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台積電)의 10 월 매출은 NT$ 119.3B (US$ 4.14B)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6.5%, 전년 동기 대비 +12.5%를기록했다. 월별 매출은 8 월과 9 월에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0 월에 전월 대비 기준으로 감소했다. 중추절 (추석) 휴일 영향으로 영업일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영업일수는 9 월에 22 일, 10 월에 19 일이다. 2020 년 1~10 월까지 누적 매출은 NT$ 1,097.0B 를 기록해 회계 마감을 2 달 남긴 채 이미 2019 년 1~12 월까지의 연간 매출을 뛰어넘었다. 1~10 월만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7.7%이다.
TSMC 의 연간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는 US 달러 기준 +30% Y/Y 이다. 1~10 월 누적 매출 증가율 (+27.7% Y/Y)이 가이던스 (+30% Y/Y)를 하회한다. 대만달러 기준으로 2020 년 연간 매출이 가이던스를 하회하게 된다면, 대만달러 강세 때문이다.
한국 원화와 마찬가지로 대만달러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0 월부터 11 월 현재까지 US 달러 대비 대만달러 환율은 NT$ 28.94 에서 NT$ 28.06 까지 움직이며 강세를 기록했다. TSMC 가 3Q20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제시했던 환율 가정 (NT$ 28.75)보다 더욱 강세이다. 동 기간의 한국 원화도 대만달러처럼 강세이다. 1,169.50 원/$ 에서 1,115.90 원/$까지 움직였다.
TSMC 는 2019 년 하반기부터 매 분기 매출이 가이던스에 부합하거나 상회했으므로 IR communication 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매출 가이던스는 달성 가능한, 무리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TSMC 의 4Q20 매출 가이던스는 US$ 12.4 ~12.7B 이다. 중간값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3.4%를 의미한다. 10 월 매출 (US$ 4.14B)에 3 배를 가정하면 US$ 12.4B 로매출 가이던스에 부합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만달러 강세가 실적의 변수일 뿐, US 달러 기준 매출은 가이던스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
TSMC 가 10 월 매출을 발표한 11 월 10 일에 TSMC 주가는 전일 대비 -1.6% 마감했다. 가권지수의 전자업종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전일 미국에서 Pfizer 의 코로나 19 백신 개발 뉴스 보도 이후 대만 IT 업종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10 월 매출이 전년 대비 +38.3% 증가했던 MediaTek 의 경우에도 11 월 10 일 주가는 전일 대비 -2.3%로 마감했다. 따라서 11 월 10 일 화요일의 TSMC 와 MediaTek 주가는 10 월 매출과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4 분기에 TSMC 의 가동률을 높여 주며 Huawei / HiSilicon 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고객사는 대만의 Fabless 반도체 기업 MediaTek 과 Apple 이다. Apple 은 11 월 10 일에 프로세서 M1 을 탑재한 MacBook Air, 13 인치 MacBook Pro, Mac Mini 를발표했다. Apple 은 2008 년에 프로세서 공급사 P. A. Semi 를 인수하면서부터 프로세서 기술 확보에 힘썼다. 이번에 Apple 이 발표한 M1 프로세서는 CPU 코어, GPU, I/O, 보안 모듈 등을 한꺼번에 구현한 SoC (System on a Chip)이며 TSMC 가 5nm 생산라인에서 양산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Apple 이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Mac Event 를 개최한 다음 날,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매수에 힘입어 전일 대비 +1.8%로 마감했다. Apple 의 Mac Event 개최가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이라 말할 수 없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Apple 이 자체 설계한 프로세서를 출시하면, 이를 생산하는 Foundry 파트너사인 TSMC 에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1) Apple 이 10 년 이상 사용하던 Intel 의 프로세서를 더 이상 탑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설계한 프로세서를 Mac 제품에 탑재한다. Apple 과 Intel 은 협력 관계가 끝나고 이별하는 상황이다.
2) Apple 의 Foundry 파트너사는 TSMC 이다.
3) 이런 상황에서 Intel 이 CPU 공급 부족과 미세화 지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아웃소싱 Foundry 파트너사에 CPU 제조를 맡기는 경우 굳이 Apple 의 파트너사인 TSMC 에 CPU 제조를 맡길 것인가?
4) 만약 Intel 이 TSMC 를 배제하거나, 혹시 TSMC 의 가동률이 높아 Intel 의 주문을 소화할 수 없다면, Intel 이 차선택으로 손을 잡을 Foundry 파트너사는 단연코 삼성전자이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는 입장에서 행복회로를 돌리는 데에서 끝날지, 아니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위와 같은 가정과 결론을 다 무시하더라도, 최근에 실적 발표를 마친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사 또는 Fabless 회사들의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Foundry 의 공급 부족은 한층 더 심각해졌으니 TSMC 의 경쟁사들도 낙수효과를 누릴 확률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낙수효과가 크기 때문에, Foundry 내에서의 선단공정 생산라인은 우선적으로 미국의 Fabless 고객사들에 할당되고 있다. 과거에 삼성전자 Foundry 사업부의 최대 고객사가 삼성전자 자신 (IM 부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사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여하튼 4 분기에는 Apple 뿐만 아니라 MediaTek 도 TSMC 의 가동률을 높게 유지해준다. MediaTek (聯發科)의 10 월 매출은 +38.34% Y/Y 이다. 9 월의 +61.18% Y/Y 대비 낮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MediaTek 은 Dimensity 라고 불리는 5G 전용 SoC (System on a Chip)를 연내에 4 천 5 백만 개 이상 공급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4 천만 개 후반까지도 기대하는 듯하다. MediaTek 이 공급을 완료하면 2020 년 매출에서 5G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중반을 상회할 것이다.
MediaTek 은 조만간 5G SoC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TSMC 가 동 제품을 6nm Foundry 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5G SoC 에서 하이엔드 제품은 ARM Holding 의 Cortex-A77 코어를 기반으로 했고, 신제품 5G SoC 는 Cortex-A78 코어를 기반으로 한다. 한편 MediaTek 은 재택 근무와 온라인 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크롬북용 칩셋 MT8195, MT1892 를발표했다. TSMC 는 2021 년에 MT8195 를 6nm 공정에서, MT1892 를 7nm 공정에서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MediaTek 의경우, 미국의 Fabless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의 Foundry 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작다. TSMC 의 우호적 파트너로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TSMC 가 10 월 매출을 발표한 날, 이사회 결의사항도 함께 발표했다. 주요 사항은 1) 분기 배당 2.5 대만달러, 2) 전공정 및후공정 시설투자 151 억 US 달러, 3) ESG (Zero Waste Manufacturing Center) 시설투자, 4) Arizona 연결 자회사 설립 35 억 US 달러 집행 등이다. TSMC 의 이사회 결의사항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Foundry 사업부가 나아가야 할 바를 짐작할 수 있다. TSMC 와의 격차를 좁히고 미국 Fabless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면 1) 전공정뿐만 아니라 후공정에서도 과감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2) TSMC 가 Arizona 에 Fab 을 짓기로 결정한 이후에, 삼성전자도 Austin 에 증설하는 것이 고객사 확보 측면이나 주가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Foundry 사업부에서 향후에 어떤 전략을 전개하는지 지켜보자. 주주이익 환원 확대 가능성과 더불어 2021 년에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줄 만한 시나리오는 대규모 Foundry 증설이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