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방 주변에는 새들이 참 많다. 화야산 중턱에 있으니까 그렇겠지만 화야산방 주변이 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화야산방 주변은 분지처럼 가운데가 푹 들어가 있다. 마을이 주변 산속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전신주가 서 있다. 그러니까 새들이 이소를 할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화야산방 주변에서는 심심치 않게 새들의 이소 활동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있다. 화야산방 주변에서 가장 많은 새는 바로 물까치이다. 도시에서는 별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인간의 발걸음이 뜸한 산속이나 벌판에 많이 사는 편이다. 나는 처음에 이 물까치와 어치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사실 물까치를 어치로 혼동한 적도 있다.
이것이 물까치이다. 그렇다면 어치의 모습은 어떨까.
이것이 어치의 모습이다. 어떻게 좀 비슷하지 않은가. 물까치는 머리가 검고 깃털이 푸른색으로만 이뤄져 있다. 하지만 어치는 머리가 검지않고 깃털도 푸른색과 흰색 검은색이 혼합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물까지는 참새목 까마귀과 까치속 조류이다.
나는 물까치가 까치와 모습과 깃털 색도 비슷한데 단지 물 근처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단순히 물처럼 푸른 빛을 가진 깃털을 가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까치는 무리지어 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함께 다니는 패거리 조류이다. 물까치는 생긴 것은 곱상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당히 호전적인 성향이 있어 물까치 둥지 근처를 무심코 지나가다가는 머리를 쪼이거나 얻어맞을 경우도 많다. 텔레비젼 세상이 이런 일이나 동물농장 프로그램에서 새가 갑자기 날아와 마구 쫀다고 하면 대부분 이 물까치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보다 등치가 큰 조류일 경우에도 합동으로 공격을 해서 내쫓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상당히 한 성질한다는 까치가 물까치와 대치할 경우 대체로 물까치가 까치를 한판승으로 누르는 경우가 많다.
물까치는 떼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을 한다. 물까치는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 형태를 취하는데 대체로 수컷이 암컷보다 수가 많다. 그렇다면 짝을 찾지 못한 솔로 물까치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솔로 물까치들은 희한하게도 다른 부부 물까치의 새끼들 도와주는 이른바 도우미역할을 한다. 솔로 물까치들은 부부 물까치가 먹이 활동을 나가면 둥지곁에서 새끼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맡고 배설물도 치워준다. 왜 이런 독특한 생활을 할까. 그것은 솔로 물까치의 전략이다. 새끼 물까치 가운데 마음에 드는 암컷을 골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참 독특하고 괜찮은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화야산방 주변에는 어치도 많이 서식한다. 어치도 만만치 않은 조류이다. 어치는 참새목 까마귀과 까치속이다. 그러니까 까치와 흡사한 점이 많다. 산에 사는 까치라고 해서 산까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까마귀나 까치나 물까치나 어치나 같은 까마귀과라는 것이다. 같은 황인종이지만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이렇게 나눠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까마귀나 까치나 어치나 성격은 아주 다르다. 어치는 나뭇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갈 때나 땅 위에서 걸을 때는 양쪽 다리를 함께 모아 통통 뛰며 걷는다. 이것은 까치와도 비슷하다. 이렇게 통통 뛰는 것을 까치발로 뛴다고 표현하지 않던가. 어치는 숲속의 다른 작은 새들을 사냥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소리로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산속에서 듣기 힘든 괴성이 들리면 근처에 어치가 있구나 생각하면 된다. 또한 간혹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의 소리를 흉내내서 자신의 서식지로 천적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한다. 참 지능이 뛰어난 조류가 아닌가 한다.
어치는 조류 가운데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식을 저장하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가운데 음식을 저장하는 종은 다람쥐이다. 그런데 조류에도 바로 이 어치가 저장습성을 가지고 있다. 어치의 경우, 도토리 같은 잘 썩지 않는 열매를 열심히 목 부분에 담고 저장장소에 옮겨 놓는 습성이 있다. 한 번에 목 부분에 담을 수 있는 양은 보통 4-5개, 많게는 10개이다. 어치들은 저장장소로 땅을 이용한다. 땅에 구멍을 파고 도토리를 한 알씩 차례차례 집어넣고 낙엽이나 이끼 등으로 위장한다. 다른 동물들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치가 자신이 숨겨놓은 장소를 잊어버릴 경우는 없을까.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치는 기억력이 좋아 감춘 먹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치가 간혹 놓친 그리고 다람쥐가 기억하지 못하는 먹이 구덩이속에서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산속 곳곳에 위치한 도토리나무의 상당수는 이렇게 생성되는 것이니 동물과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재미 있는가.
2023년 2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