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란 매체 또는 수단이란 뜻으로, 불특정 대중에게 공적. 간접적. 일방적으로 많은 사회정보와 사상을 전달하는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와 음반, 영화와 비디오, 책과 잡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래 매스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의 매스미디어는 도리어 인간의 의사소통을 지배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즉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었고, 그것의 영향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크다. 오늘날의 매스미디어는 사실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편향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한다면 우리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이 무차별적으로 인식되어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럼 먼저 매스미디어가 낳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차별적인 현상들,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알아보겠다.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차별적인 현상들◑
차별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남녀 성차별이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지금까지도 그런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가깝게는 TV 드라마나 뉴스만 봐도 쉽게 그러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힘과 권력의 주체는 대부분 남자가 차지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점점 드라마 속에서도 여자들의 역할을 점점 늘리고 사회적인 지위도 어느 정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남자들이 그런 면에 있어 더 우월할 위치에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뉴스를 진행하는 남자 아나운서는 대부분 많은 경력을 가진 전문가인 반면에 여자 아나운서는 남자에 비해 경력보다는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자 아나운서에게는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남자 아나운서의 영향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를 보조하는 보조자 역할로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는 인종차별 문제이다.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유색인종, 특히 흑인을 보면 순간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백인과 흑인 둘 다 우리에겐 낯선 인종이지만 백인들보다는 흑인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건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매스미디어의 책임도 꽤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면, 범죄자나 악당 등의 역은 흑인들이 흔히 맡고, 그들을 쫓는 경찰이나 고위층 인사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등의 역은 백인들이 보통 차지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백인은 긍정적으로 흑인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혼혈인의 경우도 그렇다. TV 재연 프로그램을 보면 옛날에는 혼혈아를 낳으면 집에서 쫓아내고, 어머니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이민을 가거나 어렵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옛 어른들은 혼혈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를 비롯해 우리 세대의 경우 혼혈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기도 이전에, 매스미디어는 우리에게 혼혈인과는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약간은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자주 나타나는 갈등인 빈부격차. 남녀가 사랑함에 있어서 늘 두 사람 사이의 빈부격차가 장애가 되곤 한다. 보통 남자의 경우가 부유하고 여자는 가난하여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내용. 너무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보니 이젠 식상해질 정도이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에게 가난함이 죄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가난함과 부유함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한다. 드라마뿐 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데 있어 많은 조건을 따진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시 되어야할 성품보다는 그 사람의 집안이나 직업 등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조건만 따지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옛말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젠 그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는 직업에 따른 차별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드라마만 보아도 그런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집안 어른들의 눈에 천해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무시하고 그 사람 자체를 하찮게 여기기 일쑤다. 그걸 보는 우리로서는 자연스레 직업을 차별하게 된다.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귀하고 천한 직업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 앞으로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수그러들 것 같진 않다. TV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예쁘고 멋있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외모에서 뒤쳐지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 전혀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당연시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시당하는 입장의 사람들도 그것을 자신들이 인정하면서 도리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런걸 보면서 웃고 즐기는데,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나도 어느새 외모 지상주의에 제대로 물들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년 전에는 ‘얼짱 강도‘까지 등장했었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타게 된 강도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얼짱으로 알려진 강도 수배자의 사진이 공개되자 팬클럽 카페를 개설하기도 하고 그 강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석방될 때를 기다려 연예인으로 데뷔시키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생각들이 한국 사회에 성형이나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신문 기사에서도 보면 자신의 외모를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 이젠 남자들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에 힘쓰는 걸 보면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느끼는 바인데, 한국 사회가 점점 연예인들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음주운전이나 폭행 사건, 마약, 도박 등과 같은 이유로 구속되고 방송 출연이 중단된 연예인들. 요즘 연일 음주운전을 하는 연예인들이 속출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음주운전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근절되어야 할 범법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엄중해야 하고 대중 매체의 비판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연예인들에게 매우 관용적인 편이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던 사람들을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방송에 복귀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중 매체의 태도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TV나 라디오, 신문 등의 매체와는 차별화된 뉴미디어로서의 인터넷. 