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디아코니아연구소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군 선교 종합세미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권수영 연세대 교수, 이범성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이정우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성기준 예성교단 군선교사회 회장,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선교와디아코니아연구소 제공
한국교회의 군선교가 진중세례 인원이라는 양적 지표에서 벗어나 장병을 어떻게 양육하고 지역교회 정착까지 이끌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군선교를 단순한 전도 행사나 개종 활동으로 좁히지 말고 장병의 삶을 섬기고 세우는 ‘디아코니아’ 사역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와디아코니아연구소(MDI·소장 이범성 교수)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군 선교 종합세미나를 열고 지난 4월부터 이어온 연속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종합 발제를 맡은 이범성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군선교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군선교의 핵심 내용을 양육과 섬김, 제도로 정리하며 “이 내용이 곧 디아코니아”라고 밝혔다. 디아코니아는 섬김과 봉사를 뜻하는 신학 용어다.
이 교수는 선교신학자 데이비드 보쉬를 인용해 선교를 전도와 봉사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군선교 역시 복음을 전하는 일과 장병을 돌보는 일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군대를 “위로의 말과 보살핌이 그 어디보다도 필요한 곳”으로 규정하며, 군선교가 특정 집단의 이념에 조달되는 신앙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에 복종하는 신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DI가 군선교를 주제로 연속세미나를 마련한 배경에는 구조적 여건 악화가 있다. 연속 세미나에서는 군교회 통폐합과 군선교사·군목 감소 같은 위기(국민일보 2026년 6월 1일자 35면 참조)를 넘어, 장병을 만나고 양육할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이 함께 논의됐다. 병 복무기간이 육군 기준 18개월로 짧아지면서 자대 배치 이후 꾸준히 접촉하고 양육할 여건은 더 어려워졌다. 이정우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전 국방부 군종실장)은 “훈련 5주간이 선교적 승부처”라며 “청년들이 영적으로 가장 열려 있는 훈련소와 신병교육대 시기에 접한 복음을 자대 배치 이후까지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관건이”이라고 강조했다.
세례 이후 양육 공백은 더 구체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전 육군참모총장)는 ‘군선교신문’가 최근 발표한 ‘군선교 현황과 미래 전략 분석’을 인용해 입대 후 세례받은 장병의 전역 후 지역교회 정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상당수 장병은 종교활동 참여 동기로 ‘간식 제공 및 휴식’을 꼽았고 반면 ‘진리를 알기 위해’ 또는 ‘복음에 이끌려’ 참여했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를 외적 유인을 따라 종교활동을 오가는 ‘종교 쇼핑’ 현상으로 해석하며 “세례 이후 양육과 공동체 형성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성도 중심 군선교’가 제시됐다. 김 교수는 “군인교회의 간부와 가족, 용사를 목양의 수혜자가 아니라 스스로 동료를 전도하고 세우는 군 선교사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 한 명이 다수 장병을 전도·양육하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병사와 간부들이 생활관과 부대 안에서 직접 신앙공동체를 조직하고 운영하도록 돕는 ‘병영 인큐베이팅’ 모델도 제안됐다.
성과를 재는 잣대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군선교의 대표 지표가 진중세례 인원이었다면 앞으로는 훈련된 제자의 수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캐나다 신학자 폴 스티븐스의 책 ‘일터신학’(IVP)을 언급하며 “이를 군 상황에 적용해 군대를 단순한 전도 대상지가 아니라 장병의 삶 자체가 예배와 선교의 현장이 되는 공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성 교수는 이날 논의를 다시 디아코니아로 수렴했다. 이 교수는 “군선교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으로 봐야 한다”며 “그 내용은 양육과 섬김, 제도이고, 이 내용이 곧 디아코니아”라고 말했다. 이어 “세례자 수라는 익숙한 숫자를 내려놓고 그 뒤에 있는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가 한국교회 군선교의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