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된 시 모음 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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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시리
작자 미상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오리 마라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온님 보내보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쇼셔
살아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 별곡이야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리얄리얄라셩
얄리얄리얄리얄라리 얄리얄리얄라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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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을편지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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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노야
고은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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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은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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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대 있음에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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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수선화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닯은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엾은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은
가슴 깊이 감추이고
찬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이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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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불때 나는 좋대나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아
금잔디 넓은 벌에 호랑나비 떼
보리밭 실개천에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들려 안오리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불 때 나는 좋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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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다리는 마음
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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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은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만수산을 떠나간 그대 님의
오늘날 만날 수 있다면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 할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줄 알았노라
제석산 붙는 불이 그대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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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가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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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대 떠난 빈자리에
도종환
노랫말
그대 떠난 빈 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리라
천둥과 비 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 입고
구름처럼 오리라
가을 겨울 다 가고 여름이 오면
접시꽃 한 송이 하얗게 머리에 꽂고
웃으며 내게 오리라
그대 떠난 빈자리
절망의 무거운 발자국 수없이 지나가고
막막하던 납빛 하늘 위로
꽃모자를 흔들며
기다리던 당신은 내게 오리라
새롭게 얻은 우리의 생명 다하는 그 날까지
우리 서로 살아 있다 믿으며
기다리는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영원하다 믿으며
그대 떠난 빈자리
그토록 오래 고인 빗물 위로
파아란 하늘은 다시 떠오르리라.
그대 떠난 빈자리에
도종환 시
그대 떠난 빈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리라
천둥과 비 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 입고
희디흰 구름처럼 오리라
가을 겨울 다 가고 여름이 오면
접시꽃 한 송이 하얗게 머리에 꽂고
웃으며 웃으며 내게 오리라
그대 떠난 빈 자리
절망의 무거운 발자국 수없이 지나가고
막막하던 납빛 하늘 위로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하다는 걸음으로
꽃모자를 흔들며
기다리던 당신은 오리라
우리에게 새롭게 주신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우리 서로 살아 있다 믿으며
살아 있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그래서 영원하다 믿으며
그대 떠난 빈자리
그토록 오래 고인 빗물 위로
파아란 하늘은 다시 떠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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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도종환
노랫말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가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철썩철썩 파도소리로 변하고 마는
내 목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던진 소리들이
그대의 기슭에 다 못 가고
툭툭 물방울로 치솟다 떨어지는
바다 바다 음~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대가 밤마다 아름답게 별빛으로 깜박일 때
나는 대낮의 거리에서 그대를 부르고 있구나
내가 마른 꽃 한 송이 들고 물가로 갈 때
언덕 아래 가득한 어둠으로 저물던
그대와의 자전하는 이 거리 음~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오늘도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앙상한 바람소리로 흩어지고 마는
내 목소리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도종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가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철썩철썩 파도소리로 변하고 마는
내 목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던진 소리들이
그대의 기슭에 다 못 가고
툭툭 물방울로 치솟다 떨어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대가 별빛으로 깜박일 때
나는 대낮의 거리에서 그대를 부르고 있구나
내가 마른 꽃 한 송이 들고 물가로 갈 때
언덕 아래 가득한 어둠으로 저물던
그대와의 자전하는 이 거리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오늘도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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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금인형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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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꽃들
문부식
어디 핀 들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간혹 담을 넘어 들려오는 소식들은 밝고
짐승처럼 갇혀도 우리들 아직 인간으로 남아
오늘 하루 웃으면서 견딜 수 있음을
어디 핀 들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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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해야
박두진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마알간 해야 네가 웃음지면 홀로라도 나는 좋아라
어둠 속에 묻혀있는 고운 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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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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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휫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 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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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랑하는 이여 나 죽으면
크리스티나 로제티
사랑하는 이여 나(내) 죽으면
슬픈 노래 날 위해 부르지 마세요
무덤 가에 장미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 것도 심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나 죽으면
슬픈 음악 날 위해 만들지 마세요
무덤 가에 백합꽃도 심지 마시고
아무것도 심지 마세요
푸른 잡초가 무덤 위에서
이슬에 젖을지라도 그대 기억나시면
잊어요
아무 말 말고 잊어요 잊어요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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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여기저기 저가을 끝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지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오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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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철길
안도현
노랫말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거리가 있는 우리
나란히 떠나가리
늘 이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그 날까지 그 날까지 그 날까지
철길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뒷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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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명태
양명문
검푸른 바다 바닷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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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멀리 있기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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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졸업식
윤석중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군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 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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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
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의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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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흔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 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26》
가고파
이은상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옷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자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들어 죄 없는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령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이나 깨끗이도 깨끗이.
☆★☆★☆★☆★☆★☆★☆★☆★☆★☆★☆★☆★
《27》
그 집 앞
이은상
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갑니다
☆★☆★☆★☆★☆★☆★☆★☆★☆★☆★☆★☆★
《28》
사랑
이은상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타고 꺼질진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대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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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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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 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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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랑일기
하덕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을 홀로 일구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편집 : 그도세상 김용호
☆★☆★☆★☆★☆★☆★☆★☆★☆★☆★☆★☆★
《32》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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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얼굴
박인희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旗)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르는데
가슴에 돌 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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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목에 그대를다 품을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 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편집 : 그도세상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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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시리
작자 미상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오리 마라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온님 보내보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쇼셔
살아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 별곡이야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참 많이도
보고 들었던 가사네요 ㅎ
시이님 덕분에
다시금
읖조려보네요 ㅎ
가시리
참 오래전
많이도 들었고
불렀던 노래네요
그 슬픈 가락이
눈물이 나게 하는 노래지요
그대 라는 한 사람
슬픔도 주고
기쁨도 주고
또한 행복을 주기도 해요
참 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