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청계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 산행
이태 전 불어닥친 신종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모임을 가질 수가 없었고, 감염이 두려워 외출을 자제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의 조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함으로써 사람들의 활동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숨죽여 지내다 보니 계절의 변화에 무덤덤해져 버렸다. 여름내 푸르렀던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날리고 있다. 그래서 가을이 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고향 친구들과 함께 청계산을 찾았다.
청계산(淸溪山)은 서울, 성남, 과천, 의왕에 펑퍼짐하게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 618m의 망경봉을 비롯하여 국사봉, 매봉, 이수봉, 옥녀봉 등 크고 작은 연봉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봉우리 꼭대기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망경봉을 제외하고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인왕산 등 서울의 여느 산과는 달리 산등성이의 산세가 완만한데다 산길이 거칠지 않아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산이다. 산의 남서쪽 인덕원 산기슭에는 신라 때 창건된 고찰 청계사가 있으며, 북서쪽 과천 산자락에는 서울대공원과 경마공원이 있다.
서울대공원은 청계산 과천매봉과 망경봉, 매봉, 옥녀봉이 어깨 걸고 둘러서 있는 가운데 삼태기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공원 뒤편 산허리에는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산길에 마직포를 깐 약 8km 길이의 산림욕장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림욕장길은 몇 개의 약수터와 정자, 쉼터, 전망대를 잇고 있으며, 산길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오르내림이 적당하여 아무리 자주 찾아 걸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참나무, 산벚나무, 소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가 우거져 계절에 따라 걷는 느낌이 각기 다르다. 지금 산림욕장길은 끝물단풍이 한창이다.
서울대공원 스카이리프트승강장에서 길을 잡아 매봉1약수터~선녀못숲~아까시나무숲~자연과함께하는숲~얼음골숲~산림욕장전망대~생각하는숲~쉬어가는숲~원앙이숲~조절저수지~독서하는숲~밤나무숲~사귐의숲~소나무숲~국립현대미술관~청계저수지를 거쳐 대공원 입구까지 되돌아오는데 4시간이 걸렸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데다 신종코로나로 인해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지 않아 산길이 꽤나 한산했다. 산길에는 나뭇잎이 수북히 쌓여 있는데 얼을골숲의 에기단풍나무는 늦도록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고향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는 산행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