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닿는 바람이 아기 손처럼 부드럽습니다. 어제는 큰딸아이 운동회 날이었습니다. 오전 근무만 마치고 정신없이 학교로 갔습니다. 맞벌이를 하느라 힘들어도 1년에 한 번 있는 운동회를 놓치기는 너무 서운하니까요.
아이들이 신나게 달리고, 춤추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막연한 그리움에 젖어 있는데 사무실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딸아이에게 뛰어가 말했습니다.
“미안해, 엄마 일이 있어서…. 그래도 원빈이 하는 건 모두 봐서 다행이다. 옷, 가방 잘 챙겨서 집에 가. 이따 보자.”
7시쯤 집에 들어서는데 아이가 가만히 다가와 속삭입니다. “엄마, 나 어떡하지? 학교에서 옷 잃어버렸어, 윗도리….”
한동안 아이를 바라보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어 환히 웃어 주었습니다. 남편은 당황한 듯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귓속말을 합니다. “웬일이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줄 알았는데. 원빈 엄마답지 않네~”
솔직히 큰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순간 어릴 적 생각이 났습니다.
운동회 날, 교문 앞에서 보따리장수가 인형을 팔았습니다. 저는 엄마를 한참이나 졸라 그 인형을 샀지요. 운동회가 끝날 무렵,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인형을 잃어버린 저는 빈손바닥만 보며 울고 또 울었답니다.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지 팥 나나? 사실 내가 어려서 그렇게 잘 잃어버렸거든요. 체육복이며 실내화…. 다 셀 수도 없어.”
잠자리 들기 전 딸아이 머리맡에 앉아 아이와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습니다. “네 물건들이 주인 잃어 얼마나 서럽겠니? 다음부터 잘 챙기자. 알았지?”
아이의 눈은 빛났지만 아마도 콩 이야기는 앞으로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미성 / 인천 연수구 동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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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
사람이 일할 때는 사람이 일한다. 그러나 사람이 기도할 때는 하나님이 일한다. 사람의 기도는 하늘을 움직인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기도에 더욱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