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붉은 응원의 함성은 무엇이었나. 지난 6월 29일 (사)장준하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특별강연 「붉은 악마에게 들려주는 김지하 시인의 태극기 이야기」에서 김 시인은 "대∼한민국"과 "짝짝 짝짝짝"으로 나타난 국민의 응원 함성 속에는 잊혀졌던 민족의 박자와 철학을, 거리를 뒤덮은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투쟁과 대립이 아닌 조화와 공생의 새로운 논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TV를 통해 응원전을 지켜보다가 3번째부터 놀랐다는 김 시인은 붉은 악마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거리응원의 물결은 유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민족문화의 철학적 기본을 건드린 것을 보았다며 이제 붉은 악마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재해석 작업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김 시인은 4월혁명은 결코 예상치 못했지만 이후 4.19를 설명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후 민주화운동의 싹을 틔웠다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문화가 붉은 악마 자신에게서 창조되길 바란다며, 자신을 포함한 지식인은 붉은 악마들의 자각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제부터 붉은 악마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모태로서 새로운 문화의 틀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축구는 세계4강에 올랐지만 문화적으로 철학적으로 4강이 되어야 한다며 붉은 악마가 자신감을 가지고 앞장서는 세대가 되라고 주문했다.
고생 많았다.
그리고 참 잘했다.
우리 민족은 물론 전세계 인류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것을 민족 역사의 한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스포츠보다 우선 그 모든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낼 모태로서의 하나의 새로운 문화의 틀을 지어내야 한다.
여러분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민족과 인류에 대한 역사적 사명이다.
우선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이 한 일을 여러분 자신이 보다 더 똑똑히 설명함으로써 여러분 세대만의 독특한 문화이며, 민족전체의 자기 문화요, 전 세계 인류의 새로운 문화인 새 틀, 새알맹이를 여러분 자신이 창조해야 한다.
우리가 20대였을 때 우리가 저지른 4월 혁명을 우리 스스로 설명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여러분이 조국에 대해 그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여러분이 그 일을 하는데에 나는 다만 한사람의 선배로서 참으로 약간의 도움만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인 '3박 플러스 2박'이다. '3박 플러스 2박'은 한마디로 '엇박'인데 그동안 여러분 자신이 보여 준 문화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름 아닌 태극기의 기본원리요, 한국음악의 기본 박자다.
이는 동양과 특히 한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의 핵심인데 여러분이 그것의 일단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현대와 젊은이와 인류 전체에게 알맞도록 새로이 해석해 낸 것이다.
'3박'은 3박자로서 움직임, 역동, 혼동, 변화인데 태극기로 말하면 붉은 빛이니 '양(陽)'이다.
'2박'은 2박자로서 고요함, 균형, 질서, 안정인데 태극기로 말하면 푸른 빛이니 '음(陰)'이다.
간단히 말하자.
'3박 플러스 2박'은 양과 음이 합쳐진 태극이다. 그리고 '엇박'은 혼동적 질서로서의 태극에 대응한다.
오늘 강의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으로 시작이다.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인 것이 곧 태극이다. 우선 나의 이야기에서'3박'이란 경기를 혼신으로 지원한 붉은 악마들의 역동적 놀이이고, '2박'이란 경기에 임해서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싸운 선수들의 노력의 균형잡힌 틀이다. 이렇게 붉은 악마들의 역동이라는 '3박'과 선수들의 균형이라는 '2박'이 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그리고 박력 있는 혼돈의 질서로서 태극문화를 재창조한 것이다.
2박과 3박의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오늘 간단하고 쉽게 공부해보자.
'3박' - 응원단 (붉은 악마들)
붉은 악마의 응원이 하나의 문화임을 증거하는 것이 바로 그 응원 전체가 세가지 원리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것은,
① 예술적 표현원리
② 역사의식의 원형
③ 철학적 원리
의 3자 종합이다.
②역사의식의 원형은 '치우'의 붉은 로고로 ③철학적 원리는 태극기를 앞세움으로서, 그리고 ①의 예술적 표현원리는 연호(連呼)와 박수인데 A의 연호와 B의 박수로 나누어 보자.
A '대∼한민국'의 연호가 4박자로 안정된 구호로서의 틀속에서 '대'를 길게 끌므로서 '대'와 '한'이 '3박'을 만들어 그 뒤의 2박과 엇섞여 '역동적 균형' 또는 '안정적 변화'를 표현한 것.
B '대∼한민국'의 연호 바로 뒤에 '짝짝 짝짝짝'의 '2박 플러스 3박'이거나 '짝짝짝 짝짝'의 '3박 플러스 2박'을 붙여서 음성과 소리, 연호와 박수 양측면에서 각기 음과 양, 양과 음을 서로 구별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통합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서양인들이 잘 따라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이 역동적인 변화와 안정적 질서를 동시에 음과 양, 양과 음의 태극으로 공존시켜 구분하면서 동시에 통합하는 탁월한 예술적 표현으로 새로운 문화의 코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②의 역사의식은 '치우'의 붉은 로고에서 나타났다.
