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글과 인연을 만나다. 126
[술, 그 이야기 4]
술에 대한 에피소드,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야기 거리가 많을 것이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만큼이나 말이다. 그러니 이 글을 그저 눈으로 읽고 넘기시면 될 만한 이야기라는 설명을
드리면서
오래 전 남원 여행을 하면서 남원 추어탕에 그곳의 동동주를 마셨고, 그 맛에 반한 나는 페트병으
로 세 개를 사서 드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집으로 쌩~~ 문제는 남원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페트
병의 술이 흔들림으로 인해, 뚜껑이 튀어나갔고, 드렁크가 엉망진창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좋은
술을 반도 못 마시고, 그것도 술의 향이 다 날아간 것을 마시게 된 것이다.
수지에 내 입에 잘 맞는 메밀국수 집이 있다. 그곳에 들렀다가 눈에 뜨인 고택 찹쌀막걸리. 한 병에
(막걸리와 같은 양의 병) 만 이 천원, 그래도 처음 보는 술이기에 마셨는데, 내 입에 착 달라붙는다.
후에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서 주문했더니 15병 한 박스에 십 만원이 넘는 가격, 그래도 아깝
지 않다는 생각으로 주문했는데, 아이구! 수지에서 먹어본 막걸리와는 다른 막걸리인 것이다. 수지
의 그 막걸리를 사진으로 찍어 왔어야 하는 것을, 결국 돈이 아까워서 마시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되었다.
의정부 청학동의 뒷산으로 오르다 보면 찻집 같은 주점이 있다. 시인이 운영하는 곳이며, 주말이면
시낭송이나 연주를 하고 시집 판매도 하는 그런 곳인데, 한 번 들렀다가 맛있게 마신 동동주. 결국
이 술이 나로 하여금 밖에 나가서는 막걸리를 마시지 않게 한 이유가 되었는데, 서울로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탔고, 버스는 의정부에서 장암 쪽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길은 막히고, 그 때부터 내 온 몸은
(이 부분은 상상만 하시라) 결국 중간에 내려서 해결 하고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이 주점 때문에 나
도 나이가 들면 그런 주점 하나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고, 시 중에도 ‘시인들의 주점’이라는 시
와 ‘그런 주점 없나요’를 쓰게 된다.
큰 마트에 갔더니 한산 소곡주가 눈에 뜨인다. 가격을 보니 오백미리와 천 미리의 술 가격이 다르다.
비교해도 천 미리편이 상대적으로 많이 싸기에 덜컥 샀고, 기분 좋게 집에 와서 개봉을 하고 한 잔 마
신 후, 놀라서 병을 자세히 보니 도수가 16도, 문제는 내게 있는 기억으로 그런 술은(안동소주, 초하주,
등등)도수가 40도 안팎이어야 제 맛이 나는 술인데, 그제야 지역 토속주도 도수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
을 새삼 깨달았다. 하긴 안동소주도 다른 도수가 있었는데, 농이지만 누가 그런 토속주를 내게 선물하
시려면 적어도 도수를 확인하시고 보내 주시라 말씀드려본다.
자! 다음부터는 연작시 “술”을 20여 편 소개하도록 하겠다. 미리 부탁드리지만 술과 원수 맺은 분들은
눈에 바람 스치듯 읽으시면 될 것이고. 그 외에 분들은 ‘술을 즐기는 고정현시인이 쓴 ‘술’에 대한 시가
이렇구나‘ 하며 읽으시면 될 것인데 바라기는 술에 대한 시는 깊이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받고, 그럴 만
한 내용은 없을 것이므로 기대하지 마시고 읽어주시면 될 것이니, 이 연작시로 인해 고정현시인을 부정
적으로 보시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아! 술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꿀 팁 하나, 혹시 혼자 식당에서 반주를 하고 싶은데 한 병이 부담되신다면
(물론 가격도 그렇고), 편의점에서 포켓용(반 병 정도의 양) 술을 사서 들어가시고, 물 잔에 따라 마시면
됩니다. 주인이 보지 않는 것이 좋지만 본다고 문제 삼는 식당은 없답니다. 물론 빈 통은 가지고 나오시
는 것이 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