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표 밥솥을 아는 분은 60대가 넘은 나이일 겁니다.
제가 엊그제 가까운 형님과 만나서 얘기하는데 1975년에 코끼리표 밥솥 가격이 15만원이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그 당시 충청도 지방에 살아서 코끼리표 밥솥을 본 적도 없고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 그렇게 비싼 줄은 더 몰랐습니다. 그 당시 고등학교 초임교사 한 달 월급이 3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아줌마들이 코끼리표 밥솥을 사기 위해 계를 부어서 일본에서 사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제 밥솥을 찾는 분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밥솥이 일제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일본에서 나온 ‘소니 워크맨’을 아는 사람들은 50대 정도일 겁니다. 삼성에서 나온 ‘마이마이’가 워크맨을 따라 잡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했을 겁니다. 똑 같은 크기로 소형화하고 밧데리 작동시간이 같아지기 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그 워크맨 역사 속에서 골동품이 된 지가 까마득합니다. 그 워크맨을 무덤으로 보낸 것이 대한민국의 아이리버였습니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일본을 알고 보면 정말 놀라운 부분이 많은데 그들은 2차 대전에 쓸 비행기와 항공모함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1940년대에 이미 공업입국을 확실히 한 나라였고 우리는 1959년에 처음으로 가마니를 짜는 기계를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80대 내외의 분들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 잡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고, 60대 중반인 저는 적어도 내 생전에 일본과 견줄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게 무슨 과학적 근거나 통계학적 수치, 앞을 보는 예지력이 있어서가 전혀 아니고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인데 이제 우리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사이 한국 경제의 위상이 커지면서 '한일 경제 역전'과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온다.
정보가 넘치다보니 잘못된 내용이 사실인양 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 산다'는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앞섰다는 건지, 평균 연봉이 더 높아졌다는 건지도 헷갈린다. 평균 연봉만 하더라도 평가 기준에 따라 한일간의 우열이 제각각이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간혹 있다.
경제규모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 2021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374억 달러로 세계 3위다. 한국은 1조8102억 달러로 세계 10위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의 GDP가 한국의 2.73배라는 점은 한국이 좀 더 분발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일본이 4만2620달러로 21위, 한국이 3만4980달러로 23위다. 일본 언론들은 1인당 GDP를 주로 쓴다. 최근 일본의 대표 석학과 경제연구소가 일본의 1인당 GDP가 조만간 한국에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작년 말 발표한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1인당 GDP가 2027년 한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7년 약 4만5000달러 지점에서 한국이 일본을 처음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6만 달러를 넘어서는 반면 일본은 5만 달러를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도 한일 경제 역전이라는 주제에 불을 붙였다. 올 들어 각종 기고문을 통해 “20년 뒤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두 배 이상 뒤처질 것"이라며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일본은 1975년 G7 창립멤버로 참여한 이후 50년 가까이 선진국 지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196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후 줄곧 회원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2015년 처음 평균치 아래로 떨어졌다.
201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당 GDP가 연평균 1.09배 증가하는 동안 일본은 0.8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구치 교수는 “2030년께 일본의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절반 정도까지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경제규모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고 1인당 GDP도 일본이 앞서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더 잘 산다'는 근거는 뭘까. 일본의 KOTRA인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이 논란을 명확히 정리했다.
JETRO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을 넘었다'와 '아직은 멀었다'라는 논란이 벌어지는 건 통계가 여러 가지여서다. 다른 나라와의 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는 OECD의 통계데이터베이스인 OECD Stat 자료를 주로 쓴다.
OECD Stat은 회원국의 연간 평균 임금을 1)각국 현지 통화 기준으로 나타낸 통계 2)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을 자국 통화 기준으로 나타낸 통계 3)실질 임금을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로 환산한 통계 등 3가지로 발표한다.
이 가운데 여러 나라의 임금수준을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통계는 3)실질 임금을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로 환산한 통계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일본인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보도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에서 한국은 이미 2013년 일본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한국의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은 4만4813달러로 4만849달러의 일본을 10% 가량 앞섰다.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은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환율 사정을 감안해서 비교 가능하도록 조정을 한 수치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일 직장인들의 월급통장에 실제로 꽂히는 급여가 얼마인지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JETRO는 "구매력 평가는 평가기준이 워낙 다양해서 기준을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도 지적했다.
양국 직장인들의 임금수준을 보다 실감나게 비교하기 위해 JETRO는 매월 월급통장에 입금되는 실급여(명목 임금)를 그 해의 시장 환율로 환산했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 시대가 끝난 1973년 한국과 일본의 소득격차는 10배였다. 2001년에도 일본의 평균 임금은 3만7165달러, 한국은 1만5736달러로 일본이 한국보다 2.4배 많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차이가 축소됐고, 2020년 즈음에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좁혀졌다.
2021년 일본의 평균 연간 급여는 4만489달러, 한국은 3만7196달러로 3000달러 차이였다. 2021년 평균 환율(달러당 109.75엔과 1143.95원)을 적용한 액수다. 하지만 올 들어 달러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2년 7월의 평균 환율(1달러=136.72, 1307.95원)을 적용하면 일본의 평균 임금은 3만2503달러, 한국은 3만2532달러로 한국이 더 많아진다고 JETRO는 분석했다. 구매력 평가 기준 뿐 아니라 명목 임금까지 한국의 임금이 모든 면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다. 한국의 임금 상승률이 일본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일 평균임금은 공식적으로 역전될 것이 확실시 된다는 분석이다.>한국경제. 도쿄=정영효 특파원
물론 여기 나온 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명실상부하게 일본을 추월할 날은 아직도 멀고멀었습니다.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이 돼서 남북이 하나가 되면 인구가 8000만은 될 것이고 땅도 지금도 훨씬 커지게 되겠지만 통일이 금방 올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지금 70대 중반 어른들이 일본을 버겁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일본을 추월하는 것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은 멉니다. 엊그제 미국의 중고자동차협회가 발표한 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는 좋은 차 상위 10개 중에 일본 것이 여섯 개였고 우리나라 차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봤지만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력이 뒷받침되면 대한민국이 모든 면에서 일본을 앞 설 날이 꼭 올 거라고 믿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