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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기억속의 은우
내 기억 속의 은우는 그야말로 퍼팩트 소녀 였다. 운동도, 공부도 심지어 노래까지 못하는 게 없는 엘리트 중의엘리트였다. 당시 은유는 여학생이나 남학생 상관없이 상당히 인기가 많아서 팬클럽 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담배 연기가 나의 코끝을 간질인다.
예전의 풋풋했던 느낌도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그런 감정들 도 모두가 거짓 이었던 것처럼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얼굴이 나의 눈에 들어 왔다. 드디어 은우를 제대로 마주 할 수 있다.
이젠 아무 것도 아닌 너와 나 이므로...
“그때 그런 씩으로 헤어지고 나서 그 애와도 끝났어...자꾸만 네 생각만 나더라..”
은우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침묵....
침묵,
침묵,
계속 될 것 같은 침묵을 깨고 한 참 만에 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다시 시작 할까?”
두근-
바람이 유우히의 뺨을 스쳤다. 그녀는 멍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2. 기억속의 은우 (열여덟의 잔상)
내 이름은 처음부터 유우히 가 아니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원래는 유윤희 였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가족들도 나도 나의 이름은 유윤희 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식 날 서류상의 내 이름이 유우히가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냥 그대로 쭉 지금 까지 살아왔다.
이름을 바꾸기가 귀찮은 이유도 있었지만 유윤희 라는 평범한 이름 보다는 차라리 유우히 쪽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도 있었다.
나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아이, 그리고 말을 잘 듣는 얌전한 아이쯤으로 여겨지는 모양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얌전한척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을 잘 비웃었고 눈에 띄지 않았지만 친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눈에 띄고 싶을 때도 많았다.
물론 그런 건 어렸을 때 생각일 뿐으로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거나 눈에 띄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어쨌든, 나는 고등학교 첫 등교 날 이름 덕분에 다른 이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유우히...억양도 그러했지만 푸른빛이 조금 도는 흰 피부색 덕분에 아이들은 내가 일본에서 온 게 아니냐는 소문을 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름 때문에 남자 아이들 분단으로 옮겨졌고 그 틈에 홀로 덩그라니 남겨 지게 되었다.
나의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담임이 출석부 맨 뒤에 내 이름을 적어놓은 탓이었다.
재수가 나빴던 건지, 1학년 때 담임은 상당히 보수 적인 사람으로 남자와 여자가 한 분단, 아니 함께 앉는 것 자체를 보기 싫어했다. 그럼 왜 남녀 공학에 온 거에요? 라고 따져 묻고 싶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중에서야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를 정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 구나 라고 알게 되었지만 서도..
이유야 어찌되었건 나는 남자 아이들의 틈에 끼어 의도 하지 않게 여자아이들과 단절 되고 말았다. 여자 아이들의 분단은 이미 벌써부터 짝이 지어지고 무리가 생겨 그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미리 말했지만 난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활발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하고 소심한 소녀였다.
그렇게 나는 남자아이들 분단의 홍일점으로 이상하고 묘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들처럼 똑같이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 이 되었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좋았던 건 절대로 아니었다. 나는 그때부터 조금 남달랐기 때문에 남자애들을 상대로 좋다- 거나하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외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남자가 아니었고 그들도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분위기는 어쩐지 이상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같은 반이지만 여자아이들과 남자 아이들 사이에는 뭔가 모를 벽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어중간 하게 중간에 끼여 그들 사이를 어정쩡하게 배회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남녀 합반인데도 불구, 남자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고 그건 여자 아이들 쪽도 마찬 가지였다.
나는 그들의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마치 어느 공대의 일처럼 말이다...남자 무리 중의 유일한 홍일점....
분위기는 점점 더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들은 마치 내가 여신이라도 되는 냥 떠받들었고 여자아이들은 그런 남자아이들을 아니꼬운 듯 바라보았다.
