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천년고찰의 위상, 봉은사 [좋은절 #20 / 서울사찰/ 강남가볼만한곳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② 서울 봉은사
도심 고층건물 속 고즈넉한 천년고찰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전통사찰로 불교문화 체험 가능
문화공간으로 외국인도 방문
인터콘티넨탈 코엑스 디럭스룸 고층으로 올라가 내려다본 봉은사 전경. pen drawing on paper 56x38cm
봉은사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수도산 한적한 지역이었겠으나 세월이 흘러 환경이 변해 부유한 지역에 자리잡게 되었다. 원래는 아주 후미진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도심 속의 사찰이라니, 우리들 고정관념에서는 절은 산 속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도심 한가운데 있으니 하니 생소하기도 하다. 서울 도심 속에 천년고찰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곳에 계신 부처님과 전각을 만나기 위해 봉은사로 향했다.
봉은사 가는 길은 지하철 9호선이 완공되어 봉은사역에서 1번출구로 나오면 접근하기 아주 쉬워졌다. 도심 속 봉은사를 담기 위해 인터콘티넨탈 코엑스 디럭스룸 고층으로 올라가 내려다본 풍경을 펜으로 담았다. 저 멀리 타워아파트가 위용을 자랑하니 주차된 차량들과 함께 현대적 감성을 드러내도록 하였다
이 절도 마치 소공동의 덕수궁처럼 도심의 안온한 휴식처다. 고층 빌딩 숲에 둘러싸인 봉은사는 그 부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쉼터 같은 곳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 뒤에 이곳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거기다가 불교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자리하고 있어서 외국인 방문객들도 많이 눈에 띈다.
봉은사는 신라 원성왕 때 연회국사가 창건해 견성사(見性寺)라고 했다. 그런데 이 절 인근에 연산군 때 성종의 계비 정현왕후가 성종의 능인 선릉을 조성하자 원찰로 삼기 위해 봉은사라 이름을 바꾸었다 한다. 중종의 능인 정릉을 성종의 선릉 옆의 봉은사 자리로 천장함에 따라 봉은사는 인근의 수도산 기슭으로 옮겨간 것이라 한다. 예전 절터로 성종과 중종의 능이 있는 곳은 지하철역명으로는 선정릉이다
이후 봉은사는 선정릉의 원찰이 됐으며, 이런 연고로 봉은사는 당시 서울 일대의 사찰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모두 소실됐고, 그 후 중창과 소실을 거듭하다가 오늘에 이르렀고 현재는 서울 견지동의 조계사, 대구 팔공산 선본사, 강화 석문도 보문사처럼 조계종 총무원의 직영사찰이 되었다.
봉은사 앞에 서면 지금까지 보아오던 여느 산사의 일주문과는 다르게 현대식이란 느낌부터 드는 진여문(眞如門)을 만난다. 거대한 빌딩들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당당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감각이다. 진여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이어서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배하는 법계임을 나타내는 해탈로 나아가는 문이란 뜻이다. 진여문을 지나 잘 다듬어진 화강암 포장의 넓은 계단 길을 올라가니 강당격인 누마루 형태의 우람한 법왕루가 길손을 맞이한다.
헌데 대웅전 편액 글씨는 분명 추사의 글씨 같은데 아닌가 보다. 추사가 죽기 3일전에 판전 편액을 썼다는 기록은 봤으나 봉은사 대웅전 편액을 썼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대웅전 앞마당 오른편의 선불당은 조선시대에 서산대사가 승과를 실시하던 건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건물이고, 건물구조도 독특하다.
아무튼 평소에 존경하던 추사께서 말년에 과천에 살면서 이곳을 왕래하며 봉은사에 잠시 머물기도 했단다. 그의 마지막 흔적을 남긴 곳이라고 해서 꼭 들리고 싶었다. 사찰을 둘러보면 고즈넉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과연 강남 한복판에 있는 절답게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봉은사 미륵대불. 종이에 펜과 먹 40x 30cm.
봉은사에는 10년 불사를 통해 무려 높이가 23m나 되는 국내에서 제일 큰 석조 미륵대불이 조성돼 있는데 1996년에 점안식을 봉행했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간 화강석만해도 어머어마한 듯 하다. 오른손은 시무외인, 왼손에는 용화주를 든 미륵대불의 온화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미래의 용화정토의 세계로 중생을 구원해주실 부처께서 굽어보시는 모습이다. 뒷편의 작은 불상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미륵대불을 먹과 펜의 콜라보로 그려 보았다.
특이하게도 북극보전은 북극성을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다른 사찰에서는 보통 칠성각이라 하는 전각이다. 우리의 토속신앙이 불교와 접목한 실체를 살펴볼 수 있다. 사찰이 도시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찾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넓은 경내를 찬찬히 살피고 있으려니 은은한 목탁소리가 들려와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도심 속에서 한가한 한때를 가져본다. 지하철을 여러 번 환승하며 먼 길을 찾아온 방문객의 마음을 그래도 이렇게 달래준다.
김유식 작가 usikim@naver.com
[불교신문3702호/2022년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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