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한적한 마을(츠와노), 비오는 날의 풍경이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봄비, 소운/박목철
봄비가 오랜만에 흡족히 대지를 적신 탓인지 텃밭에 심은 상추에서 한결 생기가 느껴진다.
봄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건만, 요즘은 이상 기후 탓인지 그렇지 않아서 걱정이다.
작년에는 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봄 가뭄에 시달리기 까지했으니 말이다.
웬만하면 식목일 전후에 심은 나무는 죽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봄비와 관련이 있을듯싶다.
작년에 이사한 집의 울타리가 없어 휑한 것이 마음에 걸려 울타리 삼아 개나리를 꺽어다
심기로 했다. 개나리는 사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이기도 하고 아무렇게 심어도
뿌리를 잘 내리고 잘 자라는 꽃이기도 하다. 봄을 상징하는 화사한 꽃임에도 개자가 붙은 것은
이런 질긴 생명력 때문에 귀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서 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기르기 어렵고 잘 죽는 꽃들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섬세한 돌봄을 받는다.
개나리 삽목을 위해서, 서울 아파트 주변에 무성한 개나리를 전지가위로 자르고 다듬어서 물에
며칠 담그는 등의 정성을 들였다. 한여름만 지나면 멋진 개나리 울타리가 될 것 이라고 기대하며
정성껏 심었지만, 봄비가 나리지 않아 한그루도 살려내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도 울타리가 없이 휑한 모습은 여전하지만, 작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버려두고 있다.
개나리 울타리 조성은 실패로 끝났지만, 봄비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게기는 된 셈이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지만, 생명의 소생에는 봄비가 꼭 따라야 한다.
봄이면 자연적으로 모든 식물이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고 무심히 생각하고 봄비의 존재를
잊고 있기도 하다. 봄비가 왜 그리 자주 내리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는이가 거의 없다.
근래에 들어 봄 가뭄이 심하지만 예전에는 봄이면 비가 자주 내렸고 봄이면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봄비는 아주 부드럽고 감미롭게, 가늘게 내리는 보슬비의 형태로 내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
하기도 한다. -나를 울려주는 봄비-유명한 박인수 씨의 노래는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의 오묘한 이치는 봄비라고 예외는 아닌듯싶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면, 거의 2시간에 한 번씩 젖을 먹지만 한 번에 많이 먹지는 못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섬세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자주 먹어야 한다.
움이 트기 시작한 식물도 갓난아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아기가 젖을 자주 먹듯
식물의 새싹은 비가 자주 내려 주어야 하고, 아기가 밥을 먹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나기로
퍼붓는 물줄기보다는 가늘게 나리는 보슬비야말로 새싹을 키우는 수유와 같은 것이리라,
농사를 짓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비가 적당히 내려 주는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농사를 떠나서도 물은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 옛말을 살펴보면, 비에 관한 표현이
유달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비를 두고도 아주 세심하게 구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다른 분야의 옛말이 별로 없다는 점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 비에 관한 옛 명칭들이다.
빗소리를 듣거나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옛 분들의 정서에도 비에 대한 낭만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농사에 도움이 되니까, 라는 차원이라면 이렇게까지 세밀히 구분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다소 의미는 다르지만 봄비와 연관된 비의 이름도 아주 다양하게 불리웠다.
-안개비, 는개비, 이슬비, 보슬비, 부슬비, 가루비, 잔비, 실비, 가랑비, 싸락비, 날 비 등
이런 정겨운 봄비 외에도 비에 대한 명칭은 거의 50여 개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이런 비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보며 비에 대한 옛 분들의 정서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고 현실에 쫓기다 보면 정서가 메마르게 된다.
빗소리를 차분히 듣기보다는 출근길이 걱정이고,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비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차분히 빗소리를 즐기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각박해진 탓이리라,
자연이 내는 소리는 비록 소리가 커도 소음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심신을 안정시키는 좋은
소리라고 한다. 지금의 집의 구조는 빗소리를 듣기에 적합하지 않다.
창문을 닫고 있으면 비가 오는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양철집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좋아 이담에 크면 방 한 칸은 꼭 양철지붕으로 해야겠다는 소박한 꿈도 있었지만
역시 꿈이었다.
마음의 창문을 열기로 했다. 양철 지붕 아래 소박한 방 한 칸에 난 작은 창이다.
봄비 소리가 들린다. 아득한 옛 시절 꿈 많던 그 시절에 듣던 그 소리 그대로이다.
날 울리는 봄비가 아니다. 행복함이 가득한 감미로운 멜로디 이다.
다, 내어준 공허함에
꽁꽁 얼었던 가슴
봄비에 젖으면
아픔은 흔적 되어 망각으로 스러지고
졸졸 소리내어 희망만 가슴에 품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소리만으로도
봄이 오는 소리 가득하지 않은가? -소운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발췌-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네,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
비라는 주제가 마음을 차분히 만드나 봅니다.
좋은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잘보았습니당
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 보셨다니 제가 감사드립니다.
좋은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봄비에 젖어드는 기분입니다 좋을글 감상합니다.
좋게 평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글 쓰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상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창한 봄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이 오늘 날씨와 맞네요
올해는 다행히도 비가 자주 내립니다.
상추가 부쩍 자라는게 보일 정도예요,
좋은 글 읽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쓴 입장에서는 좋은 덕담이 힘이 됩니다.
아 봄비 좋네요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