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여자 이야기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이 책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여자 이야기’다. 아니 더 정확히 하면 ‘여자도 모르고 남자는 더더욱 새까맣게 모르는 이야기’다. 즉 남자는 짐작조차 못하는 이야기다. 여자는? 어머, 그래. 맞아. 나도 그랬어! 하고 새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저자 안미선 씨는 성 상담 교사로서, 산재를 당했던 노동자로서, 여성 노동자 글쓰기 강사로서, 아이 엄마로서, 가정주부로서,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 주민으로서 글을 썼다. 또래 여자들과 같이 아픔을 공감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이런 것 같다’고 알려준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란 이런 것이다 하는 걸 보여준다.
이 책에는 안미선 씨의 생활 글과 함께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글이 같이 실려 있다. 비정규, 비공식 여성노동자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보이지 않게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그날그날 있었던 개운치 않은 일을 굳이 시간을 쪼개어 써보았다. 결국 나도 자연스레 변해가겠지만 이전의 나와 지금 나의 간극을, 벼랑을 뛰어넘는 것처럼 까마득한 긴장과 낯섦을 써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생하게 편지처럼 기록해두고 싶었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내가, 미래에 변해 있을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또,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에게 ‘난 실은 이랬다우, 당신은 어땠어요?’ 묻는 편지처럼. 아직 어린 친구들에게 ‘우리 나라에서 여자로 산다는 거, 경험해보니 이런 것 같다’고 귀띔해주는 편지처럼.”- 본문에서
<출판사 서평>
왜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사실대로 일러주지 않았을까?
여자들의 이야기, 특히 결혼한 여자들의 이야기는 수다가 된다. 서로 같은 처지므로 온갖 쌓인 감정을 떠들썩하게 풀어낼 수 있지만 여자들이 수다를 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남지 않으므로, 기록되지 않고 평가 받지 않고 단죄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또한 거듭 같은 삶이 반복된다.
“왜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나서 여성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아무도 있는 대로 말해주지 않았을까?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사실대로 일러주지 않았을까?”
<책속에서>
종일 몸 놀려 손발과 다리 어깨 같은 곳이 저리고 아파와도 직업병이라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집 안에서 길에서 외딴 곳에서 뿔뿔이 일하는 여자들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은, 그 일이 노동이라고 불리지 않은 만큼이나 낯설다. 여성은 집과 밖의 경계에서, 사적인 보살핌과 공적인 노동의 경계에서, 종과 성스러운 어머니의 경계에서 일한다. - 본문에서
<추천사>
안미선 씨는 ‘자기가 겪은 일을 그대로 글로 쓴다는 건 다이너마이트’ 같다고 했다. 나 또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본 적이 있지만 안미선 씨 글을 보면서 여성이 겪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남자가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여자가 자기를 억압하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안미선 씨는, 여자가 ‘집사람’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자기만의 경험으로 풀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처음엔 평등부부를 부르짖다가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저절로 발이 묶이고 자연스레 육아와 집일을 도맡게’ 된다. 또 “나가서 할 일이 없다, 일이 있어도 대접이 형편없다, 그럴싸한 일이 있어도 미래가 없다” 이 말을 어느 여자가 부인하랴.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안미선 씨는 여자가 집사람이 되는 것은 ‘사회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과 사회가 ‘집에 있는 여자는 아름답도다, 젖 물리는 여자는 더 아름답도다’ 하고 남자들을 부추긴다고 한다. 그 결과, 여자가 애초 집에 둥지 틀 생각이 없으면 별종으로 취급받거나 단죄를 받게 된다.
그런 집사람들이 이제는 일어서고 있다. “누가 나보고 집사람이래, 집에서 하는 일이 우습냐”고 세상 사람들에게 당당히 소리친다. ‘이봐요, 내 이름은 집사람이 아니야, 나도 버젓이 이름 석 자 있소, 옛날부터 일해 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소. 아름답다 숭고하다 소리 따윈 집워 치워요, 허드렛일 시킨다는 되먹잖은 생각 따윈 집어 치워요’
- 안건모(월간<작은책>대표)
<목차>
여는 글 _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여자 이야기 5
추천사 _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안건모 9
1부 아기 낳는 날
아기 낳는 날 16│놀이터 엄마들 21│깨끗한 집 26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31│골병 36│엄마 타령 41│피임 이야기 46
어떤 수술 51│어린이집 가는 날 56│왕따 61│어떤 날 66
남편과 나 71│아무 데도 없는 엄마 76│세 친구 81
2부 ‘좋다’와 ‘싫다’의 사이
행복한 시간 88│첫 면접 98│내가 만든 책 103│프리랜서 109
일하는 엄마 114│집사람 이야기 119│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124
어둠 속의 작별 129│미혼모 쉼터에서 만난 민이 135
‘좋다’와 ‘싫다’의 사이 140│기지촌에서 만난 ‘왕언니’ 145
3부 외로운 여자들
엄마의 돈 152│외로운 여자들 156│이웃들 160│행복한 여자 165
잃어버린 집 170│여자 친구들 175│주인 아줌마의 비밀 180
두렵다는 것 185│연애의 목적 190│여자가 아기를 낳는다는 것 195
조용한 가족 200│성매매에 대한 생각 206│저 말이 불편하다 211
4부 여성의 일과 삶
제가 개인 사업자래요 - 김경희(가명)·학습지 교사 218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싶어요 - 송은영(가명)·웹디자이너 223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 이영애(가명) 228
우리는 개미같이 일해요 - 정은희(가명)·야쿠르트 배달원 236
다시 태어나면 큰 회사에 다니고 싶어요 - 이영옥·봉제업 242
이대로 일하게만 해주세요 - 박선숙(가명)·청소용역 248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아요 - 김영은(가명)·학원 강사 253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요 - 박미숙(가명)·가내 부업 259
내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누가 정했을까 - 박혜경(가명)·텔레마케터 263
바느질을 계속하고 싶어요 - 최순미·가내수공업 271
네 시간 일해서 만 원 벌어요 - 민서(가명)와 서연(가명)·아르바이트생 278
내 일을 찾고 싶어요 - 손창엽·주부 283
예술하는 사람들도 밥은 먹고 살아야죠 - 이소영·영화 조감독 289
남을 도우며 살겠다고 약속했어요 - 백명주·사회복지사 296
<저자 소개>
글 안미선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영주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을 했다. 출판 일을 그만 둔 후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아 성폭력상담소에서 근무하면서 학교와 쉼터에서 성교육을 했다. 여성의 일과 삶을 소재로 월간<작은책>과 <삶이 보이는 창>에 글을 연재했다. 월간<작은책> 편집위원, 여성노동자글쓰기 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하는 여성들의 삶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같이 쓴 책으로는 《마지막 공간》, 《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가 있다.
그림 장차현실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7년부터 장애와 여성을 주제로 한 만화를 그려왔다. 다운증후군인 딸 은혜와 16년 차이 나는 둘째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일하고 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일이라 여기며 기쁘게 만화를 그리고 있다. 펴낸 책으로《엄마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색녀열전》,《마님난봉가》,《사이시옷》,《이어달리기》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