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가 하필 하계스케치 기간 중에 비를 뿌릴 것이리란 주간 날씨 예보를 보고 낙심했었는데, 어제쯤에는 첫날정도만 이슬비가 내리고 내일 부터는 맑아지리란 예보다.
신갈에서 중간 승차 예정인 손박사님과 남원 숙수로 저녁에 내려오리란 이효선형, 그리고 내일 해인사로 직접 오겠다는 유재성 부회장을 뺀 16명이 인사동에서 9시 30분에 예정대로 출발하였다.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국에 오시는 날. 조금쯤 후면 교황님께서 광화문에 도착하실 예정인데 우리는 그 시간 전에 서울을 떠났다.
오후 1시 40분경에 남도 땅에 도착하였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마자 갈림길 이정표에 <황산대첩비 4.5km> <국악의 성지 3. 8km> 라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과연 남도 땅에 도착하긴 한 성싶다. 인월 면사무소를 지나 전통시장을 큰 고속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비집고 들어가 점심식사를 할 예정인 <두꺼비집>에 어렵사리 도착해 화우 일행을 풀어냈다. 식당 바로 옆 개천가 한 가운데 큰 바위엔 ‘迎月臺’라 쓰인 글자가 늘어난 빗물에 잠길 듯 말 듯 찰랑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어탕을 잘 한다는 식당 <두꺼비집>은 늦은 전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했다. 역시 입소문대로 어탕은 따듯한 것이 비린내 없이 담백하니 맛이 그만이다.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인월 마을에 도착해 첫 사생 일정이 시작되었다. 30호 캔버스 두 장만을 준비해 온 나는 화우들이 마을 곳곳에서 비를 피해가며 스케치하는 동안, 마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마을길을 혼자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이슬비 내리는 회색빛 하늘/ 황토 돌담길/ 빛이 바랜 닭날개가 역광에 쓸쓸한 양철지붕/ 돌담 밑에 핀 하얀 봉숭아/오래 전에 깨진 성 싶은 유리창문을 그래도 짝이라고 매달고 있는 시멘트벽/ 그리고... 온통 회색빛 우울.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저녁이다. 전통시장 내에 있는 <고향촌>이란 식당에서 검은 돼지 삼겹살을 구어 가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숙소인 흥부골 자연휴양림도 구인월 마을을 더 지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장을 푼 뒤, 뜻이 맞는 일행 7명이 차 하나에 꾸겨 타고 전통시장으로 탈출해 노래방을 찾았다. 정육점에서나 쓰이는 붉은 조명등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시키고 있는 노래방이었지만 마이크 시설 하나는 서울 보다 더 나은 성 싶었다. 마지막 날에나 있을 법한 광란의 밤이 이 날 밤에 꽃을 피웠다.
2014. 8. 14.
첫댓글 사진 색깔 참 좋아요. 처음으로 어탕과 남원 추어탕을 먹어 보았네요. 아직도 처음으로 해 볼수있는게 있어 행복했습니다.
밑에서 두번째 사진 화보 사진 같이 멋쪄요~~
박승철 이사님 고맙습니다 이렇듯 마음에 딱 맞는 사진 남겨주시어 고맙습니다 제 폰으로 부탁 드립니다 ***^^
저도 두번째 사진에서 잠시멈췄습니다, 화가분이라 사진도 넘 훌륭합니다! 전체 시리즈가 다큐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