급기야 그런 나의 처지는 학교 전체에 퍼져나갔고 본의 아니게 나는 전교생의 관심을 집중 적으로 받게 되었다. 그러자 여자아이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학기가 끝날 때쯤 나는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점심을 같이 먹을 이도 없었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집으로 함께 돌아갈..이도 없었다...............
그래...친구.......나는 친구가 없었다.....
슬프게도 나에겐 누구도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여전히 남자아이들과의 사이는 좋았지만 그들이 나의 방패막이 되어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이 나와 함께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나와 함께 점심을 먹어줄 수도..함께 쇼핑을 할 수도.....그 어느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왜냐 하면 그들은 나와 함께 작은 것 밖에 공유 할 수 없는 남자였다.
뒤에서 여자 아이들이 수근 거렸다.
남자만 밝히는 애, 응큼한 것, 속을 모르겠다, 비밀이 많다, 남자..남자..남자..남자...
나는 뭘 하든 남자아이들과 한 대 묶여 욕을 먹었다. 괴로웠다. 그 시간 들이 끔찍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아니 그런 말로도 다 표현 못할 시간 들이었다.
나는 열여덟 사춘기였고 그건 그 아이들 도 마찬가지였다. 그 나이의 여자아이들의 관심은 공부, 연예인, 친구, 메이커 옷, 가방, 두발, 얼굴, 그리고 핸드폰등 이런 잡다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관심을 쏟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남자라는 존재였을 것이다. 아마 뇌의 60% 아니 그것 보다 더 많은 부분이 남자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외는 나머지 것들이 차지했겠지...
그건 질투였다. 남자 아이들을 혼자 독차지 하고 있는 나에 대한 질투. 그리고 유치한 장난이 시작 되었다. 처음엔 뒤 에서만 수근 거리던 말들을 점점 더 대놓고 내 앞에서 하게 되었고, 남자 아이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창피했다. 친구도 없는 남자는 밝히는 이상한 아이가 되어 욕을 먹고 있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고 비참하고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고마운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으나 남자아이들은 나를 더욱더 챙겨주었다.
하지만 남자 아이들이 챙겨 주건 말건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왕따가 되고 말았다.
여자 아이들의 노골적인 괴롭힘 시선, 모두가 싫었다. 그러자 학교에 가기가 싫어지고 여자 아이들을 피해 다녔다. 그리고 그 여파로 나를 챙겨 주는 남자아이들마저 나는 피하게 되었다.
남자 아이들 중 누군가가 말을 걸까봐 겁이 났고 남자 아이들과 신체 접촉이라도 하게 되면 기절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끔찍한 1년이 흘렀고 2학년이 되었을 때 사정은 더 악화 되어갔다.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수업시간 외에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늘 엎드려 있었고 점심은 먹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 갈 때도 맨 마지막으로 돌아갔으며 심지어 복도나 교실을 걸을 때는 앞을 보고 걷지도 않았다.
비웃는 것 같았다. 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아무도 말을 거는 사람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위축된 내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그 와중, 설상가상으로 1학년 때 나와 같은 반이었던 여학생들이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누구누구와 잤다더라, 임신을 했다더라, 남자가 또 바뀌었다더라.. 따위의...
정작 본인인 내 자신은 남자와 자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음에도 불구 소문은 계속해서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된 이상 정말 이번에야 말로, 학교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고 정말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열여덟 의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풋풋함도 귀여움도 따듯함도 없었다. 생기가 있던 눈도 무얼 해도 예뻐 보여야할 그때의 나의 나이도.. 모든 게 빛을 잃어 갔다. 그렇게 철저하게 고립된 채 로 나의 시간을 나의 공간을 누구와도 공유 하지 않은 채 마지 못해 살아가는 좀비가 되고 말았다.
그런 나와 달리 은우는 정말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잘 닦아 놓은 조약돌처럼 반짝 반짝 빛이 났다.
