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로 [유수연]
화를 어렵게 포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게 묶어두어 저 편할 때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꽁꽁 싸매고 가슴 깊이 숨겨둔 사람은
구멍을 모두 막은 방 안에서
눈물에 질식하기도 했다
나는 묻고 싶었다
침묵 아래 몽둥이를 숨겨두고 휘두르지 않았냐고
분노 안에 날 선 것 하나 없었냐고
그러나 어렵사리 풀어낸 상자 안에는
너무 오래 숨긴 나머지 사용법을 잊은 것이 있었다
이제 그만 쉬어야겠어요
말하며 보일러실에 들어간 것이다
그곳에 손톱깎이를 놓고 나왔다
더는 잘라내지 않고
그들의 이마나 볼에 깊은 상처를 내겠습니다
이런 용기는 잘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강 그릇처럼
떨어져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 2023
* 묻지마 살인.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묻지마 살인 혹은 묻지마 폭력.
돌려차기해서 여자를 실신시켰던 사람은 흑심을 품고 저지른 것이니
목적이 있는 범행인데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흉기를 휘두른다는 것은 목적이 1도 없는 범행이다.
그러고도 체포되고나서는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한다. 참 뻔뻔하다.
왜 묻지마 행동을 할까.
종교를 가진 사람도 많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듯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많아진 건 왜일까.
고추의 매운 강도가 점점 높아져서?
게임에서 사람을 죽일수록 점수가 높아져서?
마약이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서?
요즘은 친구가 주는 음료를 마시기도 꺼려진다.
혹시나 아무도 모르게 뭔가가 들어갔을 수도 있으므로.
이런! 그럼, 사람도 못믿는 세상이 된 것 아냐?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셀라비!
프로야구팀 중에 꼴찌를 맴도는 한화가 있다.
한번 이기고 두번 지지만 팬들은 늘 열렬히 응원한다.
팬들은 그려러니,하면서 응원을 한다.
진다고 분노하는 사람은 없다.
그려러니!
언젠가는 잘 하기도 하려니!
침묵 아래 몽둥이를 숨겨둔 사람들이 외톨이가 되지 않게
그러려니,하고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그래서 몽둥이가 점점 작아져서 이쑤시개 정도로 작아지길 바라며
누구 하나 뒤처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길 바란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 100% 모두가, 악담 욕설하더라.
그래가지고 몽둥이가 이쑤시개가 되겠냐.
후벼파는 언어 정화하고, 입술로 총질하지말길. (조심해.)