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욕이라도 한바탕 해야겠습니다.
장장 한시간에 걸쳐 썼던 후기가 날아가버렸습니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었지만 든 노력과 시간과 쥐어짠 세포를 생각하니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ㅠ
필받아서 쓴 원글에 비해 리바이벌 글은 퀄러티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정설인지라... 성에 안차고 중언부언 하더라도 걍 넘어가 주세요.
특히 말도 안되는 이상한 시추에이션이라도 참석 동도분들의 양해를 간절히 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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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무지 내리는 꼭두새벽,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일찍 한양으로 올라갔습니다.
비는 내리고 온도도 그다지 높은 거 같지 않은데 습도 때문인지 조금 걸었다고 온통 땀에 범벅이 되더군요. 옷 두께 선택에서 실패를 한 셈으로, 그다지 산뜻하게 시작하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새벽 6시 10분 첫차. 용산에서 조조로 본얼티메이텀을 봤지요.
(영화는 무지 재밌었습니다. 추천이요. 보실 분은 미리 본아이덴티티와 본슈프리머시를 복습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조반을 거른터라 이른 점심을 먹었는데 뜻밖의 '깜박' 사건으로 오후의 스케줄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습니다.
땀흘리며 걸어다닐 생각에 막막하던 차, 나름대로 다행스럽더군요. 유쾌한 모임에 불유쾌한 모습으로 가기가 영 께름칙했거든요.
역시 아침잠을 설쳐 연신 하품을 해대는 동행인을 돌려보내고 일찌감치 광화문쪽으로 갔습니다.
옷은 무겁고 우산은 어느덧 애물단지 되고...
5호선 8번 출구로 나와서 주변을 대충 답습하고 세종문화회관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까, 가까운데서 노인분들이 담배를 피시길래 그냥 일어나서 커피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른 점심을 먹은 탓에 좀 출출하기도 했었던 시간, 케익 한 조각과 커피를 시켜(일회용 컵에 담아주길래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에 담아주냐, 난 종이컵 싫다, 고 까탈을 부렸더니 머그컵에 옮겨 주더군요) 커피숍 이 층에 가서 먹으며 마시며 책 읽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H-Hour가 한 시간 반쯤 남았을 때였습니다.
다시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 상하이 출장을 마치고 전날 돌아오신 개파라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오랜만이라 회포를 풀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음료를 더 시키지는 않고 그냥 앉아서 얘기만 나눴습니다. 개파라님 목소리는 낮아서 옆자리 사람들은 아슬란이 혼자서 떠드는 줄 알았을 겝니다.
소심한 A형, 아무도 없는 약속 장소에 뻘쭘하니 있는 상황을 몹시 난감해 하는 터라 늦는게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6시 5분쯤에 취승님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가 연신 울려대는데 취승님의 그 낭랑하다고 하는 목소리는 나올 생각을 안해서 쬐끔 좌절 모드로 들아가는 순간 왠 애띤(!)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오즈의 용기없는 사잡니다', 라고 덧붙이려는데 취승님이 먼저 알아채시더군요.
"어디세요?"
"광화문 스타벅스 앞이에요."
사실은 자세한 길을 물어보려고 한 것인데 취승님의 친절이 한 발 앞서더군요.(미리 말씀드리지만 아슬란 그 날 뒷북 여러번 칩니다)
"아 네. 지금 그리로 갈게요."
개파라님과 기다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대와는 달리 '두 분'이 다가오시더라구요.
전화속 목소리의 주인공이 취승님인 것은 알겠는데, 다른 한 분이 누군지 슬슬 눈치를 봤습니다. 인사를 하는데도 소개가 없으셔서... 당연 아시리라 생각하신 거겠지요만, 사실 안지는 소강호의 역사만큼 됐지만 정작 모두를 뵌 건 처음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촌장님인 것은 조금 시간이 경과한 후에 알았습니다.
확실히 그 바닥 '통' 만 알듯한,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들어서니 약속된 중국집이었습니다.
