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엔이 인정하는 고령자의 나이 65세가 넘어 선 기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작업>을 시도 하였습니다.
2. 남자 65세가 되면 꼭 필요한 것이 5개 있다는데 그 것이 무엇인고 하면, 첫째 마누라 , 둘째 집사람, 셋째 와이프, 넷째 아내, 다섯째 처 라고 합니다.
3. 그래서 위의 5개를 빼고는 모두 버리기로 작정하고 첫 시도를 하였는데 우선 마누라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 마누라 왈 침대밑에 엘범들이 꽉 차 있으니 이것들부터 버리라는 것입니다.
5. 그동안 책을 버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1000여 권을 송파구청과 현대OB회 사무실에 기증하였는데 아직도 2000여 권이 남아 있습니다. 딸들과 사위들이 거들어 주어서 책은 속도를 줄여서 아주 천천히 버리는 품목으로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6. 엘범들을 끄집어 내니까 해외생활하면서 잘 정리된 엘범이 32권이 나오고 아이들 졸업 엘범이 9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50년 전의 엘범 하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엘범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노트라고 하나요 아니면 공책이라고 하나요 그런 모습이었는데요, 초록색 겉장만 마분지로 만들어져 있고 구멍3개를 뚫고 노란 끈으로 제본된 것이 참 기막힌 모습이었습니다. 표면에 쓰여 있는 것은 딱 세 글자: 오른 쪽 위에 한자로 <中學> 이라고 쓰여져 있고 한 가운데 영어로 <ALBUM> 이라고 쓰여져 있고 그 밑에 있는 숫자가 그냥 <4291>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단기라는 말도 없고 서기라는 말도 없고 단순히 적혀 있는 <4291> 이라는 숫자가 50년의 세월을 증험해주는 감동을 가져 올 줄이야 정말 모르고 있었죠.
수북하게 묻은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고 표지를 넘기니까 비로소 第42回 卒業記念 이라고 쓰여 있고 그 밑으로 화분사진 하나가 놓여 있고 그밑으로 慶北中學校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다음장에 교훈: [참되이 살고 부지런히 일하여 자주독립하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교문, 교기, 교사 전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다음 장에 교가, 낭하, 광단, 새장, 현관이 실려 있었고요.
그 다음 장에 김재근 교장 선생님
그 다음 장에 백경기 교감 선생님, 배학보 교육주임, 박창현 교무주임, 이길우 총무주임, 그리고 이재학 선생님을 비롯한 그리운 선생님들의 얼굴이 줄줄이 나왔는데요, 역시 김종진 선생님의 옛된 모습을 보니 그 중에서 제일 젊었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당시에 여자 선생님은 귀하고도 귀한 존재였는데 유일하게 오정희 선생님의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아련하기만 할 뿐 그 선생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얼굴은 본듯한 것이, 배운지식은 생각 안나고 여자얼굴만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남자는 할 수 없는 속물적 존재구나 하고 마누라 모르게 속으로 웃었습니다.
오정희 선생님에 대해서 자세한 기억을 갖고 계시는 분은 <무엇을 가르치신 분>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다음장에
3학년 1반 까까머리들이 초롱초롱 눈망을 굴리고 있었는데요
급훈: 明郞
담임: 이길우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2반
급훈: 믿을 수 있고 믿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담인: 최재환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3반이 소재가 있었던 반인데요. 제 사진을 찾아 보았는데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두 번이나 훌터보고 앞에서 3째 줄 오른편에서 두번째에 똑똑하게 생긴 녀석이 저의 어렸을 때 모습하고 비슷하게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맨 앞줄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아이들이 출석부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중에서 성철수(후에 성유보)의 눈매가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급훈: 명랑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자
담임: 이재학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4반
급훈: 한뜻으로 뭉쳐 나가자 / 살아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이 드는 급훈이 아닌가... 그래도 당시에는)
담임: 김재0 선생님(희미하게 지워져 버려서 결국 읽어 낼수 없었습니다.) 4반 출신들은 선생님 이름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알려주세요.
그 다음장에
3학년 5반
급훈: 서로 도웁고 실천하여 보다낫게 반성하자
담임: 배석창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6반
급훈: 맑게 밝게 바르게 살자
담임: 김응수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7반
급훈: 자각 (배학보 선생님 다운 급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담임: 배학보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8반
급훈: 힘을 합쳐서 열심히 공부하자
명랑하고 남자답게 행하자 (명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군요)
담임: 권석인 선생님
그 다음장에
3학년 9반
급훈: 남을 믿고 남으로부터 믿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담임: 정윤진 선생님
그 다음장에 수학공부, 위생반, 영어공부 , 화학시간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방송반, 수학시간, 영어시간, 국사시간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미술반, 국어시간, 화학시간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배구부, 농구부, 탁구반, 축구부, 송구부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기계체조반, 정구부, 악대부, 유도반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육상반, 문예부, 씨름반, 기률반, 운영위원회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제5회 교육주간 기념 추계체육대회 10월9일날의 진행부, 응원단, 병낚기, 보보석의 학부형들, 자랑하는 전교생도수체조( 당시 경중의 '전교생도수체조'는 전국에 유명세를 떨었죠)
그 다음장에 학도호국단, 종합성적 전국1위 수상하는 우리학교, 넘넘한 행렬 (늠늠한 행렬의 잘못된 표기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운동장에서 등의 모습들
그 다음장에 스케트 대회광경, 빙상대회 1위를 찾이한 金君( 김군이 누구인지는 밣히지 않았습니다. 누구 일까요?), 예비운동, 시합개시, 수상식 광경, 풀 개장식 시영을 준비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물끼었는 모습들....
