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 상 4장 5장에 보면 이스라엘 군사들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부랴부랴 실로에 있던 법궤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블레셋 군사들에게 대패를 하고 심지어 법궤까지 빼앗기는 치욕을 당하고 마는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겁도 없이 법궤를 빼앗아 간 블레셋 군사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신인 다곤신전 안에 법궤를 함께 두었는데 이상하게도 하룻밤만 자고 나면 자신들의 신인 다곤상이 법궤 앞에 스러져 있어 바로 세워 놓으면 다음날 다시 쓰러져 있고 나중엔 다곤상의 머리와 손목이 절단된 채 나뒹굴까지 한다. 도대체 왜 다곤상은 법궤앞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일까? 왜 법궤 앞에서 뭔가에 이끌리듯 중심을 잃고 쓰러졌으며 나중엔 그 정도가 심해 머리와 손목이 절단될 정도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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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여기서 다곤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성서 어디에도 다곤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없다. 하지만 그당시의 블레셋 사람들에 대한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잠시 얘기가 옆으로 새는 것 같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블레셋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스라엘과 싸워서 처음엔 4천명을 죽이고 두 번째 싸움에선 3천명이나 죽였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블레셋은 그당시 이스라엘에게는 없는 철을 갖고 있는 민족이었다. 철과 구리를 채굴하고 제련하는 기술을 갖고 있었으며 그 철을 이용해 철갑옷과 철창, 철칼을 만든 뛰어난 민족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사무엘상 17장에 보면 블레셋 군사 골리앗의 복장이 ‘머리에는 놋투구를 썼고, 몸에는 어린갑을 입었으니 그 중수가 놋 오천 세겔이며 그 다리에는 놋경갑을 쳤고 어깨 사이에는 놋단창을 메었으니 그 창자루는 베틀 채 같고 창날은 철 육백 세겔이며...’ 라고 방어용 무기와 공격용 무기가 온통 놋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블레셋 사람들은 법궤를 이스라엘로 돌려줄 때 속건제로 금쥐 다섯 마리를 만든 것으로 보아 금세공술 또한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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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비하면 이스라엘은 사무엘상 13장 20절에 ‘이스라엘 사람이 각기 보습이나 삽이나 도끼나 괭이를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에게로 내려갔는데...’ 라는 것으로 보아 철을 제련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철과 놋, 그리고 금을 다루고 세공할 줄 아는 민족인 블레셋이 자신들의 신인 다곤상을 만들 때 진흙을 빚어 만들었을까? 아니면 돌을 깎아 만들었을까? 그것은 분명 놋이던지 아니면 금이었으리라... 하지만 금으로 거대한 신상을 만든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분명 놋으로 만든 신상이거나 놋으로 만든 다음 금을 입힌 신상이었으리라 유추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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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우리는 민수기 16장의 사건과 연관지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당시 모세에게 대항하여 법궤앞에서 향불을 피웠던 고라와 250명의 사람들이 놋향로를 들고 법궤앞에 갔다가 몰살을 당했던 이야기며 레위기 10장의 나답과 아비후 역시 녹향로를 들고 법궤앞으로 갔다가 죽었던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일까? 자, 이렇게 전쟁에서 수많은 이스라엘 군사들을 죽이고 승리를 하는 대신에 그 전리품으로 빼앗은 법궤로 인해 고생을 하다 결국은 속건제와 함께 이스라엘에게 돌려 주게 되는 블레셋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사실 블레셋은 이스라엘과 엘리 제사장 당시 법궤를 빼앗아간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주적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봐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블레셋이 법궤와 함께 속건제로 금쥐를 다섯 개 만들어서 이스라엘에게로 보내졌는데 그 다섯이라는 숫자는 그당시 블레셋이 다섯 개의 도시를 갖고 있었으며 그 방백의 수효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방백이 아스돗, 가사, 아스글론, 가드, 에글론이라고 사무엘상 6장 17절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은 현재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블레셋은 공교롭게도 현재 모두 이스라엘 땅 안에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이 블레셋에게 법궤를 빼앗길 정도로 대패한 에벤에셀이라고 하는 지역은 현재 이스라엘의 국제공항이 있는 주 경제도시 텔아비브에서 북동쪽으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을 말하는 것이며 아스돗 역시 텔아비브에서 해안가로 4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보이는 해안도시 ASHDOD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아스돗이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4번국도를 계속해서 타고 내려오다 보면 만나는 ASHKELON이라는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아스글론이다. 자, 그렇다면 가사는 어딜까? 가사는 그 아스글론에서 역시 4번 국도를 타고 해안가를 타고 가다보면 거대한 철조망을 만나게 되는데 거기서는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다. 그곳이 바로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GAZA)지역이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전에도 이 가자 지구에선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격으로 7명이 숨지는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곳이야 말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가장 치열한 전투와 대립이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우리의 뉴스와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현재 이곳은 완벽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 아무리 외국인이라 할 지라도 이스라엘 땅을 통해 이곳을 들어가는 것은 쉽지가 않으며 이 지역안에 사는 팔레스타인들이 외부로 나와 일을 하기 위해선 매일아침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출입이 까다로운 곳이다. 한마디로 가자지역은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블레셋 민족의 주요 도시였으며 삼손이 데릴라에 의해 힘의 원천에 대한 비밀을 알려준다음 끌려갔다가 눈이 뽑히고 신전을 무너뜨렸던 현장이 바로 이곳 가자지구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그당시 삼손이 무너뜨린 신전역시 다곤신전이었다. 이 처럼 블레셋은 예루살렘이나 헤브론 같은 이스라엘의 주요도시 보다도 훨씬 더 기름진 땅에서 살았던 것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언덕과 골짜기가 많아 농사짓기엔 적절치 않았던 이스라엘의 내륙땅과는 달리 끝없이 펼쳐지는 평지에서 나름대로 잘먹고 잘 살 수 있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들에겐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없던 철을 채광하고 제련하는 기술이 있어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었고 끝내 내륙을 향한 도전과 정복욕을 감추지 못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덤벼 들었던 것이다. 하기야 그당시만 해도 블레셋은 방백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할 정도로 조직이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왕도 없는 조직력 부재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어 보였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이스라엘은 사울이라는 왕을 세웠지만 이 왕 역시 직접 참여한 전투에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다윗이라는 꼬마아이한테 골리앗을 맡기는 체면까지 구기는 일이 생기고 결국 블레셋 군대에 의해 길보아 전투에서 죽기까지 한다. 이렇듯 이스라엘과 블레셋은 끊임없이 싸우고 또 싸우게 되는데 현재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팔레스타인이라는 그 어원이 블레셋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 참으로 오랜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옛날 가사에서 눈을 뽑힌채 신전을 무너뜨려 블레셋 사람들을 죽게 했던 삼손, 그리고 현재의 가자에서는 전투기와 탱크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이스라엘 군대... 수천년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단지 바뀐 것이 있다면 그옛날 블레셋 군사들은 이스라엘 보다 훨씬 월등한 군사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의 팔레스타인은 수백대의 전투기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비해서 단 한 대의 헬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제공 : 방송작가 김종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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