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무엇일까? 영국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an to do nothing(악의 승리에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activism, 즉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주의, 능동주의, 활동주의"다. activism industry(액티비즘 산업)는 행동주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비영리•비정부 기구(non profit organization,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activism은 나타나기 마련인지라, 이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행동주의가 존재한다.
activism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많은 사람의 참여와 결집을 쉽게 만들어준 인터넷은 행동주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행동주의를 가리키는 말은 cyberactivism, internet activism, online activism, digital campaigning, digital activism, online organizing, electronic advocacy, e-campaigning, e-activism 등 매우 다양하다.
hactivism(핵티비즘)은 hacker와 activism의 합성어로,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정치적•사회적 행동주의를 말한다. 주로 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과 노선을 달리하는 정부나 기업•단체 등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maptivism(맵티비즘)은 mapping과 activism의 합성어로, 케냐에서 2007년 대통령 선거 직후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사회운동가들이 목격자들의 보고서를 SMS나 이메일을 통해 크라우드소싱하고 곧바로 Google Map에 표시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shareholder activism(주주 행동주의)은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배 구조까지 손을 대면서 경영에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에선 1997년 이래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이 지배 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이를 모방한 개별 기업의 소액주주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judicial activism(사법 적극주의)은 판사가 헌법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정부가 경제 문제나 소수자, 여성, 범죄 피의자들의 정치•사회•법적 권리를 촉진하는 문제점에서 정부의 권한을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포츈Fortune> 1947년 1월호에 기고한 <연방대법원: 1947>이란 글에서 처음 쓴 말이다. judicial activism은 그 나름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나,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3권 분립의 정신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 쓰는 상투적 정치 용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judicial activism의 반대말은 judicial restraint(사법 소극주의, 사법 절제)다. 연방대법관 올리버 웬들 홈스와 펠릭스 프랑크푸르터가 대표적인 주창자로, 그 기본 정신은 과거의 판결을 존중하는 'doctrine of stare decisis(선례구속성의 원칙)다.
행동주의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확신을 가진 사람들의 과잉 참여는 사회를 대결과 투쟁의 아수라장으로 몰고 가기 십상이다. 누구는 참여하고 누구는 참여하지 않는 불평등 참여는 '참여의 대표성 편향 representation bias' 문제를 낳아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특히 사이버공간의 불평등 참여 cyber divide가 그런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선 청년층의 과다 참여와 노장층의 과소 참여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불평등 참여가 국가의사의 결정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면 그 결정은 편파성을 벗어나지 못하며, 따라서 사회적 갈등을 공정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건 물론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강준만 /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첫댓글 Good morning 춘수님,
"activism" 단어 하나가 품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