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 박분필
빨간 경계가 해제되고 파란불이 들어왔다
사람들마다 각자 엉킨 실을 풀어내듯 길을 풀어내고
자기의 길로 감아든다
검은 아스팔트에 그려진 흰 줄무늬 건널목이
얼룩말처럼 본능으로 들썩인다
귀에 꽂은 이어폰과 핸드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가느다란 선이
결탁되어 있기라도 한 듯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듯, 아슬아슬 건너가는 무리들
말보다는 침묵이 서로를 묶어준다
초록빛 신호등 깜박깜박
흐릿한 낮달을 지워나가고
한 인간의 삶만큼이나 아프고 해져가던 횡단보도,
얼룩얼룩한 그 거친 피부에는
항상 살아있는 시간이 고이고 있다
ㅡ계간 《시산맥》(2023, 봄호)
*************************************************************************************************
이 시를 대하는 순간 시인의 이름이 먼저 신기했고,
제목과 내용이 횡단보도와 건널목의 차이로 다가왔습니다
대개 건널목은 도로와 철길이 만나는 곳에 설치되어 있고
도로 곳곳에 설치된 곳이 횡단보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직각으로 그어진 횡단보도보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그어진 곳이 많더라구요
장애인을 위한 시간표시등과 안내방송도 나오는 곳도 늘어났구요
휴대전화를 들고 들여다보며 건너는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 역시 서로에게 무심하고 신호등 색깔이 바뀔 때만 기다립니다
모든 차는 왼쪽에서 온다는 데, 오른쪽에 서서 기다리는 이가 전부는 아닙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규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본능에만 기대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