맘좋아뵈는 주인 아주머니가 한 켠으로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다시 인사를 하고 알콜 도수 0인 물로 시작을 했습니다. 음식은 시켜도 술은 시킬 이유가 없었다는 사실. ㅋㅋㅋ
저와 개파라님, 물수님이 구면이고 촌장님, 취승님 그리고 닷옥님이 이미 안면이 있으신 터라 당연히 뒷담화가 시작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첫 타겟은 광팔기의 제왕, 주신, 약선, 사천당문의 후예라는 알흠다운 별호에 빛나는 물수님 되겠습니다.
"물수님이 말입니다. 안그래보여도 상당히 음흉스럽지 않습니까? 광파는 거 보세요."
사악하게 물꼬를 트는 아슬란, 예가 아닌 줄 모르셨을 리가 없건만 말 건넨 사람 썰렁하게 하실 분들이 못되시는 터라.
"그렇습니다. 광파는 기술 전수라도..."
뭐 이런 말들이 오가는데, 그 사천의 당문, 양반네가 아닌 모양입니다. 취승님 핸드폰이 울립니다.
"거의 다 오셨답니다."
이어서 제 핸드폰에도 문자가 날라옵니다. 종로 3가 지나는 중, 도착은 했나? 이런 내용입니다.
아슬란이 지각 동기생이길 바라는 사악한 희망이 살짝 엿보입니다. ^^a
찔립니다. 이럴 땐 자수해서 광명찾는게 최선입니다.
개파라님이 중국 얘기를 하고 계시는 동안 손가락 족이 못되는 아슬란 천지인 찾아서 누른다고 한참을 끙끙댔습니다.
"물수님 씹히는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바라보고 앉은 아슬란의 시선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잡힙니다. ㅋㅋㅋ 물수님 등장입니다. 그리고 뽕주도~!
타겟이 움직입니다. 다음 타자는 당연히 닷옥님입니다.
"수담님은 말입니다.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딱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우~ 그래요?"
만화라면 무협보다 훨씬 먼저 접한 아슬란 영혼의 피와 살입니다. 당연히 눈이 반짝거린...(내가 나를 볼 수 없으니 확신은 없습니다만)
닷옥님네 수씨 집안도 그렇게 양반은 못되나 봅니다. 취승님 또 한번 통화를 하십니다.
접촉사고가 났다는 연락인 모양입니다. 조금 걱정은 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듯 해서 다시 원래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당수수님의 섬세한 손길에도 불구하고 뽕주 병을 막은 코르크 마개가 부러져 버렸습니다. 맘좋으신 쥔 아줌마께 와인따개를 빌렸습니다. 그리고 잔도.
진자주빛 진한 색깔이 예술인 액체입니다. 반갑다는 새삼스런 인사와 더불어 건배를 하고 넘기니 맛은 더 예술입니다. 슬그머니 수수님 곁을 훔쳐보니 한 병 뿐입니다. ㅡ.ㅡ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간이 흐릅니다.
드디어 닷옥님이 등장하시고 그 날의 총인원이 여섯명이 되었습니다.
만화속 캐릭터란 그 설명이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만화의 사각 칸 안에서 폴짝 뛰어내려오신 듯한 분입니다. (사실 아슬란 눈엔 그날 초면인 세 분이 다 만화 주인공 같았답니다. 뒤늦게 고백하자면)
고수분들의 대화 가운데 소강호 7년의 역사가 흥하고 쇠하길 여러번 합니다.
인물사, 문장사, 토론사... 그리고 사생활사. ㅋㅋㅋ 듣고만 있어도 재밌습니다. 물론 간간히 끼어들기도 했습니다.
멤버 중 가입시기가 가장 늦은 개파라님도 즐겁게 대화에 참여해 주시더군요.
아참, 종횡천하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아슬란이 아무 것도 모르고 무례를 저지른 듯 싶습니다. 너그러히 봐주세요.