일방적인 방향이라는 특징을 갖는 TV나 신문 같은 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은 쌍방향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기사에 해당하는 리플이 엄청나다. 이런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인터넷이 대중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미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사이트의 리플을 보면 사람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잘못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토론보다는 자기감정에만 치우쳐 편향적이고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발언을 하고, 대책이나 대안이 없는 비판으로만 가득하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든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들, 정치인들을 왜곡시키는 발언들,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발언들...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을 익명성을 이용해 쉽게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 발언들을 믿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편견과 문제점◑
매스미디어에 의해 갖게 된 편견들 중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공감할 만한 예가 있다. 모두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이 컸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봐왔던 ‘남자 셋 여자 셋’ 또는 ‘논스톱’ 등의 대학 생활을 소재로 한 시트콤이나 드라마가 그런 환상을 갖게 하는데 한몫 했다고 본다. 시트콤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로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대중매체가 자연스럽게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동안 화제가 되어왔던 혈액형. 대중매체에서는 B형, 특히 B형 남자에 대한 말들이 참 많았다. 대중들은 혈액형을 사람을 판단하는 하나의 잣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어봄으로써 그 사람을 미리 판단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성격을 A형, B형, AB형, O형 이렇게 4가지로 구분을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부 맞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상대에 대한 편견을 갖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얼마 전, 병원 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TV에서 방영되었다. 수술장에서 근무하면서부터 극심한 언어폭력과 비인간적인 모독행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같은 병원에서 지난해에도 이와 같은 이유로 자살한 간호사가 또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간호사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가 이 병원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이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의사들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다. 모든 병원의 의사들이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왕따’를 다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피해자를 인터뷰하고 왕따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학생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일부 학교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모든 학교가 그런 듯 보도하고 있다. 사회의 일부 모습을 전체 모습으로 해석하게끔 하는 언론의 보도방식은 문제가 있다.
TV속의 광고 또한 우리에게 많은 편견을 준다. 구매를 하게하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아파트 광고를 보면, 내가 사는 곳이 나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식의 광고가 주를 이룬다. 그 광고 속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유하고 품격도 높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살고 있는 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 어느 브랜드의 집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재산은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의 품격까지는 판단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광고 중의 어떤 것은 사대주의를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식품회사 등의 광고를 보면 미국 식약청 등록 승인을 받았다는 등의 문구로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런 광고를 보면 대중들은 한국 사회가 미국에 의존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중매체들이 정보의 사실적은 측면을 전달하는 목적을 상실한 채 편파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그것을 접하는 대중들에게 혼란을 일으킨다. 신문사의 경우 똑같은 사건이라도 기술하는 방향이 다르다. 선거 때가 되면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같은 내용을 다르게 기술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사진을 신문에 게재할 때도 그 사람에 대해 우호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른 사진이 게재되기도 한다. 대중들이 그 사람에 대해 판단을 하기 이전에 자신이 보고 있는 신문사의 방향으로 그 사람을 보게 되고 그에 따라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알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 신문사의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러 신문사의 것을 접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시위를 보도하는 경우에도 보수 성향 신문사들은 그 시위가 교통을 방해하고 소란스러워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고 있다고 기술하는 등 시위를 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보도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문제 삼는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문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데, 일부 신문사들은 이 문제를 중요시하기보다는 이들의 신분이 불법 체류자라는 것만을 강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생겨난 한국 사회의 편견들과 차별적인 현상들에 대해 돌아보았다. 이러한 편견과 갈등, 차별적인 현상들에 대해 수용자들이 감정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접근해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매스미디어의 왜곡 속에서 그것을 정확히 판별할 줄 아는 비판적인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대중들도 객관적일 필요가 있지만 대중매체 역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이 말은 대중매체를 손에 쥐고 있는 고위층 사람들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사의 프로그램과 보도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또 개선해 나가는데 있어서 한 주간 방송된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안이나 대책없는 비판만을 늘어놓는 인터넷의 리플과는 차원이 다르다.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방송이 발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제를 하면서 TV나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늘 상 접하고 있던 대중매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을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오고 무심코 넘어갔던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