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 인재입니다.
저는 여전히 미국 세인루이스에서 조용히 쉬고 있습니다. 열악한 인터넷 사정이라는 핑계로 AMA를 방문한지 10여 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늦게 글을 올립니다. 양해 바라겠습니다. 지난 노동절 연휴(9/3 ? 9/5)에는 Indiana주 Muncie시에 위치한 AMA 박물관을 방문하였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박물관 뿐만 아니라 AMA(Academy of Model Aeronautics; 미국 모형항공협회) 본부, 도서관, 모형비행기 박물관, 명예의 전당 등이 함께 자리 잡고 있는 미국 모형항공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곳은 제가 머물고 있는 세인루이스에서는 승용차로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AMA박물관은 문 여는 시간이 아침 10시 라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이곳 세인루이스에서 3시 30분에는 출발하여 합니다. 저야 뭐.. 총각이라 내 마음대로 스케쥴을 짤 수 있어서 매우 편합니다. 세인루이스 시 경계를 흐르는 미시시피 강을 건너, 미주리 주를 지나 일리노이 주 넓은 옥수수 밭을 마구 달리니 어느새 먼동이 터옵니다. 기분이 상쾌합니다. 고속도로(I-70)를 약 4시간 정도 달리면 인디애나 주도인 인디애나 폴리스시에 이르고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MUNCIE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Muncie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 그 흔한 멕도널 햄버거 집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옥수수 밭만 있는 깡촌입니다. AMA박물관이 아니면 전혀 들릴 만 한 곳이 못됩니다. AMA 박물관은 Muncie 시 외곽 Memorial drive 길 위에 있습니다. 약 12년 전에 버지니아 주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하더군요. 이곳 AMA에는 10년 전(1995년)에도 우리 집사람과 아들을 데리고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에도 거의 다 와서 AMA를 못 찾아 헤매 였던 기억이 나는데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또 헤매고 있습니다. 드디어 저 멀리 AMA 건물이 보입니다. 뭐..아무도 환영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반가운 마음에 박물관부터 들릴려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잠겨있는 것이 아닙니까. 떠날 때 몇 번이나 확인하였지만 혹시 오늘이 쉬는 날이 아닌가 불안해 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여직원이 나와서 기웃거리면서 저를 보고는 아직 문 여는 시간이 안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가 안되었군요 역시 성질 급한 한국 사람답습니다. 9시 40분 정도 되니까 어차피 관람객이라고는 저 밖에는 없었는지 저를 한번 훑어 보고는 그냥 들어오라고 합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이곳 입장료는 AMA 회원의 경우는 공짜이나 일반 관람객들은 2불입니다.) 현관에서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방명록에 크다랗게 “대한민국 정인재” 라고 쓰고 서명도 하였습니다. 우선 내부를 쭉 들러 보았는데 몇 군데 신설된 곳을 제외하고는10년 전하고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시설에 비해 거의 관람객이 없습니다. 10년 전에도 관람객이라고는 우리 가족, 그리고 근처 시골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견학 온 학생들이 전부였는데 지금도 큰 차이 없더군요.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 때에도 자원 봉사자 할아버지 한 분이 귀찮을 정도로 따라 다니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 까 전시실 옆에 있는 사무실 문 여는 소리가 나더니만 자원 봉사자 할아버지 한 분이 반가와 하면서 저에게 다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자기가 도와 줄 것이 없는가 친절하게 물어 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번에는 혼자 와서 외롭고 심심하던 차에 저도 기꺼이 설명을 부탁 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에서 왔고 10년 전에도 이 곳을 방문하였으며 세인루이스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이곳까지 달려왔다고 하니 엄청 반가워 하십니다. 이 할아버지는 “Robert Abernathy” 라는 분인데 전직 엔지니어로서 지금은 AMA 박물관에서 소장품 복구 작업과 관람객 안내를 맡고 있는 자원 봉사자라고 당신을 소개하시더군요. 좌우간 이 할아버지께서는 너무나 즐거워 하며 저에게 친절히 안내해 주십니다. 옛날 고무동력기 이야기 , 그리고 유선 조종 비행기Ringmaster를 설명해 주시더니George Aldrich가 설계하고 직접 제작했던 Nobler1호기를 보여주십니다. 그리고는 NASA에서 수행했던 모형비행기 연구관련이야기, 미국 대륙을 처음 횡단 했던 Sr. Falcon이야기, Pattern 비행기의 원조(진짜 원조)인 Topflite사의 Orion (이쪽 사람들 발음으로는 “오라이언”), 유선조종 속도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Pink lady, 미국에서 처음 판매된 Dubro사의 Whirly bird 무선조종 헬리콥터, 50년대에 만든 Grumman Cougar 덕티드 팬 모형기,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타겟 비행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직공이었다는 이야기 등 너무나 신나게 말씀해주십니다. 이 할아버지께서는 오직 모형 비행기 “이바구” 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끔 맞장구 쳐주고 그리고 제 노트북 컴퓨터 담아 왔던 저의 수집품(조종기, Cox 엔진) 사진을 보여드리니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Cox 엔진 만큼은 이곳 보다도 저의 수집품이 종류가 더 다양하고 숫자도 많습니다. 