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는 골에 한정한 개념이 아니다. 경기를 주도하고 수시로 바뀌는 흐름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능력을 지닌 선수를 말한다. 골을 엮어내는 에이스와는 구별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베스트일레븐 |
요르단전 무승부를 두고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홈경기에서, 그것도 2-0으로 앞서다 막판 7분 사이에 연속골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한 탓입니다. 그룹 상위 2팀에게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남북한과 요르단이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는 삼파전 양상입니다.
잔여 3경기 중 2경기가 원정에서 치러져 최종예선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초조한 전망마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6월7일(토) 밤 11시30분에 열리는 요르단 원정 경기 결과가 최종예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요르단전 무승부는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불안이라는 고전 테마로 뭉뚱그릴 결과가 아닙니다.
벤치의 전략 미스를 우선 지적하고 싶습니다.
두 골을 앞섰고 홈 경기였습니다. 또 전력차 등을 고려할 때 주도권을 쥐고 경기 종료까지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냉정해야 했고 또 한국 팀의 상대적 강점인 미드필드 진영에서 볼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경기를 펼쳐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요르단의 페이스에 말렸습니다. 요르단이 잇따라 3명의 공격수를 투입, 무게 중심을 전방으로 옮겼습니다. 두 골을 내준 요르단으로선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요르단의 조급한 마음을 역이용해 템포의 강약을 조절하며 되도록 중원에서 공이 오가도록 했어야 합니다. 볼 점유율을 확대하는 일종의 포지션 플레이가 요구됐습니다. 하지만 치고받는, 허리가 아닌 서로의 문전에서 바쁘게 공이 오가는 난타전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무승부의 외피적 요인입니다.
"변화 판단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허정무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적절한 시점에 전략과 전술, 포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벤치의 미흡을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는 전방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골키퍼로 이어지는, 일명 척추라인의 강화 못지 않은 허정무호의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베스트일레븐 |
고전 테마 골 결정력? 수비불안?
하지만 경기 중 전략과 전술 변화라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일정한 틀(전술)은 있지만 선수들의 순간 판단에 따라 다양한 형태(플레이)로 표현되는 축구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경기 도중 감독의 주문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고스란히 반영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체와 포지션 이동이라는 구체적 '카드'를 제외하고는 경기 중 벤치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는 순간 감독의 역할은 미미해진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말과 동일선의 지적입니다.
경기에 돌입하면 선수들의 몫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훈련과 약속에 기초해 플레이 하지만 순간 펼쳐지는 상황 판단은 결국 선수들의 몫입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요지의 평을 내놓은 마르티노 빈가다 요르단 감독의 말처럼 한국선수들이 2-0으로 리드해 있는 상황에서 냉정함을 잃은 것이 연속 실점의 빌미였습니다. 2골의 여유와 성급한 승리의 믿음이 집중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벤치의 판단 미스와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이라는 측면에서 요르단전을 살피자면 아쉬운 무승부는 골 결정력과 수비불안이 아닌 경기운영능력의 미흡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요르단전의 아쉬운 무승부는 골 결정력과 수비불안이라는 고전 테마 때문이 아닌 경기운영능력의 미흡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기 흐름을 주도할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허정무호다. ⓒ베스트일레븐 |
주장, 파이터, 마법사
경기 중 운영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합니다. 스페셜리스트는 골과 어시스트에 한정한 개념이 아닙니다. 발군의 프리 키커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경기를 주도하고 수시로 바뀌는 흐름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능력을 지닌 선수를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골을 이끌어 내는 에이스와는 구별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 스페셜리스트는 리더와 가까운 뜻입니다. 스페셜리스트는 실전에서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동료를 이끄는 주장, 쉴 새 없이 필드를 누비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파이터, 빼어난 개인 능력으로 경기 분위기를 일순간 뒤집는 마법사 유형입니다. 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 슈퍼 서브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02월드컵의 홍명보와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 두 번째는 오렌지군단의 싸움닭으로 군림한 에드가 다비즈와 아주리군단의 리노 젠나로 가투소, 세 번째 유형은 브라질의 카카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대표 선수들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치 않습니다. 거론한 특정 선수가 초점이 아닌 유형이 중심입니다. 3가지 유형의 스페셜리스트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최소한 이 중 한 가지 유형의 리더는 스쿼드에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급한 유형의 역할을 소화할 선수를 찾아 실전에서 동료들을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는 전방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센터백, 골키퍼로 이어지는, 일명 척추라인의 강화 못지않은 허정무호의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한국형 스페셜리스트는 누구일까요.
첫댓글 솔직히 요르단전은...김남일이 빠지는 순간부터 서서히 무너졌다는 생각..박문성씨의 지적처럼 중원에서의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졌어야 했는데..김남일이 빠지고 조용형이 들어오면서 미드필더진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음...첫번째골이야 어쩔수 없었다 치지만 두번째실점때는 미드필더지역에서 적절하게 압박만 해줬더라면 수비라인에서는 그 사이에 충분히 자리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테고...분명 실점하지 않았을것이라고 생각됨.....현재 시점에서는 김남일이 빠졌을때 대체할만큼의 선수를 찾는게 급선무일듯..지금 전술을 계속 사용하려면 김남일의 역활과 중요성은 클수밖에 없고..당장은 대체자또한 없는것이 현실...
결국, 박지성을 윙으로 쓰는건 한국 대표팀에선 낭비라고 생각되는군요. 김남일 하나 빠졌다고 중원 싸움에서 요르단에 밀려버리는 미드필더라면...
솔직히 미드필더 조용형이 국대급인지.. 그렇게도 자원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