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많이 낫는지 바다수영 가자고 재촉해대는 태균이. 주말이고 날씨도 화창하니 작정하고 완이 장시간 바닷물놀이 채비를 해서 준비하고 나갑니다. 얼음물에다 과자도 몇 개넣고 완이가 좋아하는 때이른 대과귤까지 한 짐입니다. 거기에다 완이 구명조끼, 태균이 아쿠아슈즈에다 오리발까지... 일단 바닷가 바로 앞 집으로 이사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12시에 시작된 물놀이는 지금이 오후 5시 30분을 넘겼으니 7시쯤 끝난다고 보면 충분하지 싶습니다. 한참 밀물 때인지라 만들어진 천연수영장이 근사합니다. 물론 완이는 무려 6시간 가까이 헤매고 다니니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수없이 왔다갔다 합니다.
오늘은 엽기성이 좀 극에 달한 날입니다. 밝히고 싶지않은 아침 일찍 상황하며 (대소변 관련이니 그 비인간성에 치가 떨리긴 했습니다), 오늘은 바다에서 자꾸 바지를 벗어제낍니다. 그야말로 아무도 오지않는 바닷가라 다행입니다. 잠시 눈붙였다가 눈떠보면 하체벌거숭이가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바지는 어디다 내팽겨쳤는지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저 신경 안쓰고 푹 쉰다 생각하며 바위를 요삼아 잘 수 있을만큼 자봅니다. 자꾸 잠이 쏟아지는 것보니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신나게 수영즐기다 간 태균이가 찍어놓고 간 사진 속에 제 모습은 쌩쌩해보이기는 합니다.
바다수영도 매일해대니 자신감이 붙는지 자꾸 멀리가려고 하는 태균이가 좀 불안해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오리발까지 준비해 보았더니 조심스럽게 연습도 해봅니다.
4시쯤 태균이는 돌아가버리고... 요즘 들어 성산읍에 건설되는 제주제2공항 반대시위 행군이 꽤 자주 목격됩니다. 사이판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군사기지 활용 목적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고 제주 특유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움직임일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거대한 글로벌 패권주의 정책들이 세세한 개인의 삶에 깊숙히 영향을 주는 시대이나 한 개인의 움직임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니 패배주의가 은연 중에 깊어집니다. 패권覇權과 패배敗北의 패는 뜻도 극과 극이니 시대의 족적을 꿈꾸는 자가 일상은 완이의 비인간적 엽기성에 치를 떨곤 하니 제 일상은 이렇게 극과 극입니다!
그래도 바닷가 바위에 누워 태평성대를 읊조리니 이렇게 산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이렇게 바다에서 지치도록 보내는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네요.
첫댓글 완이의 이런 원 없는 바다 경험은 아마 다시 없겠죠.
테균씨 정말 멀리 가네요.
늘 바다를 눈팅으로 경험하고 올 여름을 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