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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집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오늘은 강의나 실습이 없는 날입니다.
보통 아침 9시에 교육이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오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여기 '위원장'님 집에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에게 자전거를 주셨던 분인데, 개인적으로 만나 좀 더 친해지려는 의도가 작용했던 건데요,
사실 저는 그 분의 집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지난번 강의 때, 우리 같은 회원인 0 선생님과 그 분의 대화가 있었는데, 그 때 그 분의 집에 대한 얘기가 있어서...
그 분이 '한옥'에 사신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다 한옥만 보이면 찾아가면 되겠지......' 하면서, 아직은 시원한 아침기운이 남아있던 즈음에 숙소를 나섰는데요,
이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마을을 벗어나는 건 금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을을 벗어나면 외곽도로가 있고, (오늘 알고 보니) 거기론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는 등(버스가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좀 색다른 기분이긴 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 쪽으로 나간 건 오늘이 처음이라서, 그 분의 집이 위쪽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마을 밖으로 한참을 나가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거든요.
아무튼 일단 마을을 벗어나다 보니, 2차선 아스팔트 길이 제법 넓드라구요.
오히려 마을길들 보다 넓다 보니, 마을 밖이 더 번화한 느낌도 없지는 않았지만요.근데요, 얼마 가지 않아 바로 다리 하나가 나왔습니다.
직진 도로도 있었는데, 마을을 지나는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오른 쪽에 보이기에, 저는 무작정 다리를 건너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그 쪽 위로 민가가 더 많아 보였기 때문이어서요.
근데요,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뭔가 풍경 자체도 좀 달라 보였습니다.
마을 쪽의 너른 밭은, 아마 가을 채소(배추나 무)를 심기 위해 땅을 골라놓은 것 같았는데(맨 위),
'이런 골짜기에도 저리 넓은 땅이 있다니!' 하고 놀라기도 했고,
또 위쪽도,
'골짜기가 점점 깊어지는구나......'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근방에는요, 올해... 다른 지방에 비해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서, 개울에 물이 말라가고 있는 모습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이 주변이 물난리가 나서 피해가 엄청 컸다는 얘기와는 상반된 상황인데요......
아무튼 그렇게 다리를 건넜고,
거기서부터 급한 경사가 있었는데, 조금 오르다 보니,
우리 마을이 아담하게 보이드라구요. (아래)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반대 쪽의 사진도 찍었는데(아래),
각도가 변함에 따른 풍경이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근방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런데 어쩐지 점점 산이 깊어지는 느낌도 있었는데,
근데요, 제가 택했던 방향은(아래),
경사가 급해서, 당연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지요.
자전거를 타고 온 게 얼마나 된다고, 벌써부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만 하는 길을 만났던 건데요,
아침부터, 벌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방금 전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던 것이 허사였습니다. 그렇다고 숙소에서 걸어올라가기는 상당히 먼, 좀 애매한 거리에 마을이 있드라구요.)
가다 보니, 무슨 철망 문이 있고, 그 위로 집이 몇 채 보였는데,
거기부터는 더 급한 경사길이던데,
'이거,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오기도 좀 뭐해서, 그렇다고 자전거를 그 자리에 세워놓고 몸만 올라가기도 좀 뭐해서,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그 급한 오르막을 올랐답니다.
한 집, 두 집... 그런데 '한옥'은 없었습니다.
(요즘엔 이런 산골에도 집들이 다 깔끔하고 괜찮드라구요.)
'여기가 아닌가?' 했지만,
그 위론, 빨간 지붕의 제법 큰 창고 같은 게 보이기에,
일단 거기까지는 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늘 쪽은 시원했지만, 햇볕이 드는 쪽은 벌써부터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땀도 땀이지만 땡볕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드라구요.
그래도 거기 창고까지는 올랐는데,
웬걸?
그 위쪽에는 다른 집들은 보이는데, 길이 거의 끊어지다시피(차로는 다닐 수 없고,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지 풀이 무성한, 그리고 이끼까지 낀) 조그만 다리가 하나 보이기에,
그냥 내려가고 싶지는 않고,
'여기까지 힘들여 오른 이상, 일단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만이라도 한 번 올라 보자!' 하는 오기가 생겨,
저는 숙소를 나설 때, 그냥 가벼운 차림인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그 상태로도 자전거를 끌고 길도 아닌 곳을 올라야만 했답니다.
