 이야기는 부끄러워서, 일단 쓰기는 했지만 도중에 전부 삭제했어요.(웃음) 첫 만남부터 시작해서 연애,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는 결국 다 삭제했죠. 그런데 사실 독자들은 그게 더 궁금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두 번째 책에서 쓸게요!(웃음) 모델로서는 최정상에 올랐습니다. 앞으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본에서는 모델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렇지만 ‘아시아'라든가 ‘세계’의 수준에서 생각하자면, 아직은 그렇게 인식되지는 못한 채라고 생각해요. 역시 ‘아시아 모델’로서 인식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더 바빠지면, 딸과 함께할 시간이 적어질 텐데 괜찮으신가요? 일뿐만 아니라, 저에게 주어진 ‘삶의 방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모델로서 저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있고, 그것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죠. 그러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사실, ‘일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 이런 마음은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반짝이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책 부제도 ‘사랑이 반짝하고 빛나는 때’잖아요. 저도 계속 이 마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도 ‘열심히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반짝이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신의 마음속에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니까 무언가 한 가지에 온 집중을 다해서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비단 ‘모델’뿐만 아니라, 저는 저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어요. 그것이 다 제대로 되어 있을 때에 비로소 웃을 수 있죠. ‘일'은 그저 역할 중의 하나로 대답한 것뿐이고, 저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이 다 소중하죠. 그 모든 역할을 다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각각의 역할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있는가, 나 또한 각각의 역할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행복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든가 아시아라든가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딸이 엄마를 더 좋아하나요, 아빠를 더 좋아하나요? 서로 인기를 얻기 위해 경쟁을 할 것도 같은데요. 사랑이는 우리 둘을 좋아해요.(웃음) 우리 가운데에 안겨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그 장점을 적당히 잘 섞어서 아이를 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가끔씩 질투를 하게 되는 때도 있죠.(웃음) 남편과 사랑이가 둘만의 세계에 있을 때에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사랑이에게 있어서는 무한한 애정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것을 다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어요. 사랑이의 사랑을 받기 위해 누군가와 경쟁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남편을 대할 때에는 아무래도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죠.(웃음) 그러니까 사랑이에게 ‘엄마를 지금보다 더 사랑해 줘!’ 하는 마음을 품기보다도 오히려 남편을 향해 ‘나를 지금보다 더 사랑해 줘!’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남편도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의 사랑을 얻기보다는, 서로에 대해서 ‘우리 괜찮은 거야?’ 하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사랑이는 우리 둘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답니다. 책을 보면, 옛날의 야노 시호와 지금의 야노 시호가 많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했나요? 아! 예전에는 저밖에 몰랐고, 오직 ‘저’만을 위한 삶을 살았어요. 지금은 저 자신을 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랑이를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 모델로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저만의 힘이 아니었으니까요. 저를 지탱해 주고 지켜준 많은 사람들 덕분이죠. 그래서 저 또한 다른 사람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