'치우'는 4천 5백년 전에 살아 있었던 고조선 제 17대 자오지(慈烏支)천황으로 중국 사람들이 제일 겁을 내는 '싸움과 전쟁의 신'이다. 당시 중국의 임금인 황제(黃帝)와의 47회에 걸친 전쟁에서 47회를 모두 승리함으로써 중국인들을 압도해 버리고 고조선의 역사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이 47회에 걸친 고조선과 중국의 전쟁은 이전까지의 지배적 질서인 유목이동 문명을 제거하고 당시 새롭게 시작된 농업정착 문명만을 고집하는 중국의 황제와 유목이동 문명과 농업정착 문명의 공존, 공영으로 역사와 현실을 통합하려 했던 고조선의 치우 천황과의 가치관과 체제의 싸움이었다.
따라서 '치우'의 붉은 로고는
첫째, 로마 전쟁의 신 '마르스' 대신 '싸움과 전쟁의 신'인 고조선의 치우 천황의 붉은 색깔의 전통을 이어 받는 주체적인 경기 문화를 제시했으며 둘째, 동양에서 지금 막 패권주의 국가로 일어서고 있는 중국 등 외국과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주고 받는 역동적 문화교류를 표현한 것이고 셋째, 동서양 모두 농촌중심의 생명, 생태학, 환경 등 농업정착 문명과 도시중심의 핸드폰, 노트북, 디지털, 컴퓨터, 사이버 그리고 공항, 항만, 주유소, 승용차와 도로와 호텔 등 유목이동 문명이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둘을 통합하는 새로운 문명 창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치우'의 싸움은 그 현대적인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우리 민족의 전통성을 지키고 그것에서부터 현대의 전 인류사적인 희망의 내용을 찾아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붉은 악마는 커다란 문화적 공적을 세운 것이다.
③의 철학적 원리에 대한 공부로서 그리고 이 강의의 핵심으로서 태극기를 공부해 보자. 우선, 태극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A 바탕이 흰 색이다.
세계의 여러 국기 중에는 바탕이 흰 색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흰 색은 우선 단일 혈통에 순박하고 순결한 민족성을 뜻하고 또한 평화와 신성하고 경건한 광명을 표현한다.
B 가운데의 태극의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음(陰)과 양(陽)의 대립과 통일인데 평소에는 붉은 양이 위에 있고 푸른 음이 아래에 있어서 하늘(陽)이 위에 있고 땅(陰)이 아래에 있는 질서를 의미한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우주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 철학적 원리를 따지고 들어갈 때에는 거꾸로의 순서로 생각해 나가야 한다. 현실에 있어서 하늘이 위에, 땅이 아래에 있되 철학적으로는 하늘이 아래 있고 땅이 위에 있는 서로 대립되면서도 또한 서로 통합된 것이 바로 태극이다. 그런 점에서 태극은 음과 양이면서 동시에 그 근본인 가운데, 즉 중도(中道)의 상징이다.
현실에 있어서 우리 민족은 북한의 사회주의와 남한의 자유자본주의가 마치 음과 양처럼 서로 모순, 대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교류하고 장차 통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는 북방의 대륙세력과 남방의 해양세력, 세계의 남쪽 즉 가난한 제 3세계와 세계의 북쪽 즉 잘사는 제1, 제2세력 사이에 그 조정과 통합, 교류를 주도할 위치에 있어 양쪽을 다같이 아울러야 한다.
또한 음양은 우주적인 통합이면서 남녀의 성별관계이니 남녀의 평등을 상징하고 동서양의 문화적 구별과 통합을 상징한다. 음이 한번 양이 되고 양이 한번 음이 되어 서로 모순되면서도 서로 통합되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우주의 질서요, 생명의 진리다. 태극은 우리의 국가적 상징이자, 우리 민족의 철학인데 그것이 붉은 악마라는 젊은 세대의 문화적 상징이 되어 전세계 언론의 연구하는 바가 되었다.
태극기의 네 귀퉁이의 네가지 괘(卦)-이것을 괘라한다-는 어떻게 생겼는가?
C 네 괘는 건 하늘(乾) 즉 태양이고, 는 땅(坤) 즉 태음이며, 는 빛(離) 즉 소음이고, 는 그늘(坎) 즉 소양이다. 하늘과 땅, 빛과 그늘은 우주와 생명의 네가지 구성요건이고, 가운데 있는 태극과 함께 인간 철학의 핵심, 우리 민족철학의 핵심이다.