뽕주가 바닥이 났습니다. 다음은 상해서 개파라님이 갓 들여오신 따끈따끈한 모태주 차례입니다.
그 향에 코 끝이 호강합니다. 몇 순배가 더 돌고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습니다.
예전 정모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도마위에 올려져 한껏 다져집니다. 후기로만 읽었었는데 당사자님들 입을 통해 들으니, 또한 전설이 된 얘기들이니 그 얼마나 재밌습니까. 하하, 한 때 즐겁게 글을 나누었던 동도들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집니다. 소강호 혈풍 당시 여러 유령회원들과 더불어 애꿎게 산화(?)하신 많은 보고싶던 분들... 몇몇 예외는 남겨주시지 그랬냐고 닷옥님과 아슬란이 촌장님께 노골적으로 원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소강호 정모니만큼 무협얘기, 책얘기, 뭐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동쪽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일련의 음모에 대한 수수님의 강의를 듣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어? 이야기 주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하는데 자화자찬도 이런 자화자찬이 없습니다.
고래가 백마리 쯤 단체로 매스게임을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팬"인 이상한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특히 요즘 현상비무대에서 빛나는 명문을 선보이신 취승님, 아예 직업을 바꾸라는 모두의 성원(?)에 연신 손사레를 치셔야 했습니다.
개파라님은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을 하셔서 그 진가를 보여주시길 강제로 약속하셨답니다.
마지막 음식이 나옵니다. 모태주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슬 아슬란의 컴퓨터, 아니 잔머리가 돌아갑니다.
시간이 감에 따라 혈중 알콜 농도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절대 낮아지지는 않을 터.
더 늦기 전에 소기의 목표 숙제를 해야 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구해서 십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사라전 종횡기. 그 중 '운좋게 마침 오늘' 읽었던 8권을 꺼내듭니다. 깡촌에서 올라오는데 열 권을 다 가지고 오긴 너무 무겁더라구요.
닷옥님께 사인을 부탁했습니다.
책 앞 백지 위에 볼펜을 든 닷옥님의 손이 달립니다. 오래된 팬을 자처하는 아슬란 입이 벌어집니다.
(ㅎㅎㅎ 닷옥님은 천재일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촌장님이 취승님께 카라마조프의 형제 상품을 건네십니다. 개파라님은 평소 반해있던 촌장님께 '술'이라는 책을 선물합니다. 물질과 물질이 오고가는 이 알흠다운 장면, ㅋㅋㅋ 아슬란도 하나 건집니다.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 ㅎㅎㅎ 부족한 내공을 그로써 보완하라는 촌장님의 깊은 뜻은 살짝 모른체 하고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걸 고르는 아슬란은 연신 싱글거릴 수 밖에요.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그 날의 회비를 걷으려는 순간,
제일 나중에 오셔서 제일 나가기 편한 자리에 앉으셨던 닷옥님이 남보다 한 발 앞서 절정의 경공을 발휘하십니다.
"관두시지 마시지... 앞으로도 종종 늦어주세용...^^;;" <-- 누가 하신 말씀인지? 아시는 분?
투비컨티뉴드....입니당.
(생각할 수록 원글 아까와 죽겠습니다. 죽이는 프롤로그가 있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뻥을?? @.@)
피에쑤1 : 개파라님, 넘 일찍 들가셔서 무쟈게 섭섭했다우. 담엔 시간을 더 넉넉히...^^;;
아참 그리고 님 말씀이 맞더이다. 모태주가 나중에 아무 징후도 없이 조용히 깨더니 잠팅이 아슬란이 양 3,4천 마리랑 밤새 씨름을 해야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었습니다.
