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조춘자의 일생
우리 주변에 이렇게 딱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 세끼 내 밥 먹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TV시청으로 우리나라 홈리스의 실태를 보고 평소에 내가 거리에서 그들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사실이 부끄럽게 다가와 시청이 끝나고 반성문 같은 글을 써본다.
홈리스는 노숙(露宿) 또는 홈리스니스(homelessness)의 뜻이며 사전적 의미로 이슬을 맞으며 자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주로 경제적 빈곤 등의 이유로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역, 대합실, 도서관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약 11,340명의 노숙자가 있고 그중 26%정도(2,920명)가 여성이라고 하는데 노숙 인이 되는 원인은 남자와 여자의 경우가 약간 다르다고 한다. 남자는 사업실패 등 경제생활 불능이 주원인이고 여자의 경우 가정폭력 이혼 등으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이후부터 노숙자가 현저히 늘어 선진국 미국, 영국, 일본처럼 노숙자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 이전은 그 수가 미미하여 부랑인이라고 무시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노숙 인이 되는 원인을 단정적이고 확정해서 사용하게 되면 무리한 논리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른 사회문제나 갈등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숙 역시 하나의 원인에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노숙의 원인을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구별해서 사용하는데 한 개인의 노숙 인이 되는 과정은 질병 및 사고 등에 따른 노동력의 손상, 가출이나 이혼 같은 가정문제, 실업과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에 따른 사회 안정망의 부재로 보는 게 일반적이며 노숙 인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여성이 노숙 인이 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실직 남성 노숙인과 조금 달리하는데 실업 상태의 남성은 사회, 경제적 안전망의 부재가 중심 화두라면 여성의 경우에는 가족 관계 안에서의 발생하는 가정 폭력 등 가부장적 가족 구조 속에서 갖는 여성의 지위 및 가족(주로 남편)에게 예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과 단절이 되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기능 수행의 부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양육이라는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역 주변의 홈리스로 별이 이수정 조춘자 김태현씨 등 4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먼저 별이(가명)는 옷을 두껍게 껴입고 커다란 비닐봉지 두개를 양손에 들고 다닌다. 그 속에는 주로 옷가지 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들어 있는데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밤이면 잠자리라고 한다. 서울역 주변 담벼락이나 의자 밑에서 종이박스를 펼쳐놓고 자는데 역사 내부나 지하철은 경비들에게 쫓겨나기 때문에 못 들어간다. 내가 1997년8월 두 번째로 일본방문 때 신주꾸 역에서 처음 목격했던 거지들의 종이박스 잠자리가 떠올랐다.
이수정 여인은 상당한 인테리 지성인 인 듯 바보 스럽고 맹한 것 같은 별이 와는 확연히 달랐고 세련미도 느껴졌으며 죽지 못해 떠돌며 살아간다 했으나 나중에는 어디선가 마련해준 숙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줬고 세번째 김태현 웹툰 작가는 대기업 사원 출신으로 자영업에 실패하더니 하는 일마다 계속 내리막으로 하여 결국 노숙생활까지 하게 되는데 컴퓨터에 능숙 웹툰 작가로 떠 돌면서도 노숙인 생활을 작품으로 제작하고 있었다.
이 분은 노숙자들에게 형님 혹은 선생님으로 존경받고 있었다. 방송국 PD가 이분을 모시고 다니며 찍고 있는데 마지막 서울역 근처 지하철 환풍구 앞에서 조춘자를 찾는다. 주변 홈리스들에게 행방을 묻는다. 한 많은 노숙생활 30년을 환풍구위에서 마감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눈시울이 흐려지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보았다. 잘 사나 못 사나 어렵게 사나 부자로 사나 한평생 끝나고 그 누구도 저세상으로 가면 끝나는 일 서울역주변을 30년씩이나 맴돌며 살았었다는 조춘자의 마지막 소식에 작가는 무슨 생각 어떤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