태양인 건에서 소음인 리로 바뀌고 리에서 태음인 곤으로 성장하며 또 곤에서 소양인 감으로 바뀌고 감에서 태양인 건으로 다시 성장하여 무궁한 순환 발전을 수행한다.
건은 하늘, 즉 천도(天道)로서 지극히 착하고 (至善), 지극히 공적인(至公) 정의(正義)를 뜻하고 곤은 땅 즉 지도(地道)로서 덕이 두텁고 (厚德) 풍요한 공동의 이익(共利)을 상징한다. 감은 수성(水性)으로서 지혜와 활력을 나타내고, 리는 화성(火性)으로서 광명과 정열을 뜻한다.
정의와 풍요, 광명과 지혜, 이 네가지는 우리 국기의 네가지 괘와 상징하는 바 특징이며, 바탕의 흰빛은 곧 평화를 상징한다.
이것은 산업과 도의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자유와 평등을 고르게 실현하고 정열과 지성을 겸비한 온전한 인간과 사회를 이루려는 이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평등한 복지사회가 우리 국기의 이상이다. 새 문화의 창조와 인류평화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좌표인 동시에 신인간으로서의 홍익인간의 국시를 표현한다.
한발 더 나가자!
태극의 음과 양을 철학적으로 음에서 양으로 거꾸로 따질 때, 뜻이 또한 어마어마하듯이 네귀퉁이의 네가지 괘를 읽어갈 때, 건에서 곤으로 읽어 가면 소위 '지천태(地天泰)'로서 '하늘과 땅이 사귀고 만물이 서로 통한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사귀고 그들의 뜻이 일치한다. 양이 안에 있고 음이 밖에 있다. 강건함이 안에 있고 유순함이 밖에 있다. 군자가 안에 있고, 소인에 밖에 있다. 군자의 길은 변치 않으나 소인의 길은 소멸한다.'를 뜻하는 최고로 길하고 좋은 경우가 된다.
반대로 리에서 감으로 거꾸로 읽어갈 때 '수화기제(水火旣濟)'가 되어 '모든 일을 성취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와 역순으로 괘를 읽어 곤에서 건으로 읽어갈 때 '천지비(天地否)'가 되어 '하늘과 땅이 분열하고 음과 양이 서로 싸운다.' 곧 남북, 동서, 남녀의 분단 현실을 상징하며 또 그와는 반대로 감에서 리로 읽어갈 때는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되어 '위와 아래가 분열하고 싸움과 다툼이 쇠퇴와 혼란이 지배한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고 그 대립 모순을 냉정하게 인정하되 그 분단과 분열과 쇠퇴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도리어 철학적인 '태극적 해석'에로 힘을 모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미 붉은 악마는 자기 세대의 그 힘을 온갖 분열과 분리를 넘어 한데 모았으니 자기 세대의 독특한 새문화인 태극기를 전사회적 문화현실에 확대시키고 자신들의 독특하고 세계적이면서도 보편성을 지닌 민족고유의 생활문화를 창조하므로써 새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태극기로 망토를 걸치고 태극기로 모자 해 쓰고 태극기로 스커트와 바지를 해입고 다녔으니 이제 바로 여러분 자신의 그 태극문화를 공부하고 재창조하여 설명함으로써 웅변적으로 그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2박' - 선수들(태극전사들)
몸과 마음이 통일된 완벽한 전사였으니 음과 양이, 안과 밖이 통합된 개인적 완성이 보였다. 차라리 몸보다도 더 먼저 '기(氣)'가 달려갔으며 경기 시간 내내 끊임없이 뛰었으니 정신과 육체가 함께 고양, 통일된 것이다.
② 수비와 공격, 좌익과 우익이 융통성있게 연속되었다. 마치 탁월하고 능란한 차원의 전천후 유격전을 방불케 했다. 개인 개인의 자기 희생 정신과 전체에로 자기를 통합하는 노력의 결과 팀은 물론 경기 자체가 살아 요동치는 감동을 창조했다. 공격과 방어, 나아감과 물러섬, 남성성과 여성성, 창조와 수성(守成)이 능란하게 통일되었으니 이를 '건곤감리'의 네괘의 구비라 아니할 수 없다.
이것의 가장 중요한 근원은 응원단인 붉은 악마들의 그 찬란한 역동적인 균형, 즉 '3박 플러스 2박의 통합인 엇박'의 완성에 있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태극이요, 사괘이며, 치우의 전쟁의 역사적 의미, 유목이동과 농경정착의 통일 조화며, 동양과 서양, 농촌과 도시, 생명과 영성, 에콜로지와 사이버네틱스를 양립 속에서 통합하는 민족 고유의 동양사상의 전세계적인 문화적 승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