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공포, 공황)은 그리스 신화에서 염소 뿔과 염소 다리를 가진, 반은 짐승이고 반은 인간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목양신牧羊神 Pan(팬)에서 유래된 말이다. '들판의 신'으로 불린 Pan은 'pasture(목초지)'를 뜻하는 그리스어 paein에서 나온 말이다. 판은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Hermes와 암염소she-goat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판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인지라 인간에게는 없는 뿔, 꼬리, 털 등을 갖고 있어 그 모습을 본 다른 신들 중 하나가 "너, 별걸 다 가지고 있구나. 앞으로는 'Pan'이라고 불러야겠다"고 했다나. pan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이란 뜻이다. 우리가 '범미국적Pan-American', '범아시아적Pan-Asian'이라고 할 때의 이 '범汎'이 바로 Pan의 이름에서 온 말이다.
판은 요정 시링크스Syrinx를 사랑했는데, 시링크스는 그의 추한 모습이 너무나 싫은 나머지 그에게서 영원히 도망치기 위해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차라리 갈대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갈대로 변했고, 판은 너무나 슬픈 나머지 그녀의 몸이 갈대의 가지를 각기 길이가 다르게 몇 개를 잘라서 악기를 만들었다. 이 악기가 바로 팬파이프Panpipe다. 팬플루트Panflute라고도 한다. 여러 개의 길이가 다른 관을 엮어놓은 형태로 입으로 무는 부분이 없고, 아래쪽이 막혀 있으며, 파이프의 윗부분을 가로 방향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syringe(주사기, 주입기)는 갈대가 된 요정 Syrinx에서 유래한 말이다.
생김새도 영 이상한 Pan이 밤에 기괴한 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짓궂게도 사람이 지나가면 숲속에서 뛰쳐나와 깜짝 놀라게 만드는 악취미를 갖고 있었다니, 사람들이 기겁을 할 만하지 않은가. panic은 '팬에 속하는pertaining to Pan'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인 panikos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팬은 마라톤 전투Battle of Marathon에서 페르시아군을 공포에 질려 도망가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리스인의 숭배 대상이기도 했다.
panic엔 '경제 공황'이란 뜻도 있다. 이와 관련 존 스틸 고든은 [월스트리트제국: 금융자본권력의 역사 350년]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은행이 지급 거절에 들어가면 불안이 다른 은행의 예금자들에까지 확산되어 결국엔 전 금융 영역에 인출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심리학 개념인 패닉panic이 금융 용어로 자리잡은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중장년층에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공황장애'는 'panic disorders'라고 한다. 최현석은 공황장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황장애를 않는 환자는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경험합니다. 강한 공포와 곧 죽지 않을까 하는 불안 증상과 함께, 호흡 곤란, 심장 두근거림, 가슴 통증, 휘청거리는 느낌, 자기 자신이나 주위가 달라진 것 같은 비현실감, 손발 저림, 몸 떨림, 땀 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동시에 미치거나 어떤 사고를 저지를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옵니다."
강준만 / 영어 인문학 이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