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철저히 탕치 목적으로 칸나와에서만 며칠을 있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와는 달리 로컬 슈퍼에도 자주 들락거리게 되면서 이런저런 모습들을 마주하며 이웃동네이자 최대 경재지이기도 한 유후인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었다
우선 수질에 있어선 벳부 완승. 역전 허름한 모텔에서도 100% 천연온천 카케나시를 광고하는 곳이 벳부로서 수질, 천질의 다양성 및 용출량 모두 유후인이 따라올 수 없다. 그럼에도 탕치의 목적이 아닌 그냥 여행목적으로 칸나와 온천을 재방문하겠냐 물으면 답은 아니오, 이다. 왜냐하면:
우선 동네가 너무 올드하다 (레트로와는 다른 느낌). 청결은 하지만 너무 낡은 시대에 뒤쳐진 대형호텔들에 주택가 집들도 넘 쇠락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에 비해 유후인은 동네 주민들이 뜻을 모아 높은 빌딩 건축을 자제하며 아기자기한 관광지로 만들고 유노츠보 거리도 활력 넘친다. 바다도 있고 멋진 산도 있고. 무엇보다 연기를 피어올리며 구름과 만나는 유케무리라는 천연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찌 활용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 맛집이나 예쁜 카페가 넘 없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맛있는거 먹고 잠깐씩 예쁜 카페에서 향 좋은 커피 마시며 달달한 케익도 먹어주고. 그런건데 칸나와는 지옥찜 하나로 승부 끝이다. 이러면 한번은 방문하지만 재방문 하고싶지는 않고 무엇보다 탕치라는 뚜렷한 목적이 아닌이상 연박 이상 체류를 끌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세째. 일본 관광지치고 그닥 친절하지 않다. 이건 호텔마다 좀 다르겠지만 동네 분위기 자체가 좀 퉁명스럽다고나 할까. 한가지 흥미로웠던건 체류 내내 료칸에 있을 때 Tv를 틀어놨는데 벳부 지역방송에서 어떻게하면 좀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대대적인 청소를 진행한다. 관광객인 내 입장에서 칸나와 재방문을 하지 않으려하는건 청소 문제가 아닌데.. 사람이나 도시나 자기객관화가 참 어려운거 같다
한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미리보는 고령화사회>. 그곳을 방문하는 일본인도, 서빙하는일본인도 최소 장년층 이상 고령층이 많았는데 슈퍼를 가니 6070은 젊고 대다수가 8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문제는 어느 날 아침 슈퍼를 가다 마주친 한 할아버지처럼 대개 고령자들이 물건을 아주 조금씩 구매하고도 그게 힘에 부쳐서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는 거. 가슴이 철렁하며 찬바람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호텔에선 종이로 된 지역지도를 나눠주고, 슈퍼에선 1 엔짜리를 거슬러주며 종이에 쿠폰 도장찍기를 하고 있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시대에 어르신들이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칸나와 인상이다.
왜 이 분들은 이토록 과거에 머무르는걸까..?
게다가 주택가 대개가 비탈져있거나 꼬불꼬불해서 더욱 힘들어 보이는데 그 집안에는 계단이 또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문득 아파트 공화국이란 우리의 오명이 차라리 고령화시대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저 어르신들 대개가 혼자 사는 것 같은데 요리는 또 어찌할지도 염려스러웠다
그에비해 한국에 돌아오자 택시 쟁탈전이 벌어져 처음으로 벤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택시 요금이 실시간으로 변경되며 알고리즘의 힘이 발휘되고 있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미래사회는 결국 알고리즘에 의해 점점 더 서비스가 정교해지며 결국 이전 사회가 집단에 의한 차별이었다면 미래는 개인에 의한 차별성이 생성될 것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빛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같다
겁나게 변하는 한국사회는 분명 고령화 시대도 일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 같다.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주체적으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면 개인이던 사회던 한 도시던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쇠락의 불편함은 고스란히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다. 그렇다고 기술발전만 추구하면 결국 그 사회는 개인의 파편화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질 것 같다. 우리사회가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지점이다.
어느 쪽이던 개인으로서 내 삶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꿔나가지 않으면 결국 그 모든것은 부메랑이 되어 내게 닥칠 수 있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된 여행인거 같다. 칸나와 온천 길에서 마주치자 활기차게 인사하던 고등학생들과 호텔에서 기운차게 일하던 소수 젊은층이 벳부의 미래를 보다 씩씩하게 이끌고 나갈 것을 응원하며 나야말로 내가 속한 지금 이 곳에서 최선을 다해 나와 우리 공동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일본에 대한 시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상과 미래의 사회상 그리고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고령화 사회가 사회문제면서 내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서 나의 미래를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일본 온천 여행이 여행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비교적 아날로그 사회에 머무르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와 고령화 사회라는 큰 흐름 속에서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변화에 저항하지도 않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 항상 깨어있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도시나 참 자기객관화가 어려운 것 같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반면에 심리치료를 하는 분이나 선지식은 자기나 도시나 국가를 비춰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제대로된 스승을 만났을때는 그를 공경하고 디딤돌삼아 최상의 도약을 하는 게 배우는 자의 혹은 피치료자의 도리인듯 하다. 지역소멸이 증대되는 이 시점에 개인이나 지역이나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잘 찾고 처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