피에쑤2 :
"담배 펴도 되요?" 라는 물음에 거의 반사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안되요!"라고 답한 아슬란의 무례에 전혀 언짢아 하시지 않고 여러번 밖으로 나가셔야 했던 닷옥님을 비롯하여 취승님 개파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꼭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첫댓글 으흠...거 뭐시냐...다들 상상의 이미지가 대략 비슷하였는데...제 이미지만 전혀 아니였다는 중론이...쩝...넵 맞습니다....음흉한 물귀신.....하지만 전 감춘게 없었걸랑요...항상 제모습 설명하라면 배둘레햄 빛나리 모습의 잘생긴 ...(퍽...#.@) 아조씨라고 했었는뎅.......아무도 안 믿으셨다는...이젠 믿으시겠죠....잘생긴(퍼퍼벅....#,.#) 아조씨인거....^^;;;
무려 14시간을 잤더니 머리가 얼얼하군요. 근디 술이란 책, 촌장님이 수수님께 줬던 건가요? 아니면 개파라님이 촌장님게 줬던건가요? 촌장님은 전자라고 하시던데 ㅋㅋ/수수님 캐릭터는 진짜 깼습니다. 새초롬하고 샤프한 이미지인 줄 알았더니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더라구요.ㅎㅎㅎ
취승님// 제가 알기론 후잔데용... 개파라님에서 촌장님, 촌장님에서 수수님으로 곧장 넘어갔다는... -.- 개파라님 기분 나쁘실 거라고 말한 기억도 나는데...(뭐 워낙 어수선?한 분위기라 제가 착각했을 수도...^^;;) 수수님 캐릭터, ㅋㅋㅋ 하나도 안깨던데용(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합니다만). 배둘레햄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 라이브러리를 간직한 목 위의 그 부분(뭐, 무협적 표현이니까 그러려니 해주셔용).../// 수수님, 잘생긴... 맞습니다, 맞고요!!! 안믿는 사람이 바보죵.
개파람님의 술이라는 책은 지금 저에게 와 있다는....촌장님이 읽으신 책이라며 제게 주시며 보고 다음 분에게 넘겨 주라고 하셨다는....담타자로 취승님께 넘겨 드릴 갑쇼? 예약하시라는....술에 대한 주옥같은 글이 담겨 있더라는....개파라님의 술에대한 공력이 텍사스 소떼 쳐럼 겁나게 다가온다는...칫...새초롬 샤프는 여성일런줄 알았는데 깨몽 했다는걸로 들립니다요...그리 아조씨라 했건만 취승님의 트라우마로 남겠슴돠...ㅋㅋ...아슬란님 믿쉽미까? 믿는자에게 복이....ㅋㅋ
촌장님은, 아~ 이미 읽으신 거였구나!! /// 네 저야 잘 믿어서 복 터지지요. ㅋㅋㅋㅋ
역시 ㅋㅋ 후기도 잘쓰는분이 쓰시면 (?) 그려지듯 보이네요 ㅋㅋ 그 분위기가 그려질듯합니다~ +ㅅ+! 성공리에 치루신(?)걸 추카드려요
제 나와바리 안에서 잼나게들 노셨다니 다행입니다. 근데 아슬란님 무슨 말씀이신지...?
종/원래 나와바리의 주인께서 나오셨어야했는디.. 아쉬웠습니다^^//퍽/그게 글케 되는구만유. 촌장님도 왔다갔다하시구, 나도 왔다갔다했으니 책이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갔는지 헷갈렸구만요 ..ㅋㅋㅋ
종횡천하님 지긋하신 연배의....라고 모모분들께서 알려주시는데, (확인할 길은 없지만) 젊은 훈남 운운... 이거 너무한 거 맞자나요. (죽여주시당) ㅜ.ㅡ 그나저나 나오셨더라면, 꼭 이 말씀 드리고 싶었거든요. "재밌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뻤다고요.(사실 이런, 감정표현 종류는 댓글로 다는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 사십사님, 2부에 그려지는+보이는... 기절하기 딱 좋은 얘기가 있습니다요~~
그거/ 요즘 세상에 담배 함부러 피면 절단 나여ㅛ..... 그런 행동 강령이 몸에 배겨 있습니다....^^
자자, 얼른 2부를 올려주셔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