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받아라"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오순절에 사도를에게 성령이 내리심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그래서 성령 강림 대축일을 오순절이라고도 합니다.
오순절은 무엇일까요? 오순절은 본래 농경 축제였습니다. 그해의 첫 곡식을
하느님께 감사의 뜻으로 봉헌했던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과월절 초막절과
함께 유대인의 3대 축제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농경 축제는
계약 사상과 연결되었고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즉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받고 계약을 맺은 것이 꼭 50일째 되는 날이었기에
이를 기념하게 된 것입니다.
구약의 백성들이 시나이산에서 계명을 받은 뒤에 율법에 따라 살았다면, 신약의 백성들은
성령강림 사건 뒤에 성령에 따라 살았습니다. 실제로 사도들은 이 사건을 통해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겁쟁이요 바보요 무식했던 제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령강림 사건 이후에 제자들이 본격적인 복음선포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날을
교회창립일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주님은 일찍이 제자들에게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승천하셔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곁에 계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육을 가지고 오신 사건이
성탄이라면 영으로 새롭게 찾아오신 사건이 성령 강림입니다.
그렇다면 성령은 누구이신가요? 신자들에게 성령이 누구시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하지 못합니다.
성부는 창조주 하느님 성자는 구원자 예수님 성령에 대해서는 대답을 선뜻 하지 못합니다.
아버지와 아들까지는 아는데, 성령에 대한 생각은 잘하지 못합니다. 성령은 사실 인간적인 이해가 애매합니다.
궂이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라 할 수 있으며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함께
뿜어나오는 거룩한 영이요. 또한 사랑이나 능력, 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을
하느님답게 하는 힘이며 아들은 아들답게 하는 능력이 성령이십니다.
오늘 1독서에서 제자들이 다락방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세찬 바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세찬 바람은 바로 성령의 충만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복음에서는 주님께서 숨을 내쉬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말씀하십니다. 숨을 내쉬었다는 것은
성령이 직접 발산되셨다는 표현이지요.
제자들은 약했고 주님이 떠나시자 불안했습니다. 이때 주님은 성령을 약속하십니다. 주님이 떠나신 세상은
성령이 밝혀줄 것이고 부족한 지혜와 지식도 성령이 채워주실 것이며, 복음을 전할 용기도 성령이 주실것입니다.
한마디로 제자들은 성령으로 하느님의 일을 주님처럼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성령의 은혜를 구하며 어두운 세상을 기쁘게 살 수 있는 힘,
불안한 세상을 용기 있게 살 수 있는 힘을 간구합니다. 그러나 성령을 받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지요.
믿음과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 주님을 향한 빈 마음이 필요하기에 성령께서 찾아오실 마음을 비워 드려야겠습니다.
믿음도 필요하고 열심히 사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령은 어둠을 빛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시는 분이시기에
무엇이든 사람이 살맛 나게 합니다. 우리도 성령의 도움으로 기쁘고 활기찬 신앙을 살아갑시다. 아멘.
(20240519 성령강림대축일)
의성 본당 주임
김한모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