나는 첫 눈에 그 애 에게 반했다. 은우를 보는 순간 나의 사고 회로는 거짓말처럼 멈춰버렸고 고통스런 내 상황과는 상관없이 그 아이만 내 눈에 들어왔다. 단발보다 조금 짧은 검은색의 윤기가 흐르는 커트머리의 예쁘지만 어쩐지 보이 쉬 해 보이는 그 애가 한눈에 나의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너무나 우습게도 내가없는 빛을 가진 은우 에게.......나는 반하고 말았다.
간혹 보게 되는 피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또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도 어쩜 그렇게 빛이 나는지 나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나는 중학교 당시만 하더라도 내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해 본적이 없었다. 중학 교 때 짝꿍이었던 여자애가 좋았던 적이 있었긴 하지만 굳이 여자를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단정 하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러다 점점 심각해지자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봤고 애써 내 맘에서 밀어 내기도 했었다. 은우를 좋아하게 된 후 혹시나 은우에 국한 된 게 아닐까? 라고 생각 하면서 부끄럽지만 남녀가 정사하는 그렇고 그런 것 까지 찾아 다운 받아 보았다. 전혀 감흥도 없었다. 나는 결국 여자와 여자의 섹스 장면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심지어 야릇하게 떨리기 까지 했다. 결과는 조금 비참했다.
청소년들이라면 여자 아이들도 연인을 만들어 조금 씩은 스킨십 을 하고 싶어 하니까.....그리고 상대는 분명 남자이겠지만 나는 달랐다. 여자아이와 스킨십을 해보고 싶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무튼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여전히 여자 아이들은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은근히 내 옆을 자나가며 “걸레” 라는 말을 툭 던지고 장난스럽게 키득 키득 웃으며 지나쳐 갔다.
내가 왜 걸레가 되어야 하지? 나는.....남자와 잔 적이 없는데...
나는, 남자가 좋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나는, 남자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나는...
나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참았던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눈물이 나오지 않은 건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날은 울고 싶었다.
내 눈에서 마치 샘이 터져 나오듯 계속해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창피했지만 눈물을 멈 출수도 이 자리를 피해 달아날 수도 없었다. 교실에서 떠들던 남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내 얼굴을 바라봤고 여자 아이들은 더 크게 웃고 떠들었다.
“그만 좀 하지 그러냐?...기지배들이 못 되가지고..”
그 목소리에 나도, 아이들도 놀라 목소리가 나오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은우였다. 얼굴이 굳은 채 내 쪽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그만 하라고 말해준 사람...아마 우리반의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가 이런 광경을 목격한 모양이었다.
“넌 우리 반 도 아니면서 왜 남의 반일에 끼어들어?”
이름도 모르는 여자 아이가 은우 에게 따지듯 쏘아 붙였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순식간에 은우의 몫이 되어버렸다. 여자 아이들은 은우를 노려보며 너 네 반으로 돌아가라고 아우성이었다.
“괜찮아?”
어느 세 다가온 은우가 내 어깨 쪽으로 손을 올렸다 내렸다 머뭇거리며 물었다.
“...........흑..”
괜찮냐는 그의 말 한마디가 내 가슴에 그대로 쑤욱- 밀려 들어왔다.
내가 어쩌지 못 할 정도로 눈물이 자꾸만 흘러서 부끄러웠지만 나는 그만 목 놓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큰소리로 울어대자 은우는 난처한 듯 내 얼굴을 바라보다 나의 팔을 잡아끌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비상계단에 선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말이 없었다. 나는 조금 떨렸기 때문에 그랬고 은우는 내가 불쌍해서 인지 조금 동정어린 눈으로 무슨 말인가 해야 하는데.....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렇게 당하는 거잖아..”
은우가 조금 거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이번엔 걱정스런 목소리로 다시 괜찮냐고 물어왔다. 나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말하기 싫은 거면 안 해도 돼..”
