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타 前 총리 1년 만에 불명예 퇴진 카지노 포함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 대국민 여론조사서 80% 지지 얻어내 사업권 보장기간, 카지노세 문턱 낮춰 방콕 등 전역 7개 복합 리조트 개발에 총 20兆 투자, 연 16兆 추가수입 기대
태국 정부의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 계획이 국민 80%의 지지를 얻으면서 좌초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박 합법화를 추진한 스레타 타비신 전 총리 중도 해임으로 무산 위기에 놓인 지 한 달여 만이다.
최대 20조 원 대규모 투자의 전제 조건인 도박 합법화가 최대 고비인 ‘국민 여론’ 문턱을 넘으면서 신임 파에통탄 시나와트라 내각의 복합리조트(IR)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시에 싱가포르, 마카오가 10년 넘게 주도해 온 아시아 복합리조트 시장은 일본,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태국이 가세하면서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태국 재무부는 최근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과 관련해 실시한 대국민 공청회에서 국민 80%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국 정부는 도박 합법화를 위해 지난달 초부터 재무부, 법무부 등 16개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가 의회가 의결한 계획을 토대로 마련한 실행방안을 공개하는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줄라푼 아모른비밧 재무부 차관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한 최종안을 곧 국가 평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평의회가 검토한 법안을 의회(하원)가 승인하면 연내 도박 합법화가 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가 조성하려는 엔터테인먼트 단지는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쇼핑센터, 테마파크 등을 복합 개발하는 대단위 사업이다. 외형상 엔터테인먼트 단지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사실상 도박 합법화를 전제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 월드 센토사 등과 같은 대형 복합리조트(IR)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90% 넘는 국민이 불교도인 태국은 그동안 정부가 통제하는 경마와 복권을 제외한 일체의 도박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해 왔다.
가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개발 조건을 공개했다. 주목할 점은 복합리조트 개발 후발주자인 태국이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내건 파격 조건이다. 계획에 따르면 개발 사업자는 등록 자본금 최소 4000억 원 이상에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4조 원을 투자해야 한다.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복합리조트(약 10조 원)의 20~40%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카지노 사업권 보장기간과 시설 규모, 카지노세 등도 문턱을 낮췄다. 당초 20년이 유력하던 카지노 사업권은 보장기간을 10년 추가해 30년으로 늘리고 10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지노 사업권 최초 취득 시 부담하는 수수료 200억 원 외에 연간 400억 원을 카지노세로 추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태국 정부는 게임 총수입과 연동해 부과하는 카지노세를 마카오(40%), 일본(30%), 필리핀(25%) 보다 낮은 17% 수준으로 책정했다. 전체 시설의 5% 미만으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던 카지노 시설 비중도 싱가포르와 같은 10% 미만으로 확대했다.
파에통탄 시나와트라 신임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은 수도인 방콕을 비롯해 전역에 최대 7개의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방콕포스트, 더네이션 등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파에통탄 시나와트라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방콕에 최대 투자 규모 4조 원의 복합단지 3개, 치앙마이와 파타야, 푸껫 등 주요 관광지에 2조 원 규모 4개 등 모두 7개의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박 합법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글로벌 카지노 기업들의 눈길과 발길도 일제히 태국을 향하고 있다. 1990년대 방콕과 푸껫, 파타야에 진출한 ‘하드락’,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샌즈 그룹’,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발로 아시아 시장 진출에 첫발을 뗀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 등이 태국 카지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최근엔 미국 윈 리조트 외에 말레이시아 카지노 기업 겐팅, 갤럭시 등도 공개적으로 투자 의사를 표명했다.
로버트 골드스타인 샌즈그룹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태국은 인구 규모와 접근성, 관광 수요 등에서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태국 정부의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빌 혼버클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 대표도 “태국 카지노 시장 진출은 매우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엠지엠 차이나를 중심으로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는 연간 120억 달러(약 16조 원)의 추가 관광수입을 안겨줘 연평균 1.2% 포인트의 GDP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지노 합법화를 주도한 태국 의회에선 외래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이 50% 넘게 늘어 연간 최대 166억 달러(약 23조 원)의 관광수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