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김종민은 올해 서른 살이다. 어리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그의 야구인생은 평탄치 않았다.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후 1군 무대를 꿈꿨지만, 방출 통보를 받았고 군대에 입대 후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형 하나만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아픈 동생을 위해서라도 프로 무대는 그에게 간절했고, 절박했다. 2년이란 시간을 원더스에서 보내며 실력을 가다듬은 김종민은 2013시즌이 끝났을 무렵, kt의 부름을 받았고 그간의 설움을 쏟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절치부심’, 이를 갈면서 준비한 1군 무대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후배 안중열과 선배 용덕한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고 그 후에는 트레이드 된 장성우가 주전 마스크를 쓰고 앉았다. 2군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뛰고 있는 김종민에게는 좀처럼 기회란 찾아오지 않는 듯 했다.
kt에 입단한 이래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을 때는 대수비로만 출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10일 뒤인 7월 21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은 김종민은 넥센전과 롯데전 각각 한 타석에 들어섰지만 방망이는 침묵했다. 8월 4일, 홈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 대수비로 출전한 김종민은 7회말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섰고, 드디어 기다리던 첫 안타가 터졌다.
첫 안타에 첫 득점까지 신고한 김종민은 이어 들어선 8회말에도 적시타를 때려내며 첫 타점도 기록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청신호였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조범현 감독은 다음 날인 5일, 선발 라인업에 김종민의 이름을 올렸고 처음으로 9이닝을 소화했다.
포수 김종민(30·kt)이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두 명의 포수 중 한 명으로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윤요섭과 함께 kt 안방을 책임질 1군 포수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 때문일까. ‘감격’이라는 단어서는 울림이 느껴졌다.
kt 안방은 지난 가을 큰 고비를 겪었다. 주전포수가 빠지니 전력이 순식간에 약화했다. 팀 분위기는 다운됐고, 외부에서는 남아있는 포수들에 대해 큰 의문을 표했다. 김종민 역시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 한 가운데 있었다. 자존심에는 분명 상처가 될 법했다. 그러나 냉정한 평가 앞에는 의연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아무래도 기분은 좋지 않다. 그런데 선수는 스스로 잘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남들이 인정해줬을 때 그게 진짜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동기부여로 바꾸어 생각했다. 김종민은 조범현 감독, 김필중 배터리코치의 조언들을 그대로 흡수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걸 느꼈다. 또 시범경기서 많은 경기를 맡으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조범현 감독은 김종민에 대해 “경기를 치를수록 투수와의 호흡이나 볼배합 등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야기해준 것을 잘 받아들이고, 본인이 응용을 잘하는 것도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김종민의 올 시즌 역할은 윤요섭과 함께 kt 안방을 안정화하는 것. 공격 면에서 앞선 윤요섭이 주전을 맡고 김종민이 그 뒤를 받친다. 김종민은 백업포수로서 “최소 실점을 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금 우리 팀 타선이 워낙 좋다. 빅이닝만 안 내주면 따라잡을 수 있는 타선이기 때문에 투수들을 잘 리드해서 최소 실점으로 막고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현재, kt 위즈의 주전포수는 김종민(30)이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그의 역할은 백업이었는데 어느덧 실력으로 당당히 주전 경쟁을 이겨냈다. 김종민은 주전으로 시즌을 맞았던 윤요섭이 부진한 사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4월 20일 수원 두산전부터 11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실력도 일취월장이다. 김필중 배터리코치는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실력이 좋아졌다”며 “김종민은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다. 투수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블로킹을 잘해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주전 김종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종민은 통산 출전 경기 수가 26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조범현 감독은 김종민보다는 윤요섭을 주전에 가깝게 봤다. 그러나 김종민에게도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기회가 찾아왔다. 김종민은 기회를 잡았다. 한 번, 두 번 선발 출전하더니 이제는 선발 라인업에 고정됐다. 휴식일이던 지난 2일에는 윤요섭을 1군에서 말소했다. 시즌 전 주전포수의 역할을 맡았던 그를 말소했다는 건 김종민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력, 그리고 발전상으로 보여준 결과다. 김종민은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블로킹, 투수 리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꼽혔던 그인데, 경기를 경험할수록 빠르게 안정을 더했다. 정확한 ‘앉아쏴’도 장점. 김필중 코치의 도움으로 밸런스를 보완했다. 김종민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은 0.412. 20경기 이상 출전한 각 팀 주전 포수 중 이재원(SK, 0.474)-박동원(넥센, 0.414)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김종민은 “발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스스로도 경기를 치를수록 여유가 생기고 시야도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은 한 팀의 주전포수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보팀 직원이 “오늘도 네가 메인이네”하며 보여준 한 모바일 메신저 야구 소식에는 경기 수훈선수 김종민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 이제는 메인에 오르는 일도 잦아졌다. 이렇게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달라진 위상이다. 최근에는 전문가에게 네일 관리도 받았다. 김종민의 손톱은 이제 형광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다. 경기 출전이 늘어나자 주전포수로서 ‘투자’를 한 것이다. 김종민은 “작년에 한 번 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숍에 가서 했다. 아무래도 경기 수가 많아지니까...”라며 웃었다
또 달라진 점은 감독의 신뢰다. 우리나라 포수의 대가로 꼽히는 조범현 감독에게 믿음을 받고 있다는 게 그 어떤 것보다 기쁘다고. 김종민은 “전보다 감독님이 나를 많이 믿으시는 것 같다. 우리나라 포수 최고 권위자 감독님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말이다”고 했다.
첫댓글 윤요섭은 이 좋은 상황에서도 한자리 못차지하고 밀리는건가ㅜㅜ
타격 때문에 주전으로 기용했는데 도루 저지율이 너무 형편없고 투수리드도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죠. 김종민이 정말 기회를 잘 잡았습니다.
매번 KT관련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KT 위즈 팀에 대해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kt덕분에 야구를 보게된 야알못입니다. 제가 글을 쓴만큼 많은 팬분들이 kt에 관심가졌으면 좋겠네요^^
앉아쏴하던데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