은우가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한번 툭 쳤다. 나는 그녀의 그런 사소한 손길에 미칠 듯이 심장이 뛰어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내 얼굴이 너무 빨가니까 은우는 잠시 말없이 내 얼굴만 바라보다가 피식- 하고 웃었다. 기분이 엉망인데도 그 애가 그렇게 웃으니까 나도 모르게 나 역시 조금 웃고 말았다. 좀 전에 수치스럽고 죽고 싶었던 심정은 어느 세 날아가 버리고 바보처럼 행복하기 까지 했다.
그때부터였던가..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나는 그 애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특별히 은우도 귀찮은 눈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금 친해졌다.
그 뒤로 나는 어떻게 하면 그 애를 가질 수 있을까? 이것만 고민했다. 반 아이들의 따돌림은 계속 되었고 괴롭힘도 더더욱 심해졌지만 그딴 거 상관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은우뿐이었다.
이대로 그 애와 인사만 하는 사이로 는 도저히 만족 할 수가 없었다. 은우의 어떤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고 그리고 나의 어떤 것들을 그녀에게 공유해 주고 싶었다. 조금 더 친밀한 관계가 되길 원했고 더 발전된 관계를 원했다.
여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법- 이런 책은 나와 있지도 않은데 하루 종일 컴퓨터로 검색을 하고 서점을 다녔다. 역시나 그런 법이 나오는 책은 없었다.
그런 방법이 있든 없든 나는 그 일에 몰두 했고 열을 올렸다.
은우는 다정하고 따듯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어느 때고 달려와 막아주었다. 그 애는 그런 애였다. 그리고 2학년 여름 방학 우리는 정말로 많이 친해져 있었다.
2-3 괴로운 기억.
유우히는 계속해서 열여덟 그때의 일을 추억하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은우도 마찬가지였다.
은우는 그때의 생각이 나자 머리가 조금 지끈 해 졌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언젠가부터 인기가 많아졌었지- 하고 생각 했다. 분명 따돌림을 당하던 의기소침한 아이였는데 어느 무렵인가 변하기 시작했었다.
괴롭힘을 당하던 유우히 가 바뀌기 시작한건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서였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유우히 의 모습은 겉으로도 뭔가 많이 변해 있었다.
유우히는 방학 내내 필사적이었다. 여자가 여자를 유혹 하는 있지도 않은 방법을 위해 처음으로 이반 바에도 갔었다. 그래서 나름 터득한 방법도 있긴 했다.
자신이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위에 서려고 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막연하게 가지고 싶다는 생각 뿐 이었으므로 의도가 순수하지 못 할 것도 없었다.
묘하게 도발 적인 모습이었다. 어쩐지 새초롬 하고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그러나 그런 유우히 의 변화에 열광한 쪽은 오히려 남자들이었다.
“집에 가서 영화나 볼래?”
은우가 잡다한 것들을 가방에 넣고 있는 유우히 에게 물었다.
“....어?....”
뜻밖의 제안에 유우히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싫으면 안가도 되고..”
은우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자 유우히는 재빨리 “갈게!” 라고 소리쳤다.
“그래?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가방 챙겨서 나와”
그녀의 말에 유우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찾아간 그녀의 집은 그녀의 얼굴에서 말해주듯 깔끔하고 모던 한 그 자체였다. 은우의 방은 너무 여성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난하지도 않은 그녀만의 색깔이 깃든 매력 적인 방이었다.
“거기 어디든 앉아”
멍하게 서있는 유우히 에게 은우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유우히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은우는 말없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다 곧바로 교복을 벗었다.
................
유우히의 눈이 동그래졌다. 물론 같은 여자의 몸을 보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샤라락-
은우의 교복 치마가 벗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하얀 속옷이 눈에 들어 왔다.
손가락 끝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꿀꺽- 하고 자신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은우가 유우히 에게도 입을만한 것들을 건네주었다. 흰색 티 에 무난한 곤색 반바지였다. 유우히는 그녀가 건네는 옷들을 받아들었다.