마지막 장에 경주수학여행, 불국사에서....... 의 모습들
이렇게 사진기록은 끝났습니다.
4288년에 입학하여 4291년에 졸업한 까까머리들이 모두 그리워지는 하루였습니다.
마누라의 특인을 받아 이 공책같은 너덜한 엘범은 버리지 않을려고 다짐합니다.
당시를 잠시나마 회상해 주신 <그리운 님>들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유명을 달리하시고 불운, 불행이 없는 나라에 먼저 가 계시는 <그리운 님들>께 삼가 명복을 빌면서, 지구촌에 살아계시는 나머지 [그리운 님들]의 하루하루가 모두 너그럽고 넉넉하고 여유로우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和元 김진수 올림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사이방에서 많은것을 깨닿고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초록색 표지위에 4291 이라고 금박이 글짜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네요
잘보았습니다. 그 앨범 나는 자주 보는데 친구들 행사 동영상 편집 시 자료를 얻기 위해-- 오정희 여 선생님은 간호교사로 수업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김재ㅇ은 김재성 역사 선생님입니다(1학년9반 때 우리담임, 생존하고 계심) 많은 사진들 버리지 말고 좋은 아디어를 하나 드립니다. scaner로 복사하여 컴퓨터에 저장 후 CD로 만들어 놓으면 됩니다. CD한장이면 사진 약 2,500장은 보관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동영상 처럼보이게 편집하여 자막과 배경음악을 넣으어 DVD로 만들면 사진으로 본 나의 일생이란 좋은 작품이됩니다. 사진을 갖고 오면 편집 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바쁜일이 많아 안되고 더 후일에, 김군은 김정륭
화원형! 정말 귀한 자료로 학창시절을 일 깨워 주고, 올해 지공이 되는 본인에게 꼭 알아야 할 것도 귀뜀해 주시어 감사합니다.3학년 4반 우리 담임선생님이 `개파` 김재성님인데 작년에 몇몇이 오랫만의 반창회도 했지요. 그리고 본도 형은 건강이 어떻신지요? 꼭 1년 된것 같은데 부디 日就月强하시구려.
和元 학형 ㅡ수고 했습니다 ㅡㅡㅡ저도 이 앨범을 가지고 있습니다 ㅡㅡㅡㅡㅡ그런데 이 앨범에는 크다란 편집 오류가 있습니다ㅡㅡㅡ3학년 8반과 9반의 학생이 바뀌어저 있습니다ㅡㅡㅡ담임 선생님도 맞고 급훈도 맞는데 ㅡ 급우들의 사진 전체가 통째로 서로 바뀌어저 인쇄 되어 있습니다 ㅡㅡㅡ본인은 3학년 9반 인데-볼려면 8반의 사진에서 찾아 봐야 합니다
구본도님 고맙습니다. '사진으로 본 나의 일생' 아이디어는 정말 감사합니다. 김재성 선생님, 김정륭 님을 아르켜 주셔서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항상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늘 바쁘시고 여유로우시기를 빕니다.
윤정묵 님 개파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선명하게 기억에 떠 오르는군요. '개파님'의 이름을 까먹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예의가 아니군요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김종갑 님의 따뜻하신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급우들 사진이 바뀌었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잘 알려 주셨습니다. 8반 과 9반의 사진이 바뀐줄을 지금 막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풍요로우시길 빕니다.
쉬리 님 감사합니다. 늘 진정으로 고마움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년 씩 꾸준히 정성을 담아 봉사 해주시는 은혜를 입어 사이사랑방은 행복합니다. 백초 방장님은 여전히 바쁘시지요. 사랑방을 잘 지켜주시고 키워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에도 유의해 주십시오.
화원, 오랫만입니다. 오정희 선생님은 양호반 선생님었는것 같아요. 예쁘장했는데...소삼영 선생님이 농담도 잘 걸고, 또 양호실에서 낮잠도 주무시는걸 본적이 있지요.
화원 김진수 다운 이야기 풀어내기에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소제도 "버리기"에 대해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가장 가운데 차지하는 것이 '책'입니다. 연구실을 정리해서 비워주는 날 모두 트럭으로 6트럭을 실었는데 모교 도서관에 고르고 뽑아서 1트럭, 제자들에게 1트럭 뭐 이렇게 해서 남은 것 4트럭을 시골 창고에 두고 있는데 매일 책 속에서 뒤적이다가 서산의 해를 등지고 돌아옵니다. 아직 버리지 못하는 그 집착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배운 여자 선생님은 이원주(물상) 선생님인데 와 사진에 없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