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3월19일(금)맑음
모든 인간의 경험은 자기 자신만의 경험이며, 우리의 뇌는 두개골이라는 통 속에 갇힌, 통 속의 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나의 경험은 나만의 경험이고 나에게 절대적이며 진리이다. 그렇지만 경험이 나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경험이 남과 공유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는 것이 기적이다.
-강성용(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2021년3월21일(일)맑음
며칠 전부터 벚꽃이 얼굴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정주보살 오다. 점심공양 함께 하고 환담을 나누다. 평정심을 견지하여 세상을 살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2021년3월22일(월)맑은 바람
혜광거사가 점심 공양 초청하다. 보살님들과 사천으로 드라이브 나가다. 사천대교, 무지개해안도로, 선진고성 들러서 춘색풍광 유람하다. 사천 원예시장에서 대나무와 튤립을 사다.
船津古城曾未踏, 선진고성증미답
陽春好時携善友; 양춘호시휴선우
櫻花方暢雲靑霄, 앵화방창운청소
人間何處幻樂無. 인간하처환락무
선진 옛 성 일찍이 가보지 못했더니
양춘가절에 벗들과 함께하네
벚꽃은 찬란, 푸른 하늘엔 흰 구름
세상 그 어디엔들 ‘있는 듯 없는’ 즐거움이야 없겠는가?
자네, 좌뇌에게 속았네, 자아란 좌뇌가 지어낸 소설이야!
No mind no self. No self, no problem. 無我無難
2021년3월23일(화)맑음
고산스님의 원적에 즉하여,
杲山四時春, 고산사시춘
無風花落地; 무풍화락지
禪師何處去, 선사하처거
萬古雙溪是. 만고쌍계시
햇빛 밝은 산엔 항상 봄이요
바람도 없는데 꽃이 떨어지네
선사는 어디로 가셨는고?
만고에 쌍계, 이것을!
2021년3월24일(수)흐림
상대동사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다.
꽃집에서 대나무 한 그루를 들여오다.
招聘竹美人, 초빙죽미인
侍立月窓前; 시립월창전
時風搖纖手, 시풍요섬수
信傳無爲韻. 신전무위운
미인 대나무를 모셔와
달빛 드는 창가에 서 있게 하니
때때로 바람 불어 섬섬옥수 흔들어
함이 없는 곡조를 마음껏 전해주네
2021년3월26일(금)맑음
9:00 출발하여 화개 벚꽃 터널 지나서 쌍계사. 고산스님 영결식장에 조문하고, 섬진강 벚꽃길을 따라 달리다. 광양에서 점심 공양하고 옥룡사지를 참배하고 돌아오다.
玉龍古聖址, 옥룡고성지
回來空也麽; 회래공야마
眼光落春池, 안광낙춘지
冬柏紅鳥歌. 동백홍조가
옥룡사 옛 성지여
空으로 돌아갔느냐?
눈빛이 봄 연못에 떨어지니
동백꽃 붉고 새는 노래하네
2021년3월27일(토)비
春雨暗櫻坡, 춘우암앵파
閑步携傘樂; 한보휴산락
玉聲鼓空骨, 옥성고공골
淸踏滴花落. 청답적화락
봄비가 아련히 벚꽃 언덕에 내리고야
우산 쓰고 걸으니 한가한 즐거움이라
빗방울 소리는 허공의 뼈를 두드리는데
비에 젖은 꽃잎을 사뿐히 밟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