“갈아입어”
“...응..고마워”
유우히는 잠시 머뭇거리다 좀 전에 그녀가 했던 것처럼 교복을 벗었다.
“너- 정말 하얗다!!”
은우가 다 벗지 않아 어깨와 팔 사이에 걸려있는 교복 사이로 보이는 유우히의 속살을 보고 감탄 하듯 중얼 거리자 유우히 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
“아- 미안, 창피해?”
“...조..조금”
“그럼, 다 입고 일층으로 내려와- 디비디 틀어 놓고 있을게”
“응”
탁-
문닫는 소리가 나자 유우히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긴장 할 것도 못되었다. 괜히 의식하다 보니 분위기마저 어색해 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유우히가 일층으로 내려오자 은우는 소파에 앉아 TV화면을 뚫어 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유우히는 천천히 그녀 곁으로 다가가 소리 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 은우는 흘깃 그녀를 바라보고는 시선을 다시 TV로 가져갔다.
재미도 없는 100분짜리 멜로 영화였다. 언젠가 TV에서 연인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라고 소개 되는 걸 본적이 있었으나 유우히는 상관없으니 흘려들었던 그 영화였다.
유우히와는 달리 은우는 조금 감동적인 모양이었다. 조금 울 것 같은 얼굴로 몰두해서 영화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우히는 어쩐지 감격스러웠다. 그녀의 얼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였다. 저 작은 얼굴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 하던 찰나였다.
말캉-
뜨겁고 축축했다. 보들보들하고 그대로 삼켜 버리고 싶은 연약한 입술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로 저지를 수 없는 짓을.....
유우히는 자신의 입술이 은우의 입술을 덥치고 말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은우는 그녀의 기습 키스에 경멸하는 눈빛은 아니었으나 많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
유우히가 자책하듯 중얼 거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
“시..실수였어..진짜 미안...”
“...............”
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우히는 모든 게 끝이 구나 라고 생각 하며 그대로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재빨리 은우가 준 옷을 벗고 자신의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후다닥 일층으로 내려와 현관문 쪽으로 다가가 신발을 신었다.
“갈게”
유우히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이에도 은우는 꿈쩍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 그저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차라리 욕을 하던가 때리기라도 한다면 덜 우울 할 것 같았다. 결국 유우히가 그녀의 집을 나온 후에도 그녀로부터 어떤 일격도 가해지지 않았다.
유우히는 돌아오는 길에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일이면 그녀가 학교에 소문을 내겠지..사실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는 그렇고 그런 애였다고......
하지만 그런 소문들보다도 다시는 은우와 이전처럼 살갑게 지내지 못할 거란 생각이 그녀를 더 힘들 게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었나? 하고 후회 해봐도 소용없었다.
입술이 후끈 거렸다. 좀 전의 그녀의 감촉이 되 살아나는 것 같아 입술이 아니라 심장도 울릴 지경이었다.
주르륵-
끝내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흐른 뒤 에야 유우히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다..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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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가 없지만 그래도 봐 주시면 감사 하게 생각 하겠습니다.
연재 속도는 자유- 분량이 너무 많은거 같아서 담 화부터는 줄일게요.....
첫댓글 오호... 이름에 그런 유래가 있었군요.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유우히 란 이름은 예전에 저의 일본인 친구 이름에서 따왔어요 ㅎㅎ 지금은 소설에 ㅋ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건필. 바랄께요.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릴게요~
분량은.........많을수록 좋습니다......... 업데이트는 빠를수록 더 좋습니다!!!!!!!!!*ㅡㅡ*
분량이 너무 기니까 읽기 부담스러울 까봐요 ㅋㅋ업데이트 빨리 하도록 할게요~
전~~~혀 읽기 부담스럽지 않고, 아주~~ 좋아요.!!!!!!!
잼있어요. 댓글걱정 마시고 올려주세요
다행이다~ 댓글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