한참 보시더니 저의 Cox venom 049 엔진을 기증하라고 권유하십니다. 제가 잠시 당황해 하자 농담이었다고 금새 말을 바꾸더군요. 그리고는 저 보러 따라오라고 합니다. 이곳(박물관)에는 옛날 비행기, 조종기, 엔진 등을 복구하는 제한 구역이 있습니다. (www.modelaircraft.org에 들어가시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아무나 들어 오는 데가 아닌데 당신이 일반 관람객 중에서는 유일하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찾아 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저 말만 잘하면 아무나 들여보내줄 것 같은데..) 이곳(Restoration Room)에는 엄청나게 많은 모형 비행기… 엔진 부속… 등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이 모든 것들은 미국 각지에서 전부 기증 받은 것 들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본 놀라운 이야기를 다 하자면 몇 권의 책으로 써야 합니다. 생략하겠습니다. (왕창 생략!) 강당처럼 넓은 방을 저 보러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라고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서 본연의 엔진 복구 일을 하십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고 있는데 인주이! (발음이 제대로 안되는지..)라고 부르면서 같이 콜라 마시자고 합니다. 과자도 꺼내옵니다. 그리고는 혹시나 제가 심심해 할까 봐 거의 쉬지 않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다 물어 봅니다. 심지어는 저의 개인 신상까지…(사실, 저의 영어가 유창하지 못하고 이 할아버지 발음이 너무 빨라 대화가 원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Restoration Room을 나와 명예의 전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명예의 전당으로 가면 Phillip kraft, George Aldrich, Leroy cox, Dick Mccoy, Good brothers 등 낯 익는 이름들이 보입니다. 이 분들은 평생을 모형비행기에 헌신했던 분들입니다. 멀리 이국에서 온 제가 이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분들이 몇 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학생과학 잡지에서 “평생을 모형비행기와 살아온 한세문씨” 라고 모형 비행기 엔진 니들을 조절하고 있던 어떤 분을 소개했던 기사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저는 이 분이 누구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모임의 김 고문님과 마찬가지로 초기 선구자 분들 중 한 분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고 또 보고 몇 번을 봐도 지겹지 않는 오래된 엔진 들, 조종기들…이 곳을 정말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model engine blue book을 한 권 샀습니다. 이 책은 엔진 수집가들에게는 Bilble과 같은 책으로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형 비행기 엔진의 “족보”입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 동안 제가 모은 엔진의 족보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은 미공군 박물관이 있는 Dayton Ohio로 이동해야 됩니다. 아쉽지만 그 많은 모형비행 기키트, 조종기, 엔진 그리고 하루종일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신Robert Abernathy 할아버지와 작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일한 유급직원인 여직원에게는 또 10년이 지나면 찾아 오겠다고 하였습니다. 10년 후에도 이 할아버지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정문을 지나 차 몰고 한참 가다가U턴하여 다시 AMA로 되돌아 왔습니다. 10년 전처럼 AMA입구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똑 같은 폼으로 사진 찍으려고요.
다시 I-70을 타고 미공군 박물관이 있는Dayton Ohio로 떠납니다. 이곳 소식은 바로 한달 전에 장준제, 방극희 학생들이 보고하였기 대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가는 길에 옥수수 밭 한 가운데 있는Wilbur Wright가 태어난 집도 방문하였습니다. 이 곳은 유난히Amish 마을도 많이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직장과 가정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음대로 방황하는 자유를 만끽하였습니다.
첫댓글 잘 읽었읍니다. 곳 뵙기를 바랍니다.
장문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는데... 내년에 돌아가기 전에 한 번 틈이 날려나...?
이기장님, 구박사님 안녕하신지요. Wright-patterson 박물관(Dayton, Ohio)이 이곳(Muncie, Indiana)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두 곳을 한꺼번에 방문하시는 것도 괜칞을 것 같습니다.
혹시 스티커??
네! 스티커!
오늘저녁 경남 진주로 갑니다. 내일(土) 경상대 대회거든요. 구박, 정박님 없어 좀 쓸쓸하네요.
오래간만입니다. 요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어서 이제서야 소식을 보았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 그리고 건강조심하세요. 재미있는 소식 기대합니다......
Wingo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몹시 바쁘시다는 소식은 들었읍니다. 저는 이곳에서 평안하게 잘 지내고 있읍니다. 11월 중순 경에 귀국하게 되면 인사드리도록 하겠읍니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정말 즐거우셨을것 같습니다..전에 김 고문님께서 보여주신 옛날에 쓰던 조종기도 매우 다양하네요~!^^ 저같은 학생이 갔으면 제대로 공부할 기회였을 것같은데...부럽습니다~!ㅠ_
괴로우나 즐거우나 그저 비행기 사랑하고 살면 반드시 놀라운 기회가 옵니다. 이재하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