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남코르도판(South Kordofan)주 아부 주바이하(Abu Jubayhah) 지역에 위치한 알 사파(Al Safa) 캠프에서는 여성들이 물을 받기 위해 급수시설 앞에 줄을 서 있다. 주변에는 물을 채우기 위해 가져온 제리캔(jerry can, 플라스틱 물통)이 빼곡히 놓여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주민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최소 3km를 걸어야 했다.
알 사파 캠프의 급수시설에서 여성들이 제리캔에 물을 받고 있다. 2026년 8월. ©MSF
이처럼 매일 반복되는 풍경은 남코르도판 내 주요 실향민 거주지로 자리 잡은 아부 주바이하가 마주한 더 큰 현실을 보여준다. 실향민 중 일부는 알 사파와 같은 캠프에 머물고 있지만, 대다수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아부 주바이하는 62개 지역에 걸쳐 총 5만 7,880명의 실향민이 거주하고 있어 카두글리(Kadugli)에 이어 남코르도판 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향민을 수용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지 당국은 실제 실향민 수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부 주바이하 시내만 둘러보아서는 실향민 문제의 심각성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지만, 인근 캠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캠프에 가보면 실향민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 현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_아이셰 빌게 외즈튀르크(Ayşe Bilge Öztürk) /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아부 주바이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실향민 가족들은 천막이나 비닐을 덮은 짚 구조물, 콘크리트 구조물 등 임시 또는 반영구적인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부 천막은 면적이 10㎡(약 3평)에 불과해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향민 중 상당수는 여성과 아동이다.
임시 거처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알 사파 캠프의 전경. 2026년 6월. ©MSF
“유입되는 피난민의 수에 비해, 그리고 길어지는 피난 생활에 비해 현장에서 제공되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_아이셰 빌게 외즈튀르크
식수 공급,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
국경없는의사회는 2026년 6월 아부 주바이하에서 대응 활동을 시작했다. 알 사파 소재 캠프 3곳에 식수를 공급하는 것은 초기 대응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초기에는 급수 트럭을 이용해 캠프에 물을 공급했다. 동시에 시추공을 설치하고 급수망을 구축하며 태양광 양수기를 설치하는 등 더욱 지속 가능한 급수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또한 기존 화장실을 보수하고 청소용품을 제공했다.
알 사파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급수 트럭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2026년 8월. ©MSF
구호 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사회에 10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제공했다. 캠프에 거주하는 가족들은 이 물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아이샤 아흐메드(Aisha Ahmed, 37세)는 실향 후 처음에는 학교에서 지내다가 이후 알 사파 캠프로 거처를 옮겼다. 아이샤는 당시 물을 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였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일주일 내내 물 없이 지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시추공을 설치하고 급수망을 확장한 덕분에 지금은 하루 24시간 언제든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_아이샤 / 알 사파 캠프 거주 실향민
아이샤는 미소를 지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정말 기뻐요. 이제는 필요할 때 언제든 물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_아이샤
아이샤를 비롯해 캠프에 거주하는 실향민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더 이상 먼 길을 오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최소 3km를 걸어야 했다.
의료 접근성 향상
하지만 식수는 실향민 가족들이 마주한 여러 어려움 중 하나일 뿐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알 사파 캠프를 방문하던 중, 심한 설사 증상으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어린 딸을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아부 주바이하 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이러한 사례는 캠프 내 생활 환경과 실향민 가족들의 의료 수요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장에서 추가적인 의료 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알 사파 캠프에서 말라리아 검사 및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찾아오기 시작했고,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활동의 범위를 한층 더 확대했다.
아부 주바이하 내 신규 실향민 등록 센터에는 진료소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롭게 도착한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와 영양실조, 모성 보건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검사하고,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의료시설로 이송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부가 주도한 다종 백신 보충접종 캠페인에 물류 지원을 제공했다. 해당 캠페인에서는 정기 예방접종과 함께 홍역, 풍진, 소아마비, 황열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이 이루어졌다. 한편 많은 실향민들이 수용 지역사회에 정착해 생활하며 지역 주민들과 동일한 기본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부 주바이하 종합병원 시설을 개보수하고 의료 장비와 의약품, 기타 필수 물자를 제공하며 응급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진료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우기의 악조건을 뚫고 찾아온 일상의 변화
우기가 시작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도로가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이동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구호팀과 구호물자의 접근도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알 사파 캠프 주민들의 일상에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더 가까운 곳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물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댓글 물을 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네요~~
조금만 목이 말라도 참기 힘든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