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어머니' 기념물에 손을 댄 까닭?
조국-어머니 기념물 문양 교체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조국-어머니'(Родина-мать) 기념물이 6일 수술을 받았다. 옛 소련의 상징인 '망치와 낫' 문양을 우크라이나의 '삼지창'으로 바꾼 것.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진행됐지만, 전시 중에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쓴다는 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문화부 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조국-어머니' 조각상은 옛 소련 시절인 1981년 제 2차 세계대전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 설치됐다. 높이가 61m에 이르는 거대한 조각품으로, 키예프를 가로지르는 드네프로강 언덕에서 모스크바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오른손에는 긴 칼을, 왼손에는 방패를 든 '여성 전사'의 모습이다.
주요 기념물 높이 비교. 왼쪽이 조국-어머니상/사진출처:스트라나.ua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기념물의 전체 높이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더 높은 102m에 달한다. 무게도 무려 450톤(t)으로, 오른손의 검이 9톤, 왼손의 방패가 13톤이다. 설치 42년 만에 우크라이나 '삼지창' 문양으로 교체된 것은 바로 방패에 새겨진 소비예트 문양이다. 그러나 칼자루에 있는 소비예트식 '별 장식'은 그대로 남았다. 이 기념물은 진도 9의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삼지창 문양
'삼지창' 문양은 우크라이나의 뿌리가 된 '키예프 공국'(키이우 루스)의 '블라디미르(볼로디미르) 대공'(블라디미르 1세, 재위 978∼1015년)의 상징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는 독립한 이듬해(1992년) 이 삼지창 문양을 국가 공식 문장으로 채택했다. 이때부터 우크라이나의 탈소비예트화는 본격 시작됐으나 2014년 '유로 마이단'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지부진했다. '조국-어머니'상도 '위대한 애국 전쟁의 승리' 상징으로 여겨져 손을 댈 엄두를 못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듬해인 2015년 우크라이나는 '위대한 애국 전쟁 승리의 날'을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즘에 대한 승리의 날'로 바꾸고, 탈공산화에 관한 법률을 채택했다. 또 '조국-어머니'상의 문양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계기로 문양 교체 결정이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기 모습으로 장식된 조국-어머니상/사진출처:rbc 영상 캡처
'조국-어머니'상이라는 명칭도 '우크라이나-어머니'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우크라이나 국립역사박물관'도 '독립전쟁 박물관'으로 개명된다. '조국-어머니'상에서 떼어낸 '낫과 망치' 문양은 '우크라이나 역사박물관'에 보관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문화부 측은 밝혔다.
문양 교체 비용은 2,800만 흐리브나. 정부 예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부를 받은 것이지만, '전시의 예산 지출에 관한 스캔들'에 포함돼 홍역을 치렀고, 알렉산드르 트카첸코 문화부 장관은 사퇴했다.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는 대하 드라마 '신도시 인굴레츠(ПГТ Ингулец)' 제작비 지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옛 소련 지도자와 장군, 저명한 러시아 문학가들의 동상들이 해체됐고, 제정러시아및 소련 위인들의 이름을 딴 거리 수천 곳과 마을 수백 곳이 우크라이나 위인 등으로 명칭을 바꿨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 정교회와의 단절을 위해 '종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년 1월 7일에 기념해오던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 러-우크라 국경검문소 개통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처음으로 러-우크라 국경의 콜로틸로프카~포크로프카(Колотиловка~Покровка) 검문소가 6일 다시 열렸다. 이 검문소는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州)와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주(州)를 이어주는 국경 검문소다.
러-우크라 국경검문소 모습/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인도주의적 목적의 이 검문소 개통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의 귀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주의 보호 센터도 개설해 입국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로 심리적, 법적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 또 센터에서 밤을 보내고, 수미 또는 우크라이나의 다른 도시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수미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키예프로 가는 특별 대피열차를 운행 중이다.
◇ 전쟁통에 한쪽 눈 잃은 여성이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에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로 나선 눈 잃은 여성/사진출처:스트라나.ua
러시아군의 키예프 폭격에 한쪽 눈을 잃은 여성이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우크라이나판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모델이자 방송진행자, 키예프 시장 고문의 아내로. 현지에서 잘 알려진 이리나 벨로체르코베츠(Ирина Белоцерковец)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여성은 강인하다'는 주제로 발간된 플레이보이 특별판에서 그녀는 시력을 잃은 왼쪽 눈을 하트 모양의 은색 안대로 가린 채 표지를 장식했다. 플레이보이 측은 전쟁 중 부상을 입고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준 모습에 벨로체르코베츠를 표지 모델로 섭외하게 됐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으로 후송돼 네 번의 수술을 받은 그녀는 "나는 더 이상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내 몸의 나머지 부분은 아름답다"며 표지 모델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잡지 수익금은 전액 우크라이나군 응급 의료장비 마련을 위해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