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국내 첫시사회가 열린 태평로 시넥스. 영화에 모여진 관심이 대단했던 만큼, 취재진과 영화관계자들로 좁지 않은 객석은 일찌감치 빈자리가 없었다.
막이 오르자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더블도어와 맥고나걸 교수가 어둠을 따라 런던의 거리로 찾아든다. 곧이어 날으는 오토바이에 육중한 몸을 싣고 나타난 문지기 해그리드. 이들은 강보에 쌓인 어린 해리 포터를 이모네 집 앞에 내려놓곤, 안녕을 빌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10년 뒤. 이모네인 더즐리의 일원으로 자란 해리 포터는 곧 열한살이 되지만 '콩쥐 팥쥐'의 계모보다도 더 악랄한 더즐리 가족의 구박 속에 고달픈 삶의 연속 뿐이다.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 생일, 바닥에 손으로 그린 케잌 앞에서 쓸쓸히 소원을 비는 해리 앞에 다시 나타난 해그리드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해리를 마법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후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만 400만부, 전세계적으로 1억2천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원작을 충실히 훑어나간다. 착한 심성, 마법사로서의 뛰어난 소질에 갓난아기때 악의 화신 볼드모트의 공격을 견뎌낸 신비한 힘 덕에 주위의 사랑까지 독차지한 해리는 짜릿한 모험을 펼치며, 부활하려는 볼드모트까지 무찌르며 어린 영웅이 된다.
소설 '해리 포터'의 마법과 같은 매력에 빠진 팬이라면, 영화에 대한 기대도 자못 대단할 것. 하지만 아쉽게도 할리우드 드림팀의 손을 빌어 상상에서 화면으로 뛰쳐나온 '해리 포터'에서 원작 이상의 감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동화'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원작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싱거운 '아동물'이 되고 말았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에피소드들을,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순서대로 나열시킨 구성은 현란한 편집의 요즘 영화들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영화 '해리 포터'는 어린 관객들 역시 그렇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닐 것 같다. 후반부 중요한 사건들이 주로 금지된 숲과 학교의 지하에서 이뤄지다 보니 어린이들이 보기엔 좀 어두운 화면의 영화가 되고 말았다. 2시간 32분의 긴 러닝타임도 부담스럽다.
물론,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원작에서 그렸던 이미지들을 쫓아가며 영화를 보는 재미는 대단하다. 특히 화려한 마법들이 처음으로 눈을 사로잡는 신입생 환영만찬, 푸르게 펼쳐진 숲,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공중에서 벌어지는 쿼디치 경기장면 등은 단연 압권이다. 뛰어난 특수효과들은 꿈에서나 그려봄직한 세계를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투영시켰다.
오직 주인공과 흡사한 이미지 때문에 4만대 1의 경쟁을 뚫고 '해리 포터'역을 맡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도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 물론 영화라고는 처음인 열한살짜리 소년이라지만, 온갖 역경을 딪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해리 포터 보여주는 표정치곤 너무 단순하다.
10여년전 '나홀로 집에'로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뒤, '미세스 다웃파이어' '스텝 맘' '바이센테니얼 맨' 등 가족애를 강조한 영화들로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해온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이번엔 맥컬리 컬킨만큼 똑똑한 파트너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조연들 중엔 '해리 포터'의 단짝 '론 위즐리'로 등장하는 순박한 얼굴의 소년 루퍼트 그린트, 학교 문지기 '해그리드' 역을 맡은 거구의 로비 콜트레인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산더미 같은 덩치, 온통 헝클어진 수염과 달리 시종 선한 눈망울을 굴려대는 콜트레인은 이번 영화로 많은 어린이 팬들을 거느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