(제가 그래요. 일단 길을 가게 되면, 웬만해서 포기를 하지 않으려 하는 아주 못된 습성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면서도 그냥 마나요?
'여까지 왔는데, 여기서 보이는 새로운 풍광(변하는 풍경)을 사진에 담아 가야지.' 하다 보니,
여간 험한 행로가 아니었답니다.
(아, '자전거 노인네'가 된 기분이드라구요.)
그런데 그 윗마을 사람들은 그 위에 있는 도로를 이용하는지,
우리나라가 요즘 살기 좋다는 게 이럴 때 느끼게 되는데요,
그런 산골에도, 마지막 집인데도(아래)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산골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위쪽으로 난 도로와 연결되어 살아가는 모양인데,
저는 약간은 겁이 났지만,
(왜냐면, 그런 데를 가다... 갑자기 개를 만나면? 낭패거든요. 더구나 반바지 차림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찍기는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저 멀리에 보이는 산들 풍경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위, 아래)
그만큼 이 마을의 고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근데요, 그러면서도 조금 더 오르니,
그 위의 밭에서 한 농부가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도 할 겸... 인기척도 낼 겸, (왜냐면, 그런 산골에 웬 노인네가 자전거를 끌고 갑자기 나타나면, 그 농부가 깜짝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일단 제 쪽에서 먼저 인기척을 내야만 했지요.)
"안녕하세요?" 했더니,
그 분이 일손을 멈추더니, 저를 바라보면서,
"예, 안녕하세요?" 하더니, "어? 아는 분이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에?" 오히려 제가 놀랐지요.
'저 분이 착각하신 모양이로구나.' 하는 심정이었는데,
"지난번에 마을에서... 우리 인사했잖아요? 거기 마을 입구 학교에 자리 잡은... 새로운 건물에 산다는......" 해서야,
"아! 그런가요?" 하면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요, 여기 '분천 4리' 마을 주민과는 정식으로 인사를 한 적이 없었는데,
며칠 전에, 제가 저녁무렵에... 가까운 곳 자전거 산책이나 나가자며,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마을 한가운데서 두 분(저는 부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가 봅니다.)이 밭에 계시기에,
그 날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 분이 아는 척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데?' 했는데,
그 때는 그 분이 착각을 했답니다. 자기가 아는 마을 다른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자기에게 아는 척을 한 줄로 착각을 했던 모양인데,
"저는 요 아래...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한 사람입니다." 해서야,
"아! 나는... 내가 아는 사람으로 착각을 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기에......" 해서,
"그렇군요." 하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분이라는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니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고,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하고 놀라던데,
"제가... 어딘 줄도 모르고, 올라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 아스팔트 길을 따라 가면, 큰 도로가 나오겠지요?" 하자,
"그건 맞은데, 여까지 오셨는데... 좀 앉으세요." 하기에,
"일하시는데, 제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하자,
"내가 잠시 쉬면 되지요." 하더니, "드릴 건 없고, 우리 토마토가 익었으니, 토마토 맛이라도 보고 가세요." 하면서 내려오더니,
바로 토마토 밭으로 들어가서, 붉은 것을 따는 것 아니겠습니까?(아래)
그 순간에도 저는, 사진을 찍었는데,
그 양반, 의외로 그런 제 행동을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 모습도 찍으세요." 하면서 포즈까지 취해주니,
저는 얼른 찍었지요. (아래)
그렇게 뜻하지 않게, 이 산골의 주민과 거기 마당의 소나무 그늘에 앉게 되었고,
잘 익은 토마토 맛도 보게 되었던 거지요.
그러면서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그 분도 저와 거의 같은 연령대로,
(머리를 염색을 했다고 합니다.)
그 산중에서 홀로(가족은 다른 곳에 있다는데) 살고 계시드라구요.
둘이 나란히 앉아,
그 분의 살아왔던 얘기도 듣고(젊은 시절 서울에서 살았다던),
저는 그저,
"저는 가난한 화갑니다. 여기 봉화가 좋아서, 한 번 살아보고자 왔답니다." 정도만을 밝혔는데요,
제가 그 분과 나란히 앉아서 얘기를 하다 보니,
'거 참, 신기하네!' 하게 되었는데요,
그렇잖습니까?
제가 아랫마을 사람들과 정식으로 인사를 한 사람이 없는데,
이 분은, 지난 번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우연히 인사를 했고, 오늘은 다른 분을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잘 못 들어, 산중을 헤매다가, 겨우 길을 찾아 가던 중, 한 농부를 만나, 인기척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마을에서 지나는 길에 인사를 나누었던 분이라니!
인연도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참, 신기하네!'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분 역시,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저와 인사를 하자마자...
"다른 거 드릴 건 없고, 잘 익은 토마토 맛이라도 보고 가세요." 하며 저를 잡아 앉혔기 때문에,
둘이 한참 동안을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요......
그래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 분도 동의를 해서,
그런 다음엔,
아예, 그 집 주변을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면서,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줬는데,
본인 먹으려고 농사를 짓는다는데(남자라, 농사 지어서 팔러 다닐 수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마토도 대여섯 포기, 나중에 보니 고추도 혼자 먹으려고 댓 포기 정도 심은...
그렇지만 밭을 아주 깔끔하게 가꾸고 계시드라구요. (성격이 그런 듯...)
아무튼, 그 분은 저를 데라고 그 옆 계곡을 보여주던데,
그 산골에 '수달'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물이 좀 말라서 계곡이 마른 편이지만,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밭 옆으로 있었고, (아래)
자기 밭 쪽에는 연못을 만들어 놓아,(아래)
거기에 물고기들을 키우며(물고기들이 이 분을 알아본다네요. 그래서 저렇게 하면, 먹이를 줄까 봐 다가와 손가락을 깨문다고 합니다.),
혼자만의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 같아선, 저 계곡에 혼자서 조금 앉아 있다 오고도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했고,
그러더니 이번엔,
"애 호박을 따 드릴 테니, 가져 가세요." 하기에,
제가 펄쩍 뛰면서,
"자전거를 끌고 어떻게 애호박을 가져 갑니까? 지금은 못 가져가고, 혹시 다음이라면...."(우리는 이미, 제가 다음에라도 그 분을 다시 찾아가기로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답니다.) 하게 되었구요, (아래)
혼자 먹기에는 너무 풍족하고 남는다는데,
그러더니 이번에는,
"풋고추는 드실 거 아녜요?" 해서,
"그렇긴 한데요......"
"그럼, 한 주먹만 따 드릴 테니, 그 가방(휴대용)에 넣어 가세요." 해서야,
"예, 조금만 주세요. 혼자라 많이 못 먹습니다." 하고,
그건 그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아래)
그냥, 뭐든 주려고만 하드라구요.(산골 인심)
그렇게 제가 깊은 산골을 헤매다,
원래 찾아갔던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엉뚱한... 새롭게 친구(?) 하나를 만들었고, (어차피 전화번호도 교환했고, 제가 다음에도 찾아갈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 곳을 떠나왔는데요, (아래)
그 마을을 벗어나자, 아까 버스가 다니는 2차선 도로가 나왔는데요,
거기서부터는 줄곧 내리막이라... 그저 여유있게, 그늘 쪽으로 그 산골을 내려왔답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그 집에서 가져온 '먹거리'를 보니...... (아래)
사실 제가 요즘,
여기 생활도 새로 시작됐고, 제 일도 해야 하는 등... 하는 일이 많다 보니,
'까페'에 글을 날마다 올릴 수는 없습니다만,
이렇게 날마다 '얘깃거리'가 쏟아져 나오니, 않고 넘어갈 수도 없고...
그래서 요 며칠은 날마다 글을 쓰려니, 힘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고민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지낼 땐,
맨날 아파트 사진이나 올리다가, (특히 최근엔, 우중충한 비오는 풍경이나 숨막히는 '열대야' 등)
생활 공간이 확 바뀌다 보니,
제 생활에 활력이 붙은 것도 좋지만,
까페 글에도, 이런 산뜻한 색상의 산풍경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사진은 더 많습니다만 다 올리지는 못하지요.)
아무튼, 저는 지난 몇 달 동안 간절하게 생활의 변화를 추구했고(기다려왔고),
결국 이런 변화가 있게 되었는데,
이 생활이 신선하고도 즐거운 등,
두루두루 긍정적으로 작용해 가는 것 같아, 퍽 다행이란 생각이기는 하답니다.
(새로운 생활이라 글 쓸거리는 너무 많은데,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그러게요. 얘깃거리가 날마다 쏟아져 나오니 저는 좋습니다. ㅎㅎ
저도 호응을 해드리면 좋은데,
힘이 부치네요... ㅠㅠ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