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의 추억 김옥춘 빛과 열을 전해 주라고 했어 그래서 서 있었어. 강아지 쉬 하고 취객도 쉬 하고 꼬마들은 숨바꼭질 놀이 진지 놀이하고 갔지 거미줄보다 어지럽다는 말도 들었어. 그래도 서 있었어야 했어. 연인들 뽀뽀하고 성난 사람은 발길질하고 갔지 전등 달아주면 가로등도 하고 표지판 달아주면 이정표도 했어 그렇게 꼼짝 못 하고 서 있었어. 전화번호 주고들 갔었지. 다방으로 오라고 초보 환영한다고 숙식제공한다고 월수입 200만 원 보장한다고 어려운 일 절대 아니라고 전화번호 주고들 갔었어. 공장으로 오라고 초보도 가능하다고 숙식제공한다고 밤낮없이 일해도 10만 원만 주겠다고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이 사진을 걸어 놓고 갔었어. 강아지 사진 빛과 열을 전해 주라고 했어 그래서 서 있었어. 밝음과 따뜻함만 전해주고 싶었었어. 2007.1.3 | 같이 살자 김옥춘 사랑은 난간 같은 거야 내 작은 수고로 내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주는 내 작은 수로고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는 일이 무섭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는 사랑은 안전띠 같은 거야 조금은 자유롭지 않아서 구속 같겠지만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는 사랑은 보험 같은 거야 언제나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아프고 힘들 땐 약속대로 힘이 되어주는 네 삶의 난간이 되어줄게 네 행복의 안전띠가 되어줄게 네 노후의 보험이 되어줄게 나랑 같이 살자 사랑한다. 같이 살고 싶을 만큼 2007.1.5 |
당부 김옥춘 아가 일하듯 사랑을 하렴 일하듯 열정적으로 사랑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친절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웃어주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최선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 책임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정성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예의를 다하렴 아가 일도 사랑도 네가 포기하면 네 것이 되지 않는단다. 아가 일하듯 열정으로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듯 행복하게 일하렴 2007.1.8 | 고마워 김옥춘 고마워 시간 낼 수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살아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밥 사줄 수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웃을 수 있을 때 와줘서 밥 한번 사주고 싶었어. 배고픈 너 아니어도 차 한 잔 사주고 싶었어. 외로운 너 아니어도 술 한 잔 사주고 싶었어. 삶에 지친 너 아니어도 고마워 만날 수 있을 때 와줘서 웃을 수 있을 때 와줘서 2007.1.12 |
알았지? 김옥춘 차 한잔 밥 한 끼 술 한잔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거야 미소 눈물 내가 네게 바라는 거야 나는 네게 친구이고 싶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차 한잔 하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저녁 한번 먹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술 한잔 하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알았지? 2007.1.12 | 홀로 서야 하는 나이 김옥춘 엄마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어린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엄마 아빠인 것 같아 친구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우정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친구인 것 같아 너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사랑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너인 것 같아 자식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부모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자식인 것 같아 그리고 혼자서는 못 살 것만 같은 노인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추억인 것 같아 그러니까 노인의 나이는 세상 전부가 내가 아니어도 나를 위해 살아야만 하는 두렵지만 홀로서기의 나이인